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째날에는 슈피리어호 국립공원까지 드라이브를 했다. 쪽빛 호숫물을 볼 수 있었다. 점심을 외식을 하자면서 나갔는데, 인가가 보이지 않아, 국립공원안에 들어가 물어보니, 한 50분을 운전하고 가야, 식당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캠핑 사이트로 와서 늦은 점심을 맛있게 지어먹는다.
수센마리에는 원주민 문화가 짙게 배어있었다. 그들의 조각품, 가죽제품, 발의 생김새와 꼭같이 생긴 원주민 신발제품, 손으로 깍아만든 각종 일상용품, 북 장고같이 생긴 악기등... 이런 것들을 파는 가게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일반 가게라기 보다는 전시장이나 박물관 수준으로까지 보였다.
슈피리어 국립공원안에 있는 풍경. 슈피리어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로 알려져있다.
그들이 손으로 만든 잼과 과자를 공짜로 주는 인심도 만날 수 있었다. 인색하게 생각하면 관광객 유치 차원으로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내눈에는 그들의 문화를 자랑하는 것으로 보였다. 가죽을 둘러걸치고, 천막에서 수공예를 하면서 사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사실 캠핑의 의미는 온갖 문명에서 벗어나서, 자연으로 살아본다는 의미가 있다. 마치 원주민들처럼. 요즘은 딱딱한 텐트에서 자지못하는 고급병이 들려서 이렇게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면서 욕을 보지만, 어쨋든 자연을 찾는 인간들의 마음은 회귀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수센마리 관광청에서 보내준 작은 책자와 현지에서 얻은 잡지를 보면 할것도 많고 볼것도 많다.
새들이 많이 나온다는 호박곶(Pumpkin point)을 오는 첫날 찾아갔지만, 찾는데 실패했다. 잘곳을 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여러군데를 헤매고 다닐수가 없어서 그쯤에서 포기했다. 그리고 마지막날 찾아간 동물원(Spruce Haven Zoo)은 작은 동물들을 쓰다듬으며 놀수 있다해서 찾아갔는데, 그렇게 형편없는 동물원은 처음이었다. 작은 우리에 갇혀 졸면서 앉아있는 불쌍한 사자, 32년된 거의 죽어가는 고양이등이 있었고, 우아한 뿔이 달린 암양을 보지 못했다면 얼마나 서운했을지.
배를 들어올려 다른 물길로 나르는 시설을 보기 위해 헤매다가 세인 조셉 섬에까지 들어갔지만, 우리가 보고싶었던 것은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곳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않고, 성공적인 볼거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느끼기도 했다. 사실 수센마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가와 캐년 기차여행인데, 이는 가을에 볼만하며 하루종일 기차를 타야 하는지라, 경제절약차원에서나, 혹 지루할지 몰라 건너뛰었는데, 그안에 광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큰 트레릴러보다 아담한 크기의 캠핑카를 몰고 다니는여행객들도
많다. 몸집은 작지만, 필요한 것은 골고루 갖춘 여행차.
가격이 만만치 않다.
짧은 시간안에 도시와 그 근방을 다 돌아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땅을 밟았다는 것, 가는 길의 산천을 보았다는 것 등으로 만족해야 하는 여행길도 많을 것이다. 특별히 서두르지 않고, 한곳에 머무는 여행을 한번 해보자 했던 우리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지.
어떤 것들에 골똘했나, 잠시 휴식을 갖고 생각하면.
#1.. 어떤 남자
캠핑장에 오는 목적이 "샤워하기"이다. 새벽에 한번, 점심쯤 한번, 기분나면 저녁에도 한번... 그는 캠핑장의 샤워시설이 잘되어 있으면, 만사오케이다. 한가지 더 든다면, 다른 이들의 캠핑장비 살펴보기... ㅋㅋㅋ
#2..어떤 여자
낙조를 찍기 위해서 고개를 이리저리 뺐지만, 방향도 이상한데로 해가 기울어져 간다. 사진기 밧데리 충전기에 문제가 있어서, 사진을 몇장만 찍으면 재충전을 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첫날밤, 먼 호숫가에 빛이 보인다.
늦은 밤에 해가 다시 지려는가 했는데, 그게 그만 달이 떠오르는 것이란다. 깜깜한 밤에 이 장면을 잡기 위해 실력도 안되면서 별짓을 다한다. 삼발이 대신 테이블위에 의자를 놓고, 15초간 빛을 끌어모아 달을 촬영하느라 시간이 활처럼 나른다.
뱃길을 버리고, 육로로 오는 길은 수센마리에서 이름도 이쁜 "에스파놀라"를 지나 과학센터로 유명한 "서드버리" 아래로 해서 페리사운드, 무스코카를 거쳐오는 길로, 대단한 장거리 여행이다. GPS에 따르면 새벽 3시쯤 집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중간에 한번 쉴까, 하는 유혹이 들었으나, 운전사만 괜찮다면 한번 내처 달려보자, 그렇게 마음먹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두 아이중 둘째가 어려움을 호소한다. 밤이 깊어져, 자리이동을 해서 서로간 편안하게 배치하고, 이불을 덮어주며 마음푹놓고 잠을 자라 말해준다.
우리가 캠핑중 밤마다 비쳐주었던 보름달이 이날도 기울어가며, 길을 밝혀주어서 큰 무리가 없었다. 아침에 떠나, 몇군데 들러 집에 오니 새벽 2시30분이다.
잠들었던 아이들을 깨우니, 집에 온 것이 신기하단다. 그리고 아빠에게 대단히 큰 감사를 표했다. 그것만으로도 남편은 충분히 위로를 받았겠다.
세월일까? 해변가에 구르는 자갈처럼 된 것일까?
이번 여행에선 "세월"을 느꼈다. 모났던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에게, 언니와 동생에게 서로 부딪치는 동안 닳고 닳아서, 이제는 서로에게 알맞은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
여행길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긴장"이 양념처럼 끼어들어, 그것을 극복해야하는 "수행자의 길" 이었는데, 그 긴장이 없어진 자리에 서로를 위한 배려가 들어서 있었다.
엄마는 "아이들이 싸우긴 하냐?"고 의아하게 물어보셨다. "웬걸, 자주 싸우는데.."하고 나는 대답했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 여행길에서는 그런 일들이 없었던 듯싶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주니, "귀여운 할머니"앞에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는 게 둘째의 설명이다. 그러고보니, 엄마가 여행인원에 끼어있던 것이 서로간에 예의와, 배려가 솟아난 비밀스런 이유였는가 보다. 옆의 사진을 보라. 귀여운(?) 할머니와 늙은(?) 손녀들을... 그리고 엄마가 준비하신 정갈하신 밑반찬은 우리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었던 것도 기록해야겠다.
이번 여행지에선 썩 대단한 걸 보진 못했지만, 서로간의 믿음을 보았으니, 이제는 가정이라는 5륜마차가 잘 굴러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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