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수센마리 캠핑이 남긴것..<1>

mindylee 2009. 7. 20. 10:45

 

 

 캠핑 트레일러 경험 3년째...

 

겨울 동안 긴 잠을 잔 트레일러를 깨워 정비를 해야했다. 얼지않게 채워놨던 부동액(anti-freezer)을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 트레일러를 집으로 끌고오는 중에 차와 트레일러 사이에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연결쇠의 한 부분이 끊어져 버렸다. 그것이 여행가기 1달전. 제작사에 연락해 새로운 물건을 받기로 하고, 기다리기를 수주간 했는데, 소식이 없어서 끊어진 쇠를 고치려고 자동차 정비소에 보냈다. 정비소에선 본인들이 직접 고치지 못하고, 이를 용접소에 보냈다.. 한편 우리는 택배를 목을 빼고 기다렸는데, 물건은 며칠째 우체국에서 잠자고 있었다. (우리의 불찰로 제시간에 물건을 받지 못했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왜 하는고 하면,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는 걸 설명하려는 것이니 참을성을 갖고 조금더 들어보라.

 

부러진 부품외 주변  부속품까지 용접소에 다 맡겼는데 일단 새 부품이 와서 찾으려니, 용접소 주인 부부가 금요일부터 가게 문을 닫고 사라진 것. 우리는 일요일 저녁 예배끝나고 가기로 했으니, 트레일러 정비가 끝나야 하는데.... 결국 월요일 아침 용접소 문을 연 다음에 그곳에 가서 찾을 수 있었다. 떠나는 날부터 반나절을 허송하게 된 사연.

 

남들이 끌고다니는 것을 보면 쉬워보여도, 이런저런 정비에다, 이렇게 고장이라도 나면, 공룡같은 트레일러를 끌고 이리저리 헤매야 하니,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덩치가 클수록 그에 따른 수고와 비용이 노상 따라다니니, 트레일러를 장만하길 희망하는 가족이 있다면,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트레일러를 끌고는 되도록이면 도심을 피하고, 주차공간이 넓은 데를 찾아야 하는 것등이 기본상식이다. 우리는 첫해, 트레일러를 끌고 도심의 커피샵 그 좁은 드라이브 쓰루를 들어갔는데, 거의 끼어서 나오지 못할뻔한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런 일들은 주로 나의 주장으로 일어나니, 갈수록 작은입이 되어간다는 것도 알려드린다. 어쨋든 트레일러를 차에 매달고는 주차공간이 좁을때는 길가에 세워놓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올해 여행인원은 우리 부부, 세딸 그리고 아이들 외할머니, 모두 6명.

장소는 온타리오 서북쪽에 위치한 수 센 마리(Sault Ste. Marie).

 

가는 방법은 부루스 카운티의 반도끝에 위치한 터버모리(Tobermory)에서 치치만(Chi Cheemaun)호를 타고 매니토린(Manitoulin) 섬으로 간다. 치치만 호는 차와 캠핑 트레일러까지 모두 실을 수 있는 대형유람선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운항한다. 수센마리까지 가는 길을 단축시켜주고, 치치만호에서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이 방법을 선택했지만, 대형차 두대값에 승선료까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인" 257달러를 줘야 했으므로, 당연히 돌아오는 길에는 배타기를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터버모리 선착장

 

냉정히 따져보면 배타러가기까지 2시간, 승선 2시간 그리고 매니토린 섬에서 다리로 이어진 육로를 따라 달린 시간이 5시간을 넘었으니, 시간상으로도 그렇게 절약되었다 할수는 없었다. 다만, 지루하지 않게 여행을 시작했던 것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배가 물위에 부유하듯,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장거리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집을 떠난 시간은 9시30분, 용접소에서 물건을 받아 재정비하고 터버모리 부둣가에 도착하니, 배 시간까지 2-3시간 남아있다. 트레일러 안에서 라면과 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런 다음에 부둣가를 배회했다. 하늘은 맑고 높았고, 터버모리 선착장은 아름다운 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세계경제는 불황이라는데, 아직도 레저용 배들이 즐비하니,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살만한 세상인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불황을 계기로 배 주인들이 많이 바뀌었을 지도 모르겠다.

 

치치만호는 차와 사람을 태우고도 아이들 게임룸과 식당, 선물가게, 그리고 넓은 선실까지 두루두루 갖춘 대형 선박이다. 탈때는 온 가족이 차안에 타고 승선을 하고, 모두 차에서 내려 선실로 들어간다. 사진기 밧데리가 부족하여 배안에서는 촬영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려 다녀서, 어른 셋이 앉아도 있고, 쇼핑도 하다가 식당으로 들어가봤다. 그랬더니 둘째는 그곳에서 음식을 이미 먹고있고, 막내도 들어서고 있다. 부모에게 모든 걸 의뢰하던 데서 벗어나서 이제는 한 80%는 스스로 알아서 해결들을 하니, 다시한번 아이들이 컸다는 걸 느낀다.

 

중간에 한번 쉴것인가, 목적지까지 갈것인가 고민하다가 9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않는 긴 여름날(게다가 썸머타임의 덕까지..)의 장점을 이용하여 계속 달리기로 한다.

 

캠핑 공원은 차를 달리다보면 만날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사전지식이어서 언제든 원하면 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수센마리쪽은 도시안으로 들어갈때까지 캠핑공원을 만날 수 없었다. 아이의 아이폰으로 구글에서 주소를 찾아 GPS에 연결하여 한곳을 찾아갔는데, 아뿔싸!! 가보니, 엉뚱한 곳이었다. 지도를 무시하고 GPS만 믿고 가다가 바닷물에 빠졌다는 거짓말같은 기사를 본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일을 당하니, 황당했다.

 

그때 시간이 벌써 밤 10시 30분쯤. 좁은 막다른 골목에 부딪쳤는데, 그곳에서 캠핑 트레일러를 되돌려 나오는 것이 이게 장난이 아니다.

 

덩치큰 공룡들이 왜 멸종했는지 분명히 그런 일들을 보면서 알수 있다. 그 주변에 사는 아주머니가 나와서 자기남편을 불러서 운전을 도와주겠다고 하고.... 거진 30분 이상 온갖 곡예를 하면서 차를 되돌려야했다. 나는 스톱, 조금 더, 왼쪽으로,오른쪽으로를 목이 쉬게 외치고. 근방에 사는 이의 도움으로 그 근처의 캠핑 공원에 찾아갈 수 있었다.

 

그랬는데... 캠핑 사무실은 문이 닫혀있었다. 그때 멀리서 걸어오는 남자가 있다. 그가 직원인듯해 물으니, 그의 대답이 "나는 이곳에 캠핑온 사람이다. 여기 빈곳이 많더라. 아무데나, 주차해라. 그리고 내일 아침, 사무실에 알리면 될 것 같다"고 조언을 해준다. 고지식한 나는 그런 그의 충고가 없었으면, 남편에게 차를 돌려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을텐데, 우선은 그 방법이 좋을 것 같아,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깜깜한 밤... 길인지, 캠핑 사이트인지 구분도 안되는 곳에서 더듬거리며 사이트를 찾아 마침내 하룻밤 쉬기로 한다.

 

그날 밥을 먹은 시간은 12시가 넘었던 것 같고. 그제서 모두 편안해진 얼굴로, 마구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며, 첫날밤을 보낸다. 

 

그 캠핑사이트는 코아(Koa)라는 프랜차이즈 사립공원이었다. 사무실에 가서 늦은 등록을 하는데, 한국남자분이 들어오셨다. 그분들은 알버타에 사시는 분으로 부부 두분이서 여행중이시라 하였다. 알버타에서 시작하여, 온타리오를 거쳐 퀘벡을 넘어 뉴펀들랜드라는 캐나다 최동부까지 계획하고 있단다. 그리고 전날 우리에게 좋은 방법을 알려준 그 백인과도 밝은 아침, 만났는데 그는 옐로우나이프(캐나다 북부도시)에서 오타와쪽으로 여행중이라 하였다. 그에게 고맙다고 했더니, 그는 자기의 방식은 그렇다며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다. 

 

사립공원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다. 텐트나 트레일러, 캥핑카가 없는 이들을 위해 캐빈도 지어놓았다. 간이로 음식을 지어먹을 수 있는 캠핑부엌도 있고, 천장이 있는 큰 정자같은 곳에는 대형 텔레비전을 놓아, 캠퍼들이 심심할 사이 없게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국립공원은 주로 큰 호숫가에 전망이 좋은 곳으로 넓은 터전을 갖고 있어, 사설공원보다는 시야가 트이며, 캠핑맛을 더욱 느낄수 있긴 하다.

 

여행오기전에 이 도시 관광청에 부탁해 수센마리 여행책자를 받았는데, 그 책에 소개된 곳중에 팬케익 베이 국립공원(Pancake Bay Provincial Park)을 찾아가기로 한다. 우선은 그곳에서 트레일러와 차를 분리해놓고, 홀가분하게 움직여보자는 이유이다.

 

수센마리에서 북쪽 슈피리어 호숫가(Lake Superior)로 1시간 정도 올라가면 나온다.  

슈피리어 호수의 이쪽저쪽으로 미국과 캐나다 국경이 나뉘는데, 미국쪽에도 수센마리라는 도시가 있는 걸로 보면, 미국과 캐나다의 애증관계를 알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국립공원에 도착하여 사이트를 구할때 나는 "똑똑"하게도 "water front"를 요구했다. 군복색 복장을 한 젊은 친구는 찾아보더니 1곳이 있다며 소개해주었다. 트레일러를 끌고다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풀 서비스가 되는 지역.. 말하자면 전기가 공급되고, 물이 나오며, 오물까지 버릴 수 있는 곳에다가 주차한 그대로 끌고 나오면 되는 반달형 사이트가 이상적이다. 트레일러를 뒤부터 집어넣어야 하는 곳이면, 트레일러 운전경력 베테랑들에게나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닐때도 많다. 워낙이 오물처리 시설이 있는 곳은 장기계약자들이 대충 차지하고 있어서, 하루이틀 사용자들은 떠나기전 공동처리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사이트는 전기가 되고, 주차한 그대로 끌고 나올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대로 만족할밖에.

 

 

 

그런데, 물가쪽이어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비치로부터 들리는 곳이었고, 사이트를 감싸고  있는 나무들도 포근했고, 작은 풀들이 많았는데 엄마는 그곳에서 취나물을 찾으셨다.

 

공원의 풀들은 뜯으면 안되지만, 우리 사이트에 있는 그 많은 풀들중에 하나인 취나물을 뜯는 것은 내게도 아무런 도덕적 양심에 걸리지 않았다.^^ 취나물은 삶아서 우리들의 상에 올려지기도 했다.

 

 늦잠을 자는 십대들덕에 남편과 나는 아침산책을 늘어지게 했다. 엄마는 조금 걷다가 들어가시고, 우리는 깊게 패인 티셔츠의 목부분같은 비치길을 걸었다.  

 

담긴 물의 모양은 바라보는 곳마다 색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말끔한 원형이었다가, 팬케잌 반죽이 늘어진 것같았다가... 모래의 크기와 물빛깔조차 서로 다른 색으로 조화롭다.

 

 

 

 

공원내에는 푸세식 화장실이 군데군데 있었고, 먼곳에는 샤워실이 있는 화장실 건물이 있었다. 그 화장실까지 걸어서 가려면 20-30분이 걸리니,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산책겸 돌아다닐수가 있었다.

 

초등학교때 타보고 처음 타보는 자전거는 중심잡기가 힘들었다. 안장이 내게 조금 높아서, 결국 한번 쓰러지기 까지. 남편과 함께 달리면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멋있어야 했는데, 내게는 힘든 운동이어서 낭만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 공원에서 이틀밤을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여름같지 않은 캐나다 날씨에다 북쪽 지방이어서 그런지, 날씨는 무척 차가왔다. 대낮의 온도가 13-15도 정도. 3.5km에 달하는 둥그런 팬케잌과 같이 생긴 호숫가는 고운 모래가 그득했는데, 사람들은 없었다. 아이들은 물에는 못들어갔지만, 모래밭에서 뛰기도 하고, 모래찜질을 하면서 놀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