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에서 설탕 만들어먹던 그 옛날로..
며칠간의 햇빛으로 거리의 눈들이 꽤 녹았고, 들판에도 이제는 잔설이라 할 정도로 뒤덮여있다.
캐나다 기러기들도 적잖게 하늘을 날아다니며 쉴만한 물가를 찾아댕기니, 봄이 멀지 않았다 싶은데, 예년의 경험으로 4월의 절반은 지나야 안심이 될듯싶다.
나무가 새싹을 틔우기전, 눈녹은 축축한 대지에선 생명들의 보이지 않는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을텐데, 설탕 단풍나무도 요즘 아주 바쁘다. 오래된 단풍나무의 수액이 3-4월이 되면 절정을 이뤄 메이플 시럽을 위한 수액 채취가 이뤄지게 된다.
지난 주말 페이슬리 서긴 자연보호터(Saugeen Conservation)에서 "올드 타임 메이플시럽 페스티발"이란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옛적으로 돌아가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늙은 슈가나무에 대롱을 꽂아 수액을 받은 다음, 정제한 것이 메이플 시럽이다. 단풍나무의 수액은 물과 같이 맑은 액체인데, 당분의 농도는 겨우 2% 들어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단순히 말하면 수액내 물은 기화시키고 남은 것이 시럽이다. 주로 팬케익에 뿌려먹는데 이 둘은 바늘과 실처럼 절친한 관계다.
"옛날 옛날 물길러 먼길을 가야만 했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가 물을 길러 가다가, 너무 피곤하여 큰 나무밑에서 물동이를 내려놓고 쉬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잠이 들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잠이 깨서 보니, 양동이에 물이 한가득 들어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 물을 들고 집에 옵니다. 그날 저녁 식후에 그 물을 가족이 나눠 마시는데, 물이 달콤하니 맛있는 겁니다. 부모들이 그녀를 채근했습니다. 너 어디서, 이 물을 길어왔니? 처음엔 거짓으로 둘러대다가, 가족들에게 이실직고 하였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그 장소로 갔습니다. 그곳엔 큰 단풍나무가 있었습니다."
페스티발장에서 하이킹을 원하는 이들을 몰고 다니며 안내원이 들려준 이야기다. 자신들의 뒷마당에도 있고, 산속에 조금만 들어가면 수도 없이 많은 단풍나무가 있는데, 이곳에서 설탕을 얻을 수 있었다니, 그 당시엔 대단한 발견이었을 것이다.
메이플시럽은 설탕 대용으로 커피를 마실때나 요리때 사용해도 된다. 맛은 한국의 조청과 비슷하고 색깔도 그러하다. 영양분도 풍부하다 하니 설탕량을 줄이고 메이플시럽을 애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다.
작년에 봤던 그 아저씨네!! 수액이 기화되는 중.. 방문객에게 시럽추출과정을 설명하시고 있다.
원시적인 기화 방법. 수액을 나무함지박에 쏟아놓고, 돌맹이를 달궈 그를 집어넣는다. 그러면 일정
정도의 물이 기화된다. 아침부터 돌멩이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시럽이 되려면 한참이나 남았
다는 설명.
사냥터에서 잡은 짐승가죽을 걸어놓고, 방문객들에게 설명하시는 아저씨. 포즈를 잡아주시긴 했는데,
좀 무섭고만.
이분은 쇠를 달궈 도구를 만드는 대장장이.
움막을 지어놓고, 화덕을 피워 쏘세지를 굽는 옛 사람들.
또다른 삶의 터는 이렇게 지어져있었다. 움막앞에 보이는 타원형의 대나무 장식은 "스노우 신발"이다.
숲속 깊은 눈길을 걸어다닐 수 있는 신발. 겨우내내 쌓인 눈위를 걸어다녀야 하는 것도 큰 일이었을듯.
180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엽총의 사격시범을 보이고 있다. 꿩도 잡고, 매도 잡고, 여우도 잡고, 그렇게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
원시적인 시럽 정제도구뿐 아니라 현대화된 기계를 설치, 그 과정을 방문객에게 일일이 설명해준다. 한편에선 대장장이가 불에 쇠를 달궈 원시적인 도구를 만들어댔고, 움막을 지어놓고, 온 가족이 옛 스타일로 치장하고 나와서 방문객들에게 집안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냥꾼들은 19세기 엽총을 갖고 나와 목표물에 실제 사격을 가하기도 하였다. 숲속은 메이플 시럽 정제과정에서 떠오르는 연기와, 사격으로 뿜어져나오는 총성이 얽혀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 나는 질퍽한 행사장을 순환하는 마차를 타보기도 하고, 팬케익과 시럽을 파는 줄에 한정없이 서서 기다리기도 하였다.
메이플시럽을 이용한 간식중 Maple Taffy가 있는데 깨끗한 눈위에 시럽을 부어 약간 굳혀서 그안에 아이스께끼(?) 막대기를 꽂아 굴리면 시럽사탕이 된다. 너도 나도 하나씩 물고 다닌다.
어쨋든 메이플시럽 페스티발이 각처에서 열리면, 봄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두툼한 잠바를 벗어던지고, 산속에 나와서 몸을 굴리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올해 페스티발은 혼자 다녀왔다. 갑자기 결정한 것이라, 아이들과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나홀로 약간 외로왔는데, 갔다오니 이곳저곳서 불평들이 쏟아진다. 가고 싶었댄다. 그래, 내년에 가자. 페이슬리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낸 미키 아줌마도 자신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고 말해서, 내년 일행에 포함시켜 주기로 했다. 너무 먼 약속이지만 2009년 행사에 가게 되면 아이들은 작은 가축 전시장에서 한없이 지체할 것이다. 돼지새끼, 토끼등 그런 것들 앞에서 말이다.
"three little pigs"
"엄마곁에 꼭 붙어있어야지.." "왜 이렇게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거얏!"
메이플시럽이란?
메이폴시럽은 캐나다 동부의 풍부한 산림 중 250년 이상된 설탕단풍 나무에서 1년에 한번 채취하는 수액을 정제하여 만들어지는 시럽입니다.
어떠한 첨가제나 방부제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100% 천연순수 원액으로 철분, 티아민(B1), 칼슘, 칼륨 등 미네랄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있습니다.
메이폴 시럽은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에 좋습니다. 또한 포도당,자당 등의 함유로 원기회복과 기력강화에도 좋은 식품입니다.
이상은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자료다. 250년 이상된 단풍나무일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쯤되면 나무의 수명이 끝날 것도 같고. 어쨋든 큰 단풍나무에는 수액을 받는 물통들이 매달려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장화가 없으면 한발짝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질퍽한 길. 마차는 훌륭한 도로길잡이가 되어주었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질 않고 큰길만 빙빙 도니, 좀 재미는 없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