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현씨, 항공 전자공학 졸업식서 우뚝
토론토 서북쪽 인구 700명의 작은 마을에 경사가 났다.
클리포드(Clifford)의 지역신문들은 박기호씨와 박경순씨의 큰아들 박진현씨의 기사를 싣기에 분주하다. 특별히 클리포드 거주 프리랜서 바니 화이트헤드(Bonnie Whitehead)씨는 진현씨의 졸업식에 부모와 함께 참석, 그에 관한 기사를 여러 신문사에 기고했다. 아래 사진도 화이트헤드씨의 것임을 밝힌다. 현재 지역신문 Town Crier, The Wellington Advertiger, The Minto Express 등의 신문에서 그를 소개했으며, 이 신문들은 클리포드, 해리스튼, 마일드메이, 팔머스톤등의 지역을 망라한다. 박씨의 소식은 민들레 홀씨처럼 앞으로도 많은 곳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현재 35살이 되는 박진현씨는 보던(Borden) 기지에 있는 캐나다군 우주항공 기술 공학 학교(Canadian Forces School of Areospace Technology & Engineering)에서 실시된 3년 과정 항공전자공학 코스(Avionics Technician Course 1101)에서 최고의 점수로 졸업했다. 졸업식은 지난 1월 31일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박씨는 아카데믹 최우수상을 받았고, 두개의 견장과 뱃지를 수여받았다.
지역 신문에 소개된 박진현씨. 사진 바니 화이트헤드.
직업군인으로 이 학교에 들어간 박진현씨는 대학시절부터 항공공학 공부를 해온 수재들과 겨뤘는데, 80명 입학생중 9명만 남은 그 혹독한 수학과정중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아, 그 방면의 차세대로 주목받게 됐다.
박씨는 현재 트렌튼 (Treton) 기지로 옮겼으며, 앞으로 미국쪽으로 가서 4개월간 훈련을 마치면, 거대한 항공기에 탑승해 컴퓨터 시스템을 관리, 점검하는 전문가로 일하게 된다. 박씨는 조정사 공부를 할 생각도 하고 있으며, 자신이 수학한 학교에서 후학들을 길러낼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앞으로 5년간 직업군인으로서 복무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그 이후로는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사실, 그냥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의 뉴스가 캐나다 시골 오지에 있는 필자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박진현씨가 내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내가 거주하는 곳으로부터 10분 거리에 있는, 아주 가까운 이웃 한인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박기호씨와 경순씨는 아들에게 "이런 일이 있을수록, 겸손하라"고 주문한다. 아들의 졸업식장에 가기전까지는 아들의 성취에 대해 짐작하지 못했던 그들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하다. 그러나 아들 박진현씨가 어떤 중요한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는지, 차차로 알아가는 중이다.
아들이 공군에 들어가고 학교를 입학할때 입학사정이 까다로왔지만, 심사위원들은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고 당사자에게 말해줬다고 한다. 아버지 박기호씨에 따르면, 전세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항공기술자로서 아들이 한국인이었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부연 설명했다.
직업으로 볼때 캐나다 군인이란 것이, 연봉, 대우, 환경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아들을 통해 절감하고 있다. 공군에 들어간 뒤 아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훌쩍 성장했음을 피부로 느낀다. 뛰어난 아이큐(I.Q. 157)를 지녔지만,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던 아들에게 염려의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에서 한시름 놓게 됐다.
박진현씨는 부모를 도와 클리포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진"으로 불리는 그가, 동네의 자랑이 된 이유중 하나이다. 젊은 시절 방황하던 그가, 스스로 길을 찾고, 그 길에서 우뚝 섰으니, 박씨 부부에게는 아들이 지금처럼만 열심히 생활해주길 바랄뿐이다. 갓 고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에 이민온 박씨는 두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정통한 인재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기회가 된다면 진현씨를 만나, 공부에 얽힌 이야기와, 항공공학에 대해 문외한의 입장에서 물어보고 싶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캐나다 공군의 길, 그것도 항공전자공학 분야의 박진현씨가 앞으론 글자그대로 하늘을 비상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라는 배경과 캐나다라는 배경을 모두 짊어진 이민 1.5세로, 그의 꿈이 마음껏 날아오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