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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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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넘치는 그나라, 대한민국.. 모국방문(끝) 친구 S와 하루 더 시간을 같이 보냈다. 친구는 아버님 간병과, 아버님 간병으로 힘든 어머님을 돌보러 한국에 나와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2달이 넘게 한국에 머물며, 거의 모든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듯 싶었다. 내 심장은 빠른 비트로 뛰는 반면, 종종 한국을 방문하는 그녀의 심장은 한국 사람만큼은 아니어도, 그리 빠른 박자로 뛰는 것은 아님이 곁에서 느껴졌다. 내 방문이 늘어날 때마다 나의 심장박동수도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연로하신 부모님 때문에 고국을 방문하는 이민친구들을 곁에서 보게 된다. 오랫만에 가는 고국에서 부모곁에서만 머물다가, 부모님이 차도가 있어서 오기도 하고, 또 부모님 중 한분과 이별을 하고 오기도 한다. 나같으면 부모님이 병환중에 계시더라도 그다지 심각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
부산땅 드디어 밟다..모국방문(11) "왜 부산에 가고싶어?" 언니는 내게 물어온다. 딱히 멋있게 대답할 말을 못찾았지만, 부산은 이번에 한번 보고야 말겠어, 그런 마음이 있었다. 한국에서 송출하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등에서 부산에서 벌어지는 일이 꽤 많다. 기발하고 엽기적인 사건들의 주인공들도 있고, 유명한 정치인..
나는 캐나다 가족 대표이다 ..모국방문 (10) 둘째이모의 딸 천안언니는 헤어지기 전, 들기름을 꺼냈다. 2병 준비했는데, 한병을 잘 싸려다가 깨뜨려버렸어. 이 한병도 캐나다 가져갈 수 있으려나, 언니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리 말하며 몇겹으로 싸맨 들기름 한병을 줬다. 그리고 딸, 결혼식 축의금이라며 봉투도 줬다. 막내이모 큰딸 인천언니도 소식만 듣고 아무런 것도 못줬다며, 또 봉투를 쥐어준다. 한국에서는 딸 축의금은 부모가 챙기는 거라는 조언을 겸허히 경청하곤, 귀중한 "한국돈"을 잘 사용했다. 작년 딸 결혼식의 축의금을, 액수만 기록하고 일푼도 건드리지 않고 딸네 부부에 주고 났더니, 당연하면서도 무언가 서운한 그런 것이 있었다. 돈 한푼 없이 결혼식을 치루게 돼서 결혼 비용도 사돈댁과 우리가 절반씩 부담했으니, 축의금이 널름널름 넘봐졌던 게 ..
친구소유권도 유효기간이 있다.. 모국방문(9) 기억 재생 버튼을 눌렀더니, 각종 오류 사인이 떴다. "네가 그랬잖아. 너는 인생에 특별한 굴곡이 없어서 작가가 되긴 힘들거야 라고." 어쩌다 "국문과"에 들어왔으나, 아마도 글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같다. 그런 내게 L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 상처가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하는 내게 일종의 면죄부가 되었으니, L에게 큰절이라도 올려야 할판이어서 그때 말했던 그 이야기를 트집잡을 생각으로 꺼낸 말은 아니었다. 그랬는데 L이 펄쩍 뛴다. 자신은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면서. 저 먼 기억속에 있는 또하나의 장면은 이런 것이다. 셋을 기억해야 한다. L과 J와 나. 대학시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나름 삼총사라 불릴 만한 우리들이었다. L과 J가 뭔일인가로 단단히 틀어져 있었다. 평화의 사자를 자처한 ..
그녀와 보낸 시간들.. 모국방문 (8) 나래는 큰딸이다. 집안에 그동안 없던 아이가 생겨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예쁜 생명체가 있다는 것에 나도 감격했었다. 그런데 둘째가 생기면서 그 아이는 아마도 충격을 받았던가 싶다. 동생을 사랑하기 보다는 동생을 밀어뜨려 둘째 머리가 부딪쳐 깨지는 사고도 있었다. 다른 ..
홀로 떠돌다 .. 모국방문 (7) 모범생처럼 새벽이면 눈이 떠졌다. 내 두뇌는 나보다 똑똑해서 한국에서 있는 동안 제대로 보고 듣고 즐기라고, 새벽마다 나를 깨워주었다. 캐나다에서는 아침기상이 늦은 편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비밀을 말할 필요는 없으니,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자. 그날도 일찍 일어나서..
예기치 않은 선물들...모국방문(6) 오늘 갈 거에요? 나를 보면서 묻는 서영이에게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잠시 머릿속에서 말을 찾아야했다. 9살 서영이는 조카의 큰딸이다. 설날 이브 언니네 가족이 모이는 날, 나와 나래를 초대해 주었다. 함께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있는 내옆에 와서 서영이가 물어본다. "아, 서영이는 내..
선진사회를 경험하다... 모국방문 (5) 말하기전에 벌써 입에 침이 마른다. 한국을 설명하려고 하면, 심호흡을 하면서 안에서 솟아오르는 그 벅참을 내안에서 다스리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골고루 전반적으로 놀랄만큼 차분해지고, 편안해졌다. 남대문 시장에 갔던 그 옛날, 처음엔 고운 표정이었던 점원들이 물건을 사지않고 나가려고 하면, 코너로 몰아넣고 무언의 협박을 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살아있는데, 이번 방문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백화점이든지, 노점이든지 물건을 팔기위해 협박을 하는 분위기는 없어졌다. 대신 도움이 필요할 때, 시원하게 도와주고 있다는 그런 진정한 셀러의 기품을 느꼈다. 백화점에서 롱코트를 하나 샀는데, 한 6 군데는 돌아다녔다. 모두 입어보도록 도와줬고, 그럼에도 마음에 흡족하지 않아, 다른 곳을 들려보고 필요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