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으로 출장온 가을풍경
가을은 농부를 생각나게 한다.
그들의 수고가 결실하여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9월이 되면 시골의 동네에서는 Fall Fair를 통해 그들의 작품(열매)을 전시하고, 점수를 매긴다.
농부들의 "누가 누가 잘하나" 컨테스트인 셈이다.
"마일드메이"에서 맞는 첫번째 "가을 품평회"는 풍성했다.
특히 농작물뿐 아니라, 뜨개질, 퀼트, 재봉, 쿠킹, 사진 등 각 부분의 출품작과 이 마을 학생들의 미술작품까지 차고 넘쳤다.
해바라기는 정말 씨가 많기도 하다. 첫번째 꽃(?)이 1등을 차지했다.
해바라기옆에 옥수수대가 보인다. 몇대씩 묶어서 출품... 자 내단이 더 튼실해보이지 않나요?
부루스 카운티의 대표적인 농작물이라 한다면 옥수수이다. 이때가 되면,
옥수수밭이 누런 물결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얀감자와 빨간감자의 우열다툼
가을장식 아이디어로 이런 건 어떤지.
작은 가구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잡지꽂이. 이 부문의 최고작품.
손으로 만든 넥타이들.
조각이불.
오른쪽의 작품...가족들의 사진을 천에 박아 조각이불로 완성했다. 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뜨게질로 만든 작은 이불과 원피스, 블라우스등 재봉작품들.
사진출품작들. 내가 할 수 있다면 이 방면일 것 같더라.
특이한 가축들이 이날을 빛내기 위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진에 있는 가축은 라마.
선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동네 작은 꼬마들은 기니 피그와 토끼가 들어있는 낮은 우리속에서 그들을 만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강당의 전시관을 벗어나 뒷마당으로 가니, 생음악이 흘러나온다. 동네 사람들로 구성된 밴드부가 흥을 돋구며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어른들은 맥주병을 들고 기분을 내고 있다. 이날 폴 페어의 주제인듯, "벌"옷으로 단장한 아줌마들이 햄버거와 핫도그, 감자튀김 등을 팔고 있었다.
나는 전적으로 폴 페어를 즐길 작정을 하고 들른 건 아니었다. 각자의 친구와 이곳을 방문한 아이들을 찾아볼겸해서 왔는데, 이것 참 볼거리가 많았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사실 나는, 인근에선 소문난 축제중의 하나인 페이슬리 "Beef Fest"를 보고, 케네디언들의 축제문화에 회의를 하던 참이었다. "Beef(소고기) 축제"를 "Beer(맥주) 축제"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이해할만 했다. 몇번 기웃거렸지만, "술"과 "수다"를 즐기지 않는 나같은 사람은 합류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소문난 축제라 찾아오는 발길이 많은데, 나는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까지 가졌더랬다. 헛걸음하게 하지 않나 해서. "축제 주관자들 심기일전해야 할거야, 갈수록 참여자가 줄어들껄?" 하나마나한 염려를 하면서 축제를 관심에서 지워버리려던 참인데, 이번 "가을 품평회"에서 그 미진함을 풀어버린 듯하다.
양봉업자는 자신이 기르는 벌집(벌들이 빠져나올 수 없도록 고안된)을 세워놓고 사람들에게 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주기도 했고, 할머니들이 한땀한땀 수고하면서 만들었을 퀼트 작품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아이들의 작품중에 내 아이 것을 찾는 재미도 있었고, 유치부 아이들이 삐뚤빼뚤 쓴 아라비아 숫자 나열한 종이가 당당히 작품으로 선정돼 전시되어 있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폴 페어는 역사가 오래된 행사이다. 마을마다 "농부협의회" 비슷한 것이 있어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온 동네 구성원들이 참가자로, 구경자로 함께 뛴다. 매년 비슷한 모양으로 열리겠지만, 매년 다른 작품들이 탄생한다. 서로를 격려하고, 자축하는 자리다.
나는 마일드메이의 새 식구로 아주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사귀는데 오래 걸리는 내가 이 동네의 일원이 되려면 한세월 흘러보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나와서, 작품으로라도 주민들을 느끼니, 훨 가까와진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