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스 카운티 산책

가을이여 안녕

mindylee 2005. 10. 29. 09:54

10월이 가기전에 몇장면을 더 담아놓으려 했다.

그런데, 그만 사진기가 고장나고 말았다.

둘째가 갖고 놀았는데,

그 뒤끝이었는지, 좋은 광경앞에서 사진기를 누르니 작동을 하지 않는다.

 

그 애를 야단을 치고나니,

무엇에든 과한 애착이 낳는 부작용을 느끼게 된다.

 

올해의 가을은 그냥 여기 몇장의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는 가을의 여자도 아니고,

오히려 찬란한 여름을 더욱 좋아하지 않았나.

 

정적이면서, 사색하게 하는 이 계절에 빠져보려던 계획이 무산되어 못내 아쉽기도 하다.

 

다시 토론토로 가서 고치든지 바꾸던지 해야하니,

며칠간은 "별볼일"이 없을 것 같아 조금 슬프다.

 

 

마음이 굽어졌다가도, 아이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받으면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는 것같이,

너른 들판이 나에게 그 비슷한 것을 주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같은..

 

나는 진짜 시골사람은 아니다.

모든 것에 수준이 있듯이,

나는 다운타운에 사는 이웃과 어깨를 마주하고 사는 마을사람이지,

이웃이 없는 시골사람과는 그 격이 틀리다.

길을 가다가 농토를 뒷배경으로하여, 깊숙히 들어가있는 농가에 사는 사람들만이,

"시골사람"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시골에 살면,

한번 껄껄소리내어, 크게 웃고싶다.

혹은 아이들에게 고함같은 고함을 쳐보고도 싶다.

 

이웃이 없는 농가..

 

요즘엔 또 엉뚱한 것을 꿈꾼다.

 

 

 

 

 

 

페이슬리를 막 벗어나서. 말 두마리가 한가롭게 있는 풍경

 

 

어느 순간, 약속이나 한듯이 옷을 우수수 벗어버리는 가을나무를 지켜볼수 있었다.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광경을 "데모대"에 표현했던 그 시인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페이슬리로 들어서는 부루스 로드 1번길.. 하얀 물탱크가 보이는 곳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완벽한 구도를 갖추고 언제나 그곳에 있는 자연들.. 애정이 스며나가고,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매일 조금씩...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