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위반 티켓 에피소드
언덕위로 차를 몰았다. 차가 드문 지방의 작은 도로이다. 앞쪽에서 오는 차에 불이 들어온다. 경찰차다. 사이렌 소리는 없어도 대낮에도 휘번덕이는 조명등이 화려하다. 뭔가 섬뜩하다. 내 차를 지나쳐가는 경찰의 눈빛을 본 것도 같다. 백미러를 통해 보니, 그 차가 한바퀴 회전해서, 내 뒤를 쫓아온다. 내게 잘못이 있구나..
바로 갓길에 차를 댔다. 경찰과의 만남을 두려워해서, 그들과 나눌 짧은 영어 대화와, 그의 말을 이해하는 것 때문에, 운전을 조심했었는데, 마침내 그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의 대화도 이해도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게 성장했고, 경찰에 잡히는 것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알만큼 나이도 들어버렸다. 근 20여년만에 처음 걸린 것이니…
그가 다가왔다. 속도위반이란다. 운전면허증과 오너쉽, 인슈런스 카드를 내놓으란다. 코가 위로 벌러덩하게 찍힌, 이상스런 사진의 라이센스와 기타 등등을 챙겨서 주었다.
날은 좋았다. 그 경찰은 나의 운전기록을 조회하고 있을 것이다. 운전연습할때,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의 차 뒤꽁무니를 살짝 박았던 적이 있다. 그때 너무 놀라서, 뺑소니를 쳤었다. 누군가는 아직도 “얼굴없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스카보로의 쇼핑몰에서 차 뒤퉁수를 박힌 그 재수없는 날과 함께.. 아, 그리고 최근에 또 한번의 실수가 있었구나.
그날 둘째와 함께 타운에 나갔다가 길가 주차장에서 뒷차를 살짝 긁은 적이 있다. 그때는 목격자도 많아서, 경찰에 신고했노라며, 젊은 청년이 다가왔고, 우리들이 어쩌나 살펴보는 눈동자도 많았다. "너희들이 그렇게 감시안해도, 나도 신고하고, 기다리고 했을 거거든?" 속에서 이런말들이 올라왔었다. 경찰이 오고, 차 주인이 나타날때까지 그곳에서 서성이며 기다렸는데, 차 주인은 “헌차이고 그다지 많이 상하지 않았으니 일없다”면서 우리를 용서했다. 경찰은 그런 그녀에게 만약에라도 마음이 바뀌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주기까지 했다. 마음좋은 여자를 만나, 그날의 작은 사고도 “기록”없이 넘어가게 되었다.
남편이 몇번의 티켓과, 차를 굴려먹기까지 할 동안, 운전은 잘 못하지만 사고는 없었는데, 드디어 내게도 기록이 생기게 되었구나, 창밖 조용한 들판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한 15분 정도 흐른후, 경찰이 다가왔다. 80km 구간인데 107km여서 잡았다. 100km를 넘기지만 않았어도 잡진 않았을 거다. 20km 이상 넘어가면, 문제가 복잡해져서 99km로 달린 것으로 낮춰 준다. 벌금은 62.50센트이다. 이 벌금을 내던지, 다른 방법을 취하든지 하라,면서 노란 티켓과 하얀 종이를 준다. 나는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티켓을 자세히 읽어보니, 3가지 선택사항이 있다. 경찰의 벌금고지를 *옵션1..“완전인정”하고, 벌금을 내는 것과, *옵션2..잘못은 인정하지만, 설명을 하고 싶다는 것과, *옵션3..인정하지 않고, 법에서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경찰 티켓을 받으면, 무조건 벌금을 낼 것이 아니라, 다른 두가지 옵션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벌금도 높지 않고, 해서 벌금을 낼 마음이 거진 90%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29km까지 오버한 것은 벌점 3점에 해당한다. 벌점 9점이 되면, 경고를 받고 12점이 되면 운전면허증을 빼앗기게 된다고 한다. 1점이라도 벌점이 있으면, 보험금도 올라간다.
내 티켓에 대해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실, 이런 소소한 일을 화제에 올리는 편이 아닌데, 최근에 만난 사람들이 이런 “소소한” 문제를 말할 수 있는 가까운 지인들이었다. 모두가 비슷한 경험이 있고, 또 나를 위해서 조언들을 해주기 시작했다.
옵션 2에 해당하는 “잘못을 인정하지만, 설명”을 하는 것도, 벌금과 벌점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 했다. 무슨 이유가 있을 수 있느냐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인 부분”에서 호소한다 하였다. 요즘 생활이 어렵다는 둥, 직업을 잃어버렸다는 둥, 그런 이야기들로 판사에게서 벌금감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는 겨우 60여 달러인데, 낼 형편이 안된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했더니, 같이 있던 사람들이 요즘 대학생 아이들 학자금 대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라면서 우리는 같이 폭소했다.
옵션2를 자세히 읽어보니, 내가 걸린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법원인 오웬 사운드에 아침 9시에 칼같이 출정하라 하였다. 그러면 판사가 사정을 들어보고, 선처를 내려준단다. 제부는 경험상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한다.
며칠전 만난 동네 언니들도 내 티켓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조언들을 해줬다. 티켓에 벌점 3점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점과, 경찰이 벌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아마도 벌점이 부과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비췄다. 사실 내가 법정에 간다면, “벌점”이 있는 것이 부담스럽고, 두렵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벌점이 없다면, 법원에 가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경험상” 법원에 가보려고 했던 마음은 잠자리에 들때까지 정리가 되지않았다. 법원에 가려면 적어도 7시에는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데, 그 다음날 컨디션에 맡겨보기로 하였다.
오웬 사운드를 어쨋든 가야하는 이틀전 수요일, 7시쯤 눈이 뜨였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법원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옵션1을 선택해서 돈을 부치리라 했다. 흰 종이에 인적사항을 적고보니, “법을 어긴날짜”를 적는 난이 있다. 기억도 생생한 3월 21일. 그래서 티켓을 보니, 날짜가 이상하게 적혀있다. “2012 03 21” 이렇게 되어 있어야 하는데, “2012 03 2”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3월 2일에 일어난 사건처럼도 보인다. 위반날로부터 15일 이내에 벌금을 내야 하는데 말이다. 3월 2일이었으면 “2012 03 02”여야 하는데, 경찰이 무슨 일이 바빴는지, 21일을 기록한다는 것이 2로 끝낸 것이다.
“이거 잘못하면, 날짜가 지나서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겠는걸? 이걸 어쩐다”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법을 어긴날을 적는 난에 3월 21일이라고 적어서, 수표와 함께 동봉해서 보냈다. 그것이 이틀전 수요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전화가 왔다. 오웬 사운드 법원이란다.
내 파일이 기각됐다는 것이다.(잘 못알아들었지만, 기각이라는 말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그게 어쩐 일이냐고 했더니, 날짜가 잘못돼서, 파일을 접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화를 건 여성에게,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원래 3월 21일인데, 경찰이 날짜를 잘못 기재한 것을 발견했다고 하니, 그런 이유로 수표를 접수하지 않고 돌려보내겠다고 전해준다.
수표를 돌려보낸다고? 그 다음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댄다.
아, 민주주의의 너그러움이여. 명백한 위법에도, 설명도 하게 하고, 법정까지 끌고 갈수도 있고, 또 이렇게 경찰의 잘못으로 “없던 일”이 되는 일도 생긴다.
옵션 3을 선택했던 사람들중에는 법정에 간날, 담당 경찰이 안 나오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면 판사의 재량으로 “벌금이나 벌점”이 감해지는 일이 빈번하다 하였다. 이런 모든 일에 정부 돈이 들어가기에, 그렇게 자주 이용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호소할 수 있는 제도이겠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개, 걸, 윷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티켓 사건이었다. 그래도 이런 여러가지 혼란을 방지하려면, 속도는 꼭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