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그리고 우리

LPGA를 주름잡는 한국여자 선수들..

mindylee 2012. 6. 23. 03:10



5번홀에서 미셀 위의 두번째 샷. 21일 라운딩에서 미셀 위는 -1언더파로 마감했다.(사진은 LPGA 공식웹사이트에서)


온타리오 중간 도시쯤 되는 워털루가 바쁘다.

늘씬한 한국아가씨들이 이곳저곳에 출몰하고 있다.

한국식품점에서도, 한국식당에서도.. 웬 낯설고 아름다운 아가씨들인가? 의아해들 한다.


매니아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지만... 그들은 프로골퍼들이다.

매뉴얼라이프 파이낸시얼 LPGA 클라식 골프대회가 워털루 그레이 사일로 골프 코스(Grey Silo Golf Course)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국적을 가진 선수들만도 20명이 넘고, 동포들까지 합치면 39명에 이르는 선수들이 모였다. 전체 144명 선수들이니, 거진 30%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이 대회의 전체 상금이 1.3밀리언 달러이니, 쟁쟁한 선수들이 구름떼같이 모여들었겠다.


텔레비전에서 가끔씩 보았던 골프 갤러리의 일원이 되는 행운을 잡았다. 

사연인즉 이렇다. 워털루에서 한국식품을 경영하는 오빠는 작년에 티칭 프로 자격을 땄다. 지역 한인들에게 골프 레슨도 시켜주고, 골프에 밀접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회가 열리는데, 함께 갈 의사가 있는지. 물론 티켓을 구입해 놓겠다는 이야기다.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지만, 그렇게 무모한 사람은 아니고, 새로운 것이라 한번 경험하고 싶었다. 직접하는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실속주의자"이긴 하지만, 우리 부부가 오빠와의 우애를 다지면서, 언제 그런 기회를 얻겠냐 싶었던 거다. 한 골프하는 오빠에게 해설을 들을 수 있을테니 그것도 좋고.


대회속으로 들어가보자.


21일 목요일부터 24일 일요일까지 열린다. 선수들은 매일 라운딩을 하고, 이틀 동안의 합계로 본선진출자가 정해진다. 144명의 골퍼중에서 절반 정도가 올라간다고 알고있다. 본선대회는 토요일, 일요일 치러진다.

우리는 21일 첫날 게임을 참관했다. LPGA 게임이 열리는 골프장 주변에 큰 들을 정리해서 주차장을 조성했다. 밭의 작물을 베어내고 주차장을 만든듯, 울퉁불퉁했다. 그래도 수많은 차들을 주차할 수 있도록 길을 냈고, 골프장까지는 스쿠울 버스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실어날랐다. 경찰들은 곳곳에 배치돼, 사람들을 안내해서, 혼잡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날은 인파가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되니, 임시주차장, 임시도로를 지키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발길과 손길이 바빠지겠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우선 가방검사를 했다. 사진기와 음식물 반입이 되지 않았다. 카메라 가방을 맡기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말이다.


한 장소에 자리를 마련하고 관람하는 사람들과, 선수들을 쫓아다니며 관람하는 사람들로 나뉘는 것 같다. 한곳에 앉은 사람들중에도 차양이 쳐지고, 높이 만들어진 지정석은 아마도, 비싼 티켓값을 치렀을만하다. 지정석에 따라서 200달러에서 300달러까지 한단다. 오빠가 우리를 위해 구입한 티켓은 할인가격으로 일인당 25달러짜리라고 했다.


그룹 17에 있는 박인비, 유소연, 비트리즈 레카리 팀의 경기를 많이 지켜봤다. 한국선수가 2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는 데다, 사촌오빠는 전날 박인비에게서 특별히 골프공을 선물받아, 마음이 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골프장에는 장내방송이 없고, 오로지 골퍼들을 뒤따라 다니는 상황판을 확인해야 선수들의 이름을 확인할수 있는데, 팜플렛에서 선수명단과 상황판을 맞춰보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원하는 선수들이 어떤 홀에서 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계산하는 것도, 그들의 티타임 시간과 어느정도 앞으로 나아갔을 지 산수를 해봐야 조금씩 감이 잡혔다.


이름이 유명한 미셀 위를 그렇게 해서 찾아냈다. 미셀 위는 그야말로 갤러리를 몰고다닐만한 포스를 지녔다. 아름다운 몸매와 반듯한 걸음, 신중한 한타 한타, 보는 사람들의 호흡을 일순간 정지시키게 만든다. 미셀 위는 이번 1라운딩을 마이너스1로 잡아냈다. 1등이 -8로 끝낸 것을 보면, 그녀의 성적은 중위권쯤 되어 보인다. 그래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상업적인 가치는 그녀의 실력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였다. 이 그룹에는 우승 강력 후보인 중국인 선수 샨샨 펭이 있었는데, 그녀의 스타일은 볼품이 없었다. 미셀위와 비교하면 말이다. 펭 선수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한국"사람들은 외모에 집착한다.



1라운딩을 성적1위로 마감한 샌드라 Changkija양.. (사진은 LPGA 공식웹사이트에서)


골프 대회를 보면서 느낀 점은, 골프는 참으로 조용한 운동이라는 것, 선수들이 샷을 날리기 전에 사람들앞에 두팔을 벌리고, 조용히 할것을 명령하는 사람들이 선다. 그 시간은 움직이면 안된다. 모두가 숨죽이고, 골퍼를 주시한다. 그들과 호흡을 나누고, 그들의 타력에 힘을 실어준다. 푸른 들판에서 공과, 골프채와 그것을 주시하는 선수... 그리고 공을 따라 눈과 목을 돌리는 사람들.. 그런 다음에 박수와 한탄이 쏟아진다. 제대로 떨어진 공이면 사람들은 탄성으로, 그렇지 않으면 조용한 한탄으로.. 


사실 골프를 좋아하진 않는다. 너무 긴 시간 동안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 내 체력으로는 한계인 것도 같다. 일년에 한두번 골프를 치는 주제에 골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할 자격은 없지만, 일단 "조용하다는 것"은 마음에 든다.^^


여자 골프선수들의 캐디는 모두 남자라는 사실, 그리고 "거좀 조용히들 하시오!"라고 한무리의 사람들에게 소리쳤던 한 캐디의 신경질적인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사촌오빠의 설명에 의하면,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은 그다지 어려운 골프장은 아니란다. 오빠도 이곳에서 -2로 마감했던 적이 있었단다. 그렇다면, 프로로 나가라고, 우리들은 그를 독려했다. 캐디들과 골퍼들은 가끔씩 잔디를 뽑아 던져본다. 그날의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보는 것이리라. 미세한 것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 프로선수들이라면, 그날의 컨디션이 점수에 많이 좌우를 할 것 같기도 하다. 선수들은 한홀을 끝내고 다음홀로 갈때, 사람들곁에 가까이 지나가는데, 그럴때 한국선수들이면, 한국말로 응원해줬는데, 그런 다음에 점수가 잘 안나오면, "고얀히 화이팅해줬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많은 함성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조용한 지켜봄만이 충분한 건지, 선수들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이겠지만, 짐잠할수 없었다.



골프 관람을 마치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일식집에 들렀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전날 최나연 선수가 들렀었다며 좋아했다. 최선수도 이번 대회 우승후보중 하나란다. (사진은 LPGA 공식웹사이트에서)


한국선수들은 그 숫자면에서도, 성적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니, 이것이 국력의 한 상징같기도 해서, 어째 조금은 어깨가 거들먹거렸다. 3시간, 선수들을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더니, 더이상 걸을 수 없을만큼 지쳐가기 시작했다. 지금 집에서 생각하니, 한군데 앉아서 선수들을 한명씩 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팜플렛에는 11개의 메이플 잎사귀가 이름 옆에 새겨져있다. 캐나다 선수들인 것이다. 그중에는 동포선수 레베카 Lee양도 끼어있다. 그런데 캐나다 선수들은 우리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캐네디언 맞아?"


모두가 아는 이야기겠지만, 골프는 점수가 작을수록 성적이 높다. 이번 골프대회가 열린 그레이 사일로 골프 코스는 총 6354야드로 파 71의 골프장이다. 이 말은 18홀을 돌며  공을 홀안에 넣는 숫자가 71타면, "파"를 했고, 이를 "이븐even"했다고 한다. 71타보다 낮은 점수로 마감하면 언더 파 했다고 하고 71타를 넘으면 오버타한다고 한다. 


1라운딩의 1등은 8언더파를 친 센드라 창키자(Sandra Changkija, 미국) 였다. 한국 선수로는 서희경(Hee Kyung Seo)이 5언더파를 쳤다. 그 뒤로 최셀라, 유선영등이 따르고 있다. www.lpga.com 에 가면 실시간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다.


이글을 쓰면서 LPGA 공식 웹사이트의 성적표를 보니, 한국의 서희경 선수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체 성적은 일요일 오후에나 나올 예정이며, 4라운딩을 모두 성공적으로 쳐야 하는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편 한국 국적의 선수들만도 허미정, 곽민서, 이선화, 장정, 양에이미, 김I.K., 박진영, 이일희, 유소연, 이재영, 박혜영, 신제니, 강해지, 김유경양등이 출전했다. 한국의 미디어에서는 "태극낭자"들의 선전을 바라는 기사들이 많았다. 나는 "한국 아가씨"들이라 말하겠다. 한국 아가씨들의 건강한 아름다움과 스포츠맨쉽, 그러면서도 관람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반듯한 포즈와 시선을 끄는 단아한 패션등.. 모든 것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챔피언 트로피까지 거머쥐기를 바란다. 




                                                                  

 LPGA 경기를 봤다는 인증샷(?) 버스정류장에서.(남편과 오빠)



모자에 유소연양의 친필 사인을 받고... (어린애 같기는 ㅋㅋ) 

티칭 프로 유인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