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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활쏘기하면서 노는 중년어른들..

(1) 다른 사람들을 깍아내린다.

(2) 다른 사람들을 높인다.


이 둘은 달라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연관성이 있다.


나를 중심으로 볼때 이 두 말은 모두 같은 결과를 도출한다.

우선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보는 버릇은 당연히 나를 높이고 싶어서다. 반론이 없을 것이다.

두번째 다른 사람을 높이는 것도, 사실은 나를 높이는 데 쓰인다.

어떤 부분에서 그들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면,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 평균수준은 되는 것으로 된다.

남을 높임으로써 나를 높이는 또다른 방법이다.


순진한 사람들은 (1)번 방법을 써서, 그 의도를 쉽게 들킨다. 조금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2)번 방법이 훨 좋다는 걸 알게 된다. 어쨋든 사람들은 내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두 방법을 같이 쓰기도 한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나는 자주 놀란다. 평소에는 내 마음에 그들을 폄하하려는 마음이 수시로 작동한다. 그런데 만나면서 그것이 깨진다. 사고방식, 사는 모습들, 어떤 집에 방문했다면, 집안을 꾸민 소재 하나하나에도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1)번으로 나를 높이던 마음이 (2)번으로 돌아선다. 그들을 높이면서, 내 수준도 평균은 되는 것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남들도 나를 (1)번으로 생각하다가, 나를 조금 더 알게 되면 (2)번으로 교정해주길 바라게 된다. 그걸 위해서 노력한다. 시이소오처럼, (1)번과 (2)을 왔다갔다 하며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도 사람을 만나니, 혼자 생각하면서 쌓이는 것들이 모래성처럼 부서져내리지, 홀로 독야청청하면, 내게 얼마마한 독선이 쌓일지 모를 일이다. 교류가 전연 없는 사람들이 기인이 되는 데는 그런 이유들이 스며있다. 홀로 생각한 것이 깨질 기회가 없다. 그리고 비교를 하지 못하니, 스스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바벨탑처럼 쌓는다. 어느 순간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못하는 기인의 길을 걷게 된다.


"나"는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내가 상대방을 인정한 만큼, 나도 그 정도는 되지 않나 자위한다. 인정을 서로 해준다면, 그 관계는 지속되고, 더 많은 스토리를 갖게 된다. 내가 높아지고 싶은 이유도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서다. 너나 나나 우리는 그런 인간들이다. 그것이 잘못이라고 말하진 말자. 


하, 참 재미있었다.

무쇠솥, 장작불밥, 장작불에 구운 돼지 불고기, 집에서 키운 상추, 깻잎, 고추, 오이, 컬리플라워...등이 야외식탁에 차려졌다. 무쇠솥에선 탄내가 솔솔났다. 세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불고기를 구워서 연신 날라왔다. 


처음에는 그 자리에 참석한 나를 보는 또다른 내가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따라다니던 내가 없어지고, 모임의 웅성임에 발이 차차 빠져들어갔다. 식사를 끝내고, 활쏘기를 했다. 양궁과 국궁 모두를 구비하고 있는 집주인 남자다. 


남자들이 그의 활쏘기 강습에 귀를 기울인다. 팔힘이 많이 필요하다 하였다. 과녘을 땅바닥에 놓고, 쏘기로 한다. 활이 담장을 넘어 옆집에 가는 걸 방지하려는 뜻으로. 


그런데 활 2개가 담장 새를 뚫고 옆집으로 날라갔다. 옆집 마당에는 화살 한개만 있었다. 찾기를 포기했는데, 옆집 할아버지가 부른다. 


활이 뒷뜰을 지나고, 집 우측을 지나서, 주차해 놓은 차 옆을 바로 비껴서, 앞마당에 꽂혀있다는 것이다. 정말 위험한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뭐 불만있냐?"고 웃으면서 말했다지만,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인 남자의 취미는 상상을 불허한다. 활은 가벼운 것이고, 총을 구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상" 남자다. 어쨋든 집 마당에서 잠시 즐기려던 활이 큰 사고를 내기 전에, 서둘러 끝냈다. 남자들이 담장에 붙어 옆집 마당을 살피고 있다. 꽤 코메디같은 장면..^^




남자들에겐 흥미있지만, 여자들에게 그렇고 그런 잔디기계, 차 부속품, 배 고치는 이야기 등등이 이어졌다. 이럴때 "시간만 보내다 가게 되겠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때쯤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두들 엉덩이는 반쯤 든 상태로(왜냐하면 이미 집에 갈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으므로)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대한 불꽃튀는 설전으로 들어갔다.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아픔을 동반한다. 즐거움에 참여하는 것은 신났는데, 이야기를 듣고보니 심각하다. 하, 그러고보니 우리들은 그런 사이들이 되어버렸다. 내 상처를 드러내보일수 있는. 성격에 따라, 성별에 따라 성향이 다르다. 웃음과 눈물의 대화였다. 


정치 경제 문화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가정사를 이야기할수 있을 정도로,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해졌다. 아픔들이 전달되어 온다. 오늘밤 잠이 안오는 이유는 아마도 2잔의 커피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본 나를 "인정"해주고, 내가 "인정"해서 서로를 높여놓은 "서로에게 괜찮은" 그들과의 만남 때문일 수도 있다. 


같지 않은 개똥철학으로 이글을 시작했다. 내가 인정받는 최선의 길은 내가 인정해주는 일이다. 그게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고, 꾸준한 만남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만날때마다 하나씩 더 놀라고, 그들을 높인다. 나를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내게도 그들을 놀래켜줄 힘이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서로를 인정할때, 그 만남은 이제 날개를 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