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대화
교회에서 집에 오는 길, 집에는 남편과 딸이 기다리고 나는 막내딸과 함께 차에 있었다.
딸 “엄마, 피자 시켜가자.”
엄마 “엄마 핸드폰이 없어서 주문할 수도 없고, 가면 기다려야 해”
딸 “피자집이 문닫았으면 말고, 한번 확인해보자”
(엄마, 속으로 피자를 그 자리서 사는 방법도 있으니까.. 혹 안 기다릴수도 있을 거야 생각한다)
엄마 “그래”
피자집은 열려있고, 피자를 시켜놓고 딸과 기다린다.
엄마 “기다리기 싫어서 안사려고 했다니까..(시간낭비야, 라고 속으로 말한다, 요즘엔 사는 음식 잘 안먹었는데, 막내니까 이런 부탁하지, 에잉, 마음에 안든다)
엄마 (딸에게 집적댄다) “넌 너무 가려먹어. 그렇지? 엄마는 아무거나 먹는데. 음식뿐 아니라, 옷도 그렇지? 몇가지 색만 입고, 제대로 찾아입지도 않으니, 다른 사람들이 너 가난한 집 아인줄 알거야? 그렇지?”
딸 “그말은 언니도 나한테 하던데. 나는 여러가지 색이 내 얼굴에 맞지 않아. 그래서 그래. 엄마는 안 가려서, 아빠를 처음 만나서 데이트도 조금만 하고 결혼했지?”
엄마 “엉?? 맞긴 맞네”(나는 박장대소하며, 아이를 쿡쿡 찔러댄다) “근데 그렇지 않어. 내 결정이 뭐가 잘못됐니? 그리고 남자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게 결정하지 않지… 흠흠흠..”
그러는 사이에 피자가 나왔다.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
딸 “내가 그렇게 까다로운 것은, 내가 자란 환경탓이라고 생각해. 언니들보다도 나는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잖아? 부족한 것 없고. 그래서 “버릇없어” 진거야.”
엄마 “그래? 흠 말되네.”
딸 “엄마뿐 아니라, 이모들을 봐도 그래. 누구 하나 가려먹는 사람 없고, 까다롭게 구는 사람 없는 것 같더라. 막내이모가 좀 그럴려나?”
엄마 “뭐야? 엄마와 이모들이 모두 가난하게 살았단 말이야?’
딸 “내가 분석하기론 좀 그렇단 말이지”
끌끌끌
엄마 “어쨋든 이유를 알았으니까, 이제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겠지?”
딸 “고치기 어려울걸. 지난번 Mr. Lee네 집에 갔을때, 사실 미안했어. 나는 원래 방울토마토 안좋아하거든. 그런데, 먹을만 할거야 하고 권하시는데 안먹을수가 있어야지. 먹었더니, 그렇게 나쁘지 않더라구.”
엄마 “그때 이선생님이 네가 잘 안먹는 걸 눈치채셨구나.”
딸 “응. 여러가지 음식 다 먹었어야 하는데… 근데 그날 잘 먹었어. 그분들께 말씀좀 전해줘. 잘먹었다고.”
내가 놀랜 것은 제딴에는 제가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한다는 데 있었다. “버릇없어 질만큼 풍족하게 길러줬다는데” 내가 가슴뿌듯해야 할지, 아닐지.
나온김에 음식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둘째의 식성변화로 인해, 우리집 식탁이 즐겁다. 가지를 쪄서 무쳐내도 다 먹고, 요리에 이용하는 모든 야채들의 접시가 쉽게 빈다. 시금치 무침, 양파짱아찌, 버섯 볶음 등등, 무엇을 해도 인기가 있고, 지난번에 아구찜을 했는데도 그것도 잘 먹는다. 음식하는데, 이런 저런 즐거움이 많아져서, 열심을 내려고 하는 참인데 마침 막내는 열외다. 내가 집에 없을땐 라면을 자주 끓여먹고, 시리얼로 배를 채운다거나 해서, 저녁을 건너뛰기까지 한다. 게다가 초코렛 사탕 종류도 가끔 찾고, 탄산음료를 즐겨 마시기도 한다.
둘째는 제 동생을 보고, "옛날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면서 "그런 쓰레기를 먹고 사니, 걱정된다"고 혀를 찬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보니, 참 한심해 보이는가 보다.
요녀석만 "링안"으로 끌어들여오면 아주 좋겠는데. 지난번에 야채를 덜 먹는다고 뭐라 했더니 자신은 김치를 많이 먹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진단한다. 그도 그럴것이 돼지고기 김치찌개나, 참치나 꽁치통조림을 넣은 김치찌개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고, 육개장이 그 다음이다. 다른 것들도 먹어야 하는데, 막내딸을 위한 음식개발이 아직 부진하다.
"생명의 식탁"이라는 야채와 과일의 효능을 잘 소개한 오래전 교양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해서 봤는데, 둘째는 무척 흥미있게 시청했다. 색깔별 야채 과일의 효능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건강한 이들의 비밀레서피가 뭔지 파헤쳤다. 그리고 인체 실험까지 마친, 꽤 잘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빨간색으론 토마토, 사과, 고추가 탁월한 영양가가 있으며
초록색으론, 녹차, 시금치, 쌈용 야채
보라색으로, 머루, 포도, 가지
하얀색으로, 마늘, 양파, 무우
노란(주황)색으로, 당근, 고구마, 옥수수
검은색으로, 흑미, 검은콩 등등
이 식재료들이 갖고 있는 무한한 영양적 가치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한국방송을 시청하지 않던 둘째까지 흥미를 갖고 보는데, 막내는 잠깐 와서 보는둥 마는둥 여전히 다른 것에 관심이 있다.
"네 편식 버릇"을 고치기 위해 다시 "가난한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느냐고, 막내에게 물어봐야겠다. 혹 아이가 "풍족"했다고 한대서, 그 말을 그대로 믿으시는 분들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막내"의 "풍족함에 대한 기준"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도 제 언니들이 어렸을때, 우리가 어려웠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 그 아이의 마음에 박혀있었던 것이 아닌지. 내가 자랄때와 비교하면 풍족한 편이라고 말해도 관계없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