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여 안녕
10월이 가기전에 몇장면을 더 담아놓으려 했다.
그런데, 그만 사진기가 고장나고 말았다.
둘째가 갖고 놀았는데,
그 뒤끝이었는지, 좋은 광경앞에서 사진기를 누르니 작동을 하지 않는다.
그 애를 야단을 치고나니,
무엇에든 과한 애착이 낳는 부작용을 느끼게 된다.
올해의 가을은 그냥 여기 몇장의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는 가을의 여자도 아니고,
오히려 찬란한 여름을 더욱 좋아하지 않았나.
정적이면서, 사색하게 하는 이 계절에 빠져보려던 계획이 무산되어 못내 아쉽기도 하다.
다시 토론토로 가서 고치든지 바꾸던지 해야하니,
며칠간은 "별볼일"이 없을 것 같아 조금 슬프다.
마음이 굽어졌다가도, 아이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받으면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는 것같이,
너른 들판이 나에게 그 비슷한 것을 주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같은..
나는 진짜 시골사람은 아니다.
모든 것에 수준이 있듯이,
나는 다운타운에 사는 이웃과 어깨를 마주하고 사는 마을사람이지,
이웃이 없는 시골사람과는 그 격이 틀리다.
길을 가다가 농토를 뒷배경으로하여, 깊숙히 들어가있는 농가에 사는 사람들만이,
"시골사람"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시골에 살면,
한번 껄껄소리내어, 크게 웃고싶다.
혹은 아이들에게 고함같은 고함을 쳐보고도 싶다.
이웃이 없는 농가..
요즘엔 또 엉뚱한 것을 꿈꾼다.
페이슬리를 막 벗어나서. 말 두마리가 한가롭게 있는 풍경
어느 순간, 약속이나 한듯이 옷을 우수수 벗어버리는 가을나무를 지켜볼수 있었다.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광경을 "데모대"에 표현했던 그 시인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페이슬리로 들어서는 부루스 로드 1번길.. 하얀 물탱크가 보이는 곳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완벽한 구도를 갖추고 언제나 그곳에 있는 자연들.. 애정이 스며나가고,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매일 조금씩...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