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그리고 우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김영희씨 출판기념회

mindylee 2012. 4. 20. 02:35

이생진 시인과 (글로) 만났다. 김영희씨 출판기념회에서 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의 저자 한호림씨도 만났다. 그분은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셨다. 그분과 인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유명한 저자이므로 나는 그를 안다. 김영희씨 출판기념회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어서, 한호림씨를 보는 순간 "그 단어"가 연상되었다.


나와 김영희(킴벌리)씨의 이야기가 그렇다. 우리들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드레스를 어디서 샀냐, 묻지 마라. 또 그에 맞는 구두는 어떻게 마련했냐 묻지 말라. 명색이 MC라고, 자리에 흠을 줄수는 없어서, 평소 입지 않는 스타일을 연출했다. 머리에 힘도 줬다. MC는 Master of Ceremonies의 약자라고 영희씨가 말해줬다. 출연자들을 호명하는 그중 할만한 역할이라고 내가 비중을 낮춰 이야기했더니, 그녀가 그 기념식을 주관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못박았다. 사회자 제안을 출판기념회 며칠전에 받았다. 그날 사회를 맡기로 했던 사람이 사정상 불참하게 되어, 어쩔수 없다고 맡아달라고 한다. 나는 은근 "용감"하다. 누구나 마음먹으면 "용감"해질수 있다.


출판기념회는 총 40분에 맞춰달라고 주문이 들어왔다. 그 자리에 참석하는 연세드신 분들이 점심식사 시간이 늦어지면, 힘들어한다는 말이었다. 아마도 당뇨가 있으신 분이 있는가 보다. 김영희씨가 명명한 킴사모(킴벌리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들은 70대, 80대 들이라 하였다. 나의 군더더기 말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출판기념회는 14일 정오 12시, 토론토 세인트 마크 장로교회에서 열렸다. 

제이콥 리 목사의 축하와 감사의 기도를 시작으로 원옥재 문협전회장의 격려사가 있었다. 원옥재씨는 오래전부터 차세대 리더로 점찍었던 김영희씨가 이렇게 일을 벌였다며, 말을 잘하고, 열정과 끼로 똘똘 뭉친 여자라고 작가를 소개했다. 그는 "작은 거인"으로 김영희씨를 표현하며, 정진하기를 당부했다. 채성수씨의 기타반주로 이영실씨가 You raise me up을 열창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청중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듯하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박성민씨는 독후감 발표에서 "어둡고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지 않고, 진솔하게 드러내보인 점"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작은 거인 김영희씨.. 한복문화연구원이 후원한 한복을 입었다.


한국에 이생진 시인이 있다. 섬과 바다에 관한 시인으로 알려진 그는 현재 84세의 노인 시인으로 투박하면서 바다의 철학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국민들의 애송시로 알려져 있다. 그 시인이 김영희씨의 책을 읽고, 시를 보내왔다. 이 시인의 시를 낭송한 서민정씨는 "김영희씨는 존경하는 이생진 시인에게 시를 하사받은 복많은 여인"이라고 말하며, 감성적인 목소리로 시를 읽었다.



가난의 분배


-김영희의『 행복한 기적 』


                           이생진 

 

재물을 공평하게 분배하기란 어렵다

정신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난을 이야기 하면 아프고

부富를 이야기하면 풍요로운 시장바닥에서

가난과 절망만 배당 받은 사람의 책을 읽는다

왜 이렇게 죄 없는 유아기부터 불공평한 분배를 받아야 하나

인생은? 하고 읽기 시작한다

이름난 영웅전도 아니고 많이 읽힌 위인전도 아닌

그저 죽어라 하고 가난과 싸운 끝에 겨우 숨을 돌린 신인전新人傳

김영희의『행복한 기적』을 읽는다

내가 쓰다가 연필이 부러질 것 같아 포기한 이야기 같은 이야기를

김영희는 칼을 뽑듯 연필을 뽑아 가난을 쓴다

가난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던 어머니와

술과 방탕으로 소일하던 아버지

남의 집 단칸방에서 4남매가 오그리고 살던  

지긋지긋한 세월을 몽당연필로 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절벽 삼류극장 찢어진 스크린에서 그레고리 펙을 보고

서러움을 푸는 굴뚝을 만나듯 의지를 가다듬었다는 김영희

그 아픈 가슴

나는 그 가슴을 어루만지듯 무거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행복한 기적’

방금 나온 책

그렇지만 가슴이 아파 더 못 읽겠다

슬픈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 붓기 때문에

다른 것을 읽고 싶을 때 그의 프로필 사진은 얄밉게 웃는다

책을 덮을까 하다가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읽었다

누가 묻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다시 살겠느냐?”

“네”하고 대답한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흘렸던 눈물을 다시 흘리겠다는 김영희

이것이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을까

이를 악물고 덤비는 의지 없이

(2012.2.5)

 

*행복한 기적 : 김영희 저(다밋. 2012)

                                                                                              

오랜만에 시가, 음악으로, 절규로, 호소로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김영희씨는 이 시인이 보낸 시를 읽고,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들이 나눈 감동을 나눠받는 자리였다. 그녀의 가난앞에 무너지는 시인과 같은 마음이 된다. 그러나 작가는 무너지는 마음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시인의 "프로필 사진은 얄밉게 웃는다"는 글에 걸린다. 그녀는 프로필 사진처럼 구김이 없다. 


김광웅 유공자협회 전회장이 자신의 부인의 대변인으로 김영희씨를 소개한 다음, 김영희씨는 인생의 멘토가 된 고등학교때 스승 이선자 선생에 대한 글을 낭송했다. 이선자 선생의 사촌동생이 먼곳 미시사가로부터 이날 참석해서인지, 그녀의 마음이 어려웠지만 꿈이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 목소리가 차츰 젖어간다. 마지막으로 섹소폰 연주자 남영일씨는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한후 트로트 곡을 연이어 연주, 참석자들을 클라식의 세계에서 감성의 세계로 순식간에 이동, 잔치 분위기를 조성했다.




저자 사인을 해주는 김영희씨(왼쪽)와 축하자 김경순씨.


이 행사를 후원한 포토에세이는 전체 기념사진과 스냅사진을 맡았고,  킴사모는 음식으로, 한복문화연구원과 재카 경복여상 동문회가 여러 방면으로 이 행사를 후원했다. 


출판기념회 순서지에는 이런 문귀가 있다.


"저능아, 가난벵이, 원치 않았던 자식, 이것이 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털어내고 한 많은 이세상을 한없이 살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캐나다 아리랑을 부르면서 청소부, 웨이트리스, 이발사 보조, 가게 점원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꿈을 키워 나갔다. 반짝이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나는 열정과 꿈이라는 양날의 칼자루를 잡고 바람 부는 언덕에서 앞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니 한국인 엄마가 캐나다에서 낳은 세 아이를 기르게 됐다. 소리를 꽥! 지르고 회초리를 들었더니 네 살짜리 딸아이가 어린이 권리를 읊어대며 경찰을 부르겠다고 난리는 부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겨우겨우 길러놨더니 셋 다 학습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남편과 나는 인내를 갖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행복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행복은 나 자신과 나, 둘만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약속이니까 말이다."


여러곳에서 많은 분들이 모였다. 사교적이었다면 다과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련만, 멍석을 펴주지 않으면 졸아붓는 가슴 때문에 더 큰 만남을 이끌어낼수는 없었다. 그래도 시골살이 10여년 이전에 토론토에서 알았던 몇몇의 얼굴들과 해후하고, 누구의 표현대로 "청양고추" 같은 김영희씨의 잔치에 일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먼길 달려간 보람이 있었다. 이제 "행복한 기적"을 손에 들고 그녀가 걸어온 길을 함께 다녀봐야겠다. 그녀의 만만찮은 인생역정이 순식간에 읽힐 것만 같다.  그러니, 아직도 꼬리가 끝나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