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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캠핑의 진수 터버모리(1).. 8순 어른들을 모시고

프롤로그 .. 불평들

 

 

캠핑 트레일러를 장만했을때 우리 가족끼리만 여행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확대가족들, 말하자면 이모고모로 엮이게 되는 사람들,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그 다음엔 당연히 친구들과의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었다. 친구들에게는 캠핑 트레일러를 빌려줄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현실은 낭만적인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캠핑 트레일러를 견인하기 위한 차는 특별한 장비를 갖추어야 하고, 집채만한 차를 운전하는 것도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4년째 트레일러를 운전하지만, 지금도 넉넉지 않은 곳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보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적도 많다. 빌려주는 것은 물건너 간줄 알았지만,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은데, 이것이 쉽지 않다. 많은 이유중에 캠핑문화가 가족단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원이 어떻게 되십니까?"

여름이면 캠핑장 예약에 분주한 마음이 되고, 캠핑사이트를 방문해보면, 대체적으로 이런 질문에 맞닥뜨린다.

 

정리해보면, 대부분의 캠핑장은 가족단위의 규칙을 적용한다. 어른 2명에 아이들 3명까지. 아이들은 12살 미만이어야 하거나, 조금 인정을 베풀어서 18세 미만어어야 하고, 18세 이상은 성인으로 친다. 어린아이 딸린 가족만이 제 값내고, 즐기게 구조가 되어있는 것이다. 친구들끼리나 몇집이 함께 하는 캠핑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인지.

 

캠핑장 한 사이트에 어른2명이 기본이고, 다른 어른은 추가요금을 내야한다. 한가족이 가도 우리집처럼 큰딸이 성인이니 그 아이는 추가요금을 내야하는 것이다. 어떤 캠핑장은 어른수를 제한한다. 한 사이트당 4명 이상 머무를 수 없다 한다. 하룻밤 어른 6명이 함께 캠핑을 해야했는데, 쓰지도 않을 빈 텐트 사이트를 하나 더 예약해야 했다. 6명이 모두 한 캠핑장에서 지내면서, 추가로 텐트 사이트를 하나 더 빌렸어야 했으니, 얼마나 배가 아픈 일인가? 이날 하룻밤에 100달러 이상 들어갔다. 이러니 숫제 모텔을 빌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 불합리한 이런 상황을 대하면 캐나다문화가 낯설고, 불편하다.

 

사정이 이럴 지경이니, 마음에 맞고, 가격이 맞으면서 좋은 캠핑장을 고르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방문오신 이모님과 사촌오빠의 장모님, 그리고 우리 엄마 이렇게 8순 노인 3명, 그리고 나와 남편, 사촌오빠 내외, 이렇게 7명이 캠핑하기로 하고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캠핑장은 나와 남편만 기본요금 40달러에 포함되고 나머지 5명은 모두 추가요금을 내야한다. 캠핑카를 갖고 가서, 장소와 약간의 전기만 쓰게 되는데 하룻밤 보내는 것이 100달러가 넘게 나오는 것이다. "돈"도 그렇지만, 늙으신 노인들을 인정사정 볼것없이 정원외로 취급한다는 것이 영 마음이 찜찜하다. 이런 캠핑장에 갔다가, 그야말로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이래서 캠핑장 예약이 마음에 부담이 되고 있었다.

 

세분 어르신, 왼쪽부터 민디 엄마, 막내이모님, 사돈 어르신(올케 어머님).

 

그러다가 터버모리 국립공원 근처에서 캠핑을 하고자 해서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이프러스 호수 (Cyprus Lake) 캠핑장을 찾게 되었다. 사이프러스 캠핑장은 6명 정원이었다. 어른 2명에 아이들 4명까지.. 인원수가 초과하면 인터넷상으로 예약이 되지 않았다. 할수 없이 어른 2명에 시니어(노인) 3명을 넣었더니 예약이 성사되었다. 다른 질문이 없다. 만약 캠핑장에 도착한날 초과인원에 대해서 물어오면 사촌오빠 내외 이야기를 하고, 돈을 더 지불할 작정을 했다. 사이프러스 캠핑장은 전기가 제공되지 않는 곳이었다. 화장실도 푸세식이 변형된 것, 물은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어있었다.

 

마침 비어있던 4일간 모두를 예약했다. 4일간 캠핑장 사용료가 104달러였다. 사설 캠핑장 하룻밤 사용하는 것과 같은 액수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전연 통하지 않는다. 사설 캠핑장은 그다지 추천할만하지 않다. 인공으로 만든 자연안에 최고의 휴양시설을 갖춘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그들의 캠핑장 사용료가 그렇게 비싼지 모른다.

 

사이프러스 캠핑장은 정말 완벽했다. 가격뿐 아니라, 자연환경까지.

 

이곳에서 첫째날은 세분의 어머님을 모시고 2가족 7명이, 이튿날에서 세째날까지는 우리 아이들 셋과 우리 부부가 네째날에는 전직 교수님이시면서 올해 토론토대학 1학년이 되시는 임교수님 내외분과 함께 캠핑을 했다. 마지막 날은 캠핑장을 옮겨 우리 부부와 임교수님 부부, 그리고 백선생님부부까지 세집 내외가 함께 캠핑을 했다. 이리하여 5박6일 동안 가족, 친지, 친구를 아우르는 대장정의 캠핑을 마쳤다. 스스로 대견하다.^^

 

 

첫째날부터 둘째날까지

 

막내이모집은 산골에 있었다. 작은 대청마루가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방, 두번째방이 연이어 있었다. 전기불이 두방의 사이에 매달려있어서 한방의 불이 꺼지면 작은방의 불도 자동으로 꺼졌었다. 방에 불이 꺼지면 호롱불을 켰었는지 그 작은방에서 우리들은 그림자놀이를 했던 것도 같다. 웃목에는 멍석을 길게 세워 고구마를 담아 놓았었다. 고구마를 껍질을 벗겨 까먹기도 했다. 사촌오빠, 언니, 동생과 우리 자매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지샜었다.

 

그 다음날이 되면 막내이모는 가마솥에 밥을 하면서 그간 모아놓았던 계란을 양은그릇에 쪄서 밥상에 올려놓으셨다. 그 귀한 계란을 우리가 갈때마다 쪄서 내주었던 이모의 정성스러움은 우리 추억의 정수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그러던 이모님이 아들을 보러 캐나다에 오셨다. 캐나다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사촌오빠네를 방문한 것이다. 올케의 어머님까지, 두분 사돈끼리 손잡고 캐나다에 오셨으니, 캐나다의 맛을 보여드려야 한다. 캐나다의 가장 큰 맛은 어디에 있을까? 나와 남편은 당연, 자연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엄마까지 세분의 어르신과 4명의 장년 부부들이 함께 뭉쳐 나들이를 떠난 것이다.

 

남편의 엄마(시어머님)만 빠진 특이한 캠핑이었다. 어린아이들보다 더 좋아하셨다. 특별히 아픈 다리를 이끌고 Grotto까지 올라가주신 사돈어르신께는 공경의 마음이 나왔다. 사이프러스 캠핑장에 도착한날, 세분은 호숫가 물을 보고 좋아하셨다. 엄마는 기쁜 나머지 운동화와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셨는데, 발밑에 밟히는 돌 때문에 발바닥이 아프시다고 기겁하셨다. 발바닥도 예전의 그 발바닥이 아니시라고 하시면서 슬프신 표정이다. 그래도 무릎관절 수술을 받으신 이모님과 어머님은 잘 걸으셨지만, 사돈어른은 몇발짝 걷기도 힘드신 듯하였다. 사이프러스 호수가를 따라 조성된 트레일을 조금씩 걸으셨다. 오른쪽으론 전날밤에, 그리고 왼쪽으론 다음날 아침에. 호숫가 트레일엔 취나물이 많이 눈에 띈다. 새벽참에 걷었더니 아침햇살이 트레일 쉼터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 함께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세분 어르신이 걸었던 조지언베이 트레일은 터버모리 국립공원의 핵이라 할 수 있는 Gtotto까지 25분이면 된단다. 올해 보니, 단장을 해서 휠체어를 타고도 갈수 있게 되어있다. 약간의 바위길을 전부 평평하게 다져놓았다. 인디언 헤드 코브(Indian Head Cove)까지만 가면 겹겹의 색의 물과 맑은 물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높고 낮은 바위에 걸터앉아 먼데를 보는 사람들, 구경거리가 그곳에 다 있다. 다이빙은 금지되어 있는데도 용감한 이들은 끊임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바위 단층애와 시퍼런 바다같은 물과 간간히 떠가는 돗단배까지 짧은 하이킹 코스로 그만이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발이 불편한 노인들까지, 시도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코스가 아닐까 싶다.

 

나이 50줄에 들었어도 아직도 치기만만한 사촌오빠 때문에 맘을 끓이시는 두분 어머님들을 뵙는 것도 신선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동굴속으로 내려간 아들을 대놓고 제재하지 못하셨던 과묵하신 이모님.. 아무리 늙었어도 엄마앞에서는 작은 재롱동이 아들들인 것을..

 

 

 

캠핑 사이트가 아주 고느넉하고 편안했다. 이런 곳이라면 몇날 며칠이라도 있을 수 묵을 수 있겠더라. 옆에 텐트를 쳐놓으니, 훨 정감이 있는 풍경이 구성되었다.

 

 

자동카메라를 셋업해놓고 사진을 찍는중, 두대의 사진기가 찍히는 시간이 달라 한참동안 즐거웠다. 조지언베이 트레일을 따라올라가다보면, 이런 간이 의자가 나온다. 발밑에 톱밥도 푹신하게 깔아져있다.

 

세분 어르신은 내게는 가장 훌륭한 사진 모델들이셨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우리 아이들을 사진찍을때면 항상 미흡하곤 했는데, 여기 서세요 하면 서시고, 웃으세요 하면 웃으셨던 세분 어머님들께는 모델료를 드려야 할까보다. 또 오웬사운드에 있는 언니가 하루동안 방문하기도 했다. 모닥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고등어, 여러손으로 만들어오신 밑반찬등은 캠핑의 밤을 풍성하게 했다.

 

 

사이프러스 호수에는 가재와 송사리들이 많았다. 가재의 생긴 모습이 마치 "백인"처럼 생겨서 우리들을 웃게 했다. 갈색 가재가 아니라, 흰색에 가까운 투명한 모습이어서 말이다. 캠핑장에 놀러온 아이들이 가재잡기에 여념이 없다.

 

 

인디언 헤드 코브에 올라오신 이모님(왼쪽)과 어머님.. 손을 꼭잡고 계시다.

 

 

사촌오빠 내외와 세분 어르신들..

 

사이프러스 호수 트레일에서.. 아침 햇살이 따뜻하다. 왼쪽부터 이모님, 올케, 사돈어른, 엄마, 남편, 사촌오빠..(잉, 그러고보니 나만 빠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