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호숫가 ..포트 엘긴
3월 17일 해지는 시간 7시 20분..
한퀘에 두세건씩 건져내자,가 나의 모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한가지도 제대로 되는 게 없기 쉽상이다.
단 한가지를 위해서 차를 달렸다.
아주 작은 혹을 하나 붙였구나.
"딱히 볼 필요없는 시장보기"를 얹었다.
만만한 것이 포트 엘긴 비치다.
CAW 길로 가보고 싶었다.
물가는 있는데, 적당히 차를 댈 곳이 없다.
여름에 수영도 하곤 하던 곳에는 모래밭 보호 차원인지,
낮은 울타리가 쳐져있다.
메인 비치로 차를 돌린다.
7시 20분 해지는 시간이라는데,
7시 15분이다.
날은 맑았고, 바람은 살랑이고, 사람들은 오랫만의 훈풍에 호숫가로들 많이 나왔다.
얼음조각은 요 며칠사이에 하나도 남김없이 풀어졌다.
7시 20분이면 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그쯤부터가 시작이다.
해가 선명하게 나오기 위해선, 약간 어둡게 촬영해야 했다. 무언가가 주목을 받기 위해 주변이 희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밑의 사진은 주변과 함께 해를 담은 것이고..
해는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기술이 없어서, 그 색을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시간적으론 완벽했다.
처음 발을 디딘곳으로부터, 북쪽으로 자꾸 올라갔다.
둑방너머의 해를 조금 더 가까이 잡기 위해서, 둑방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둑방은 물과 물 사이에 만들어져, 여름엔 아이들의 다이빙터가 되기도 하고,
낚시꾼들을 간간히 볼 수도 있다.
연인들에겐, 물소리를 들으며 산보할 수 있는 시원한 길이 되기도 하고
물맛이 그리운 이들은 둑방밑으로 내려가 물과 조우할 수도 있는 다목적길이다.
오른쪽으론 돌로 쌓은 돌길이, 왼쪽으론 시멘트길이다.
넉넉한 모래밭에서 개에게 공을 던져주며 노는 사람부터,
낚시꾼, 유모차를 미는 사람들...
모두가 숨죽이는 시간이 있다.
바로 해가 물 뒤로 넘어가는 그 순간..
포트엘긴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해돋는 작업을 하러 캐나다 반대편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해를 배웅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해를 중심해 사진을 찍고 차에 올랐더니, 7시 55분이다.
신문사에서 말하는 해지는 시각은 무엇을 기준으로 했나, 잠시 어리둥절이다.
물론 물뒤로 넘어간 뒤에까지 사진기를 누르긴 하였으나,
해가 넘어간 시간은 7시 40분쯤 되었던 것 같다.
신문사가 있는 오웬사운드 해지는 시각과 포트엘긴의 해지는 시각이 다른가 보다.
아니면, 사람들의 계량에 따라서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해의 "컨디션"일지도 모른다.^^
어쨋든 해가 나를 기다려줬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고마와하자...
잘된 사진은 없지만,
봄바람에 끌려나온 노을맞이 동네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뷰 파인터를 통해서 그리고 맨눈으로 본 해는..
나에게 이글거리는 제 온 가슴을 보여주었다.
댓가를 요구하지 않고.
분명 누군가에게 빚지는 삶이다.
구름 한점 없는 봄날 오후였다.
해가 진뒤에도 한참 동안,
그 온화한 빛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