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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캐나다 세꼬마, 한국에 단기유학가다

유니 .. 7살, 초등 2학년

지아 .. 9살, 초등 3학년

나이 .. 12살 초등 6학년


세자매의 한국 모험이 시작된 것은 지난 4월말이었다.

다니는 학교에 양해를 얻고 제 부모의 고향, 한국으로 개나리봇짐을 싸들고 출국했다. 그애들을 대동한 것은 최근 사업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애들의 아빠, 이형권씨다.


세꼬마는 엄마 이경미(43세)씨의 모교인 대산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략 석달간의 학교생활을 하게 될 것이고, 방학기간 동안에는 학원이나, 친지들 방문 등의 스케줄이 정해질 것이다.


세꼬마의 한국유학 동기를 그애들의 엄마에게 들어봤다.


- 큰애(나이)가 중학생이 되기전에 한국의 학교생활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한국을 알려면 또래 친구들이 있는 학교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다. 오래전 신문에서 읽었던 기사중에 교포 자녀들의 초등학교 청강을 학교장의 재량 아래 허락할 수 있다는 기사가 머릿속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큰애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애가 중학생이 되기 전에 보내야 했기 때문에 조금 무리를 했다.


엄마의 바램처럼 아이들도 한국에 가기를 좋아했을까? 의문이 든다. 경미씨에 따르면, 자신의 세뇌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했다고. 작년에 아이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경미씨 혼자 한국방문을 했었다. 올해는 본인을 제외한 네 가족을 한국으로 보내고, 그녀는 매일 아이들과 스카이프로 대화를 하고 있다.



대산초등학교 웹사이트에 나이(왼쪽)의 사진이 떴다.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만들고 보여주는 밝은 

모습이 한국의 친구와 같이 찍혔다. (사진-대산초등학교 웹사이트에서) www.sdaesan.es.kr  


유니, 지아, 나이는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현재 워털루에 있는 프렌치 이머전(French immersion: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하는 학교)인 웨스트 베일(West Vale Public School)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매주말 한글학교에도 나간다. 한국말 듣기는 보통, 말하기는 조금 하는 평범한 교민 2세들이다. 아이들의 한국사랑은 제 엄마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게 주위의 평이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경미씨는 한국의 문화와 가까울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중국인들은 한국식 머리 스타일을 하고자 경미씨 미용실을 찾아온다. 한국의 기술이 그 어떤 나라보다 발달했다. 그녀가 한국을 방문했던 이유들도 미용기구 구입등, 자신의 사업을 키워보고자 함이었다.



재작년 이종사촌들이 캠핑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왼쪽 위의 두 꼬마가 지아, 유니이다.


경미씨는 이밖에도 아이들의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녀의 직업상,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려면, 한국을 알아야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아이들을 한국에 보내고자 했을때, 주변에 반대도 많았다. 한국말 못하는 2세들이라, 놀림감이 될수도 있으며, 심하게는 왕따가 될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교민들로서야, 한국의 교육계 현실을 인터넷 뉴스등을 통하여 듣는 것들이고, 그런 소식들은 으례히 부정적인 것들이 많기 때문에 경미씨를 아는 지인들은 극구 말리기까지 하였다.


경미씨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조금씩 염려가 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이 조금 수월하게 되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을 보낼 곳이 서울에서 친오빠, 언니가 아직도 살고있는 고향땅으로 눈길을 돌렸을 때이다. 친척이 남아있고, 그녀의 아버지가 교육자로 일했던 모교로 아이들을 보내기로 하면서, 그런 걱정들은 뒤로 서서이 밀리기 시작했다. 


세아이와 남편이 머물 곳도, 경미씨의 언니네로 정하고 나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이들을 남편에게만 맡긴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아이들에게 자상한 남편이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장선생을 만났다. 교장은 아이들이 2달간 학교를 비우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하지 않았다. 친한 한국인 친구가 있다는 교장은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것이라고,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영어,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캐나다에서는 누구든지 원하면 프렌치 이머전 학교를 다닐 수 있다. 프렌치 이머전이라고 온 과목을 불어로 하는 것은 아니고, 학교의 방침에 따라 영어와 불어를 섞어 쓴다. 현재 경미씨의 자녀들이 있는 학교는 영어 50%, 불어 50%로 운영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국가공무원이 된다거나 하면 불어 습득이 필요하고, 더 많은 직업의 혜택등이 뒤따르게 된다.


경미씨는 프렌치 이머전에 대해서, "언어"에 관심있어 하는 아이들에게 맞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세 아이 다 프렌치 이머전을 보냈지만, 반응하는 것은 아이들마다 다르다는 것. 경미씨의 호기심과 향학열이 그녀의 아이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경미씨는 한국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캐나다에서는 관세학, 그리고 나중에는 가장 관심있었던  미용으로 진로를 바꾼 경험들이 있다. 그녀의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열심은 누구도 못말린다고 주위에서 말들 한다.


한국에 있는 세 꼬마는 어떻게 지낼까?


둘째 지아는 친구를 사귀어서, 친구 부모와 함께 바닷가에 가서 게를 잡았다는 소식도 보내오고 있다. 인간관계가 이곳서도 좋던 지아가 한국에서 인기가 있나 보다. 큰딸 나이는 사춘기의 시작인지, 부모에게 반항하고, 제 의견을 주장하곤 해서 제 엄마와 많이 부딪쳤었다. 그 앙금을 다 해소하기 전이었지만, 일단 한국으로 보냈는데 스카이프를 통해 보는 그애의 표정이 환해서 안심을 하고 있다. 막내 유니는 언니 부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말을 전연 못했던 막내가 한국어를 제법 한다는 소식도 경미씨의 어깨를 들뜨게 한다.


글을 쓰면서 대산초등학교 웹사이트를 훑었다. 우리 온가족이 적을 담았던 그 학교.. 콩나물 시루였는데, 지금은 한반에 30여명, 선생님들의 극진한 보살핌속에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천진하고 귀엽다. 선생님들은 전천후 능력자들인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 웹사이트에 그 소식과 사진을 올려 학부모, 학생들과의 소통을 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꼬마가 아니었으면, 망각속에 있었을 초등시절이 잠시 생각나기도 한다. 예절교육, 망일산 소풍, 건강증진 수업, 흡연방지 수업 등이 이뤄지고 있음을 사진을 통해 본다.


유니, 지아, 나이가 웃고 떠드는 모습이 눈에 잡힐 듯하다. 웹사이트는 이번에 새로 단장한듯 신선했고, 교사들의 참여도가 눈길을 끌었다.


경미씨는 필자의 막내동생이다. 그녀는 언제나 앞을 바라보고 산다. 나같은 사람은 현실에 푹빠져 사는 편이라 뜸하게 먼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녀는 언제나 먼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한다. 그것이 이런 독특한 자녀교육방법을 낳은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론, 쉼이 없고, 노상 무언갈 추구하는 그녀의 생활법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녀를 보면 신발끈 질끈 동여맨 달리기 선수 같은 느낌이 드니까.  


기회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다.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것도 그녀의 주특기다. 네 사람의 항공권과 체제비, 음식값등 그런 것들과, 잘 다니는 학교를 잠시 휴학하는 그 용감함에 고개를 절로 흔들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는 움직인다. 그녀의 아이들은 그런 엄마에 훈련되어서 어린 나이에도 먼 나라 한국으로 가서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이 끝난후 대차대조표가 나올 것이다. 경미씨는 큰 욕심이 없다고 한다. 그애들이 실컷 놀다오면 좋겠단다. 맛있는 것 많이 사먹고 말이다. 그들이 부가적으로 한국말을 배워온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녀의 걱정 또한 있다. 캐나다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한국의 바람을 얼마만큼 쐬어주어야 하는 것인지..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 하는 삶이 되면 안될 것이라는.


역이민이 최근의 화제거리다. 한국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누구나 한국과 연관을 갖고 있는 캐나다 교포들은 이런 저런 이유들로 한국방문을 한다. 그리고 그 수에 꼭 맞는 그만큼의 친인척들이 캐나다를 방문한다.  


이별의 국제공항이 만남의 국제공항이 된지는 한참이다. 해외 교포로서는 버릴 수 없는 내고향 대한민국이다. 서로를 배우면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캐나다 단기유학만이 아니라, 한국 단기유학도 유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미, 방학 동안 진행되는 그런 프로그램들은 많았었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들이 많은 교류와 교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건 서로에 대한 열린 마음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넓게 형제자매인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