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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엄마 사진 이쁘게 찍기...역광 촬영 시도하다

 

                                              주인공 모델  : 82세 한월수 어머니

                                                   때          : 2010년 6월 5일

                                                장       소   : 마일드메이 가든

 

행사 개요 : 82세 생신을 맞으신 어머님께 이쁜 사진 하나 찍어주자는 뜻.

가족들이 만나도 "좋은" 사진 찍을 기회가 많지 않음. 사진찍기를 염두에 두고, 만남 주선

 

연출 : 여섯째 딸

조명 : 일곱째 사위

사진 : 일곱째 딸

 

 

촬영 에피소드

 

사진사 이씨는 DSLR사진기는 비록 없지만, 우선 책을 구입했다. "DSLR 스타일 샷"(정철재, 조경국 공저, 황금부엉이 간)이라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아마츄어 사진가를 위한 가이드 책. DSLR 카메라가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 주로 렌즈가 큰 카메라는 이런 종류인데, Digital Single Lens Reflex를 줄인 말로 우리식으로 말한다면, "디지탈 일안 반사식 렌즈"라고 말할수 있다. 영어도 그렇고 한자도 그렇고 감이 오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쉽게 말하면 카메라의 몸체가 있고, 용도별로 렌즈가 따로 있어서 때에 맞게 교환하면서 쓰게 된다.

 

작품성있는 사진은 거의 대부분 DSLR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카메라의 성능이 뛰어나서, 사진가가 사진기를 잘 이용하면, 육안으로 잘 안보이는 부분까지 근접촬영할수도 있고, 얼굴만 살리고 배경을 날리는 방법등 여러가지를 시도할 수가 있다.

 

이씨의 사진기는 Canon Power Shot S3 IS로 일반 똑딱이보다는 모양이 낫지만, 기능상 훨씬 뒤떨어지는 일반 사진기이므로, 이렇게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 날이 오면, 한번도 써보지 않은 DSLR 카메라에 군침이 돌게 된다. 그래서 오웬사운드에 있는 사진관을 방문했다. 그 사진관에서는 카메라를 빌려주기도 한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슬렁거리다가 직원에게 사진기 대여에 대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어떤 사진기를 원하느냐고 한다. 나는 DSLR이라고만 하면 통할 줄 알았는데, 그중에서도 많은 종류가 있고, 또 렌즈 역시 하나하나의 이름이 있으니, 난감한 문제였다. 나는 모기만한 소리로 그냥, 평범한 사진기와 렌즈를 원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점원 말씀이 주말 3일간 빌리는데, 70달러랜다.

 

"실력없는 목수가 연장탓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좋은 연장만 있으면 하는 마음 한쪽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은데, 그만 대여료에서 그 기를 꺽는다. 잘 못 나오면 다시 찍을 수 있는 편한 모델들이니, 사진기 탓하지 말고 한번 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인물 사진 촬영법"이란 챕터를 다시한번 정독했다. 눈이 포인트인 것 같다. 살아있는 눈빛을 찍으면 인물사진이 살아난다. 그리고 누구나 강조하지만, 빛이 가장 중요하다. 그나마 밝은 사진을 건지려면 사진사가 햇빛을 등져야 한다는 건 사진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 "기본"은 정작 좋은 사진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햇빛을 마주보는 모델의 표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명암이 너무 차이나고, 색감이 부드럽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를 데리고 실습을 해봤다. 순광(사진사가 햇빛을 등에 입은 상태)에서의 사진 색감이 확실히 떨어진다. 대신 역광으로 찍었더니, 얼굴색이 어둡게 나오긴 했지만, 뭔가 온유함이 살아있다. 책을 더 읽다보니, 역광 촬영시 보조반사광이 필요하댄다. 그래서 하얀 도화지의 한쪽에 알루미륨 판지를 입혀 조명 액세사리를 만들었다. 그 조명을 잔디에 꽂아놓으려고 삼발이까지 매달았다. 

 

 

 

조명반사광. 사진촬영에 큰 효자였다.

그런데 밖에 세워놓고 비를 맞춰 생명이

끝날뻔 하였다.

 

조명을 실험해봐야 할텐데, 날이 계속 흐리고 비가왔다. 마침내 엄마의 생신날이 돌아왔다. 막내네 가족과 사촌오빠 가족은 늦게나 오기로 했으므로 일찍 도착한 사람들끼리 촬영시간을 갖기로 했다. "모범생" 엄마는 오늘을 위해 한복까지 갖고오셨다. 엄마의 "큰일"에 쓰일 사진이 있으나, 마음에 안드신다고 하셨다. 자연스런 사진을 하나 갖고 싶으시다고, 지나가는 길에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러니, 오늘 좋은 사진이 나오면, 중요한 엄마날에 선보일 사진이 될 것이다.

 

일단 실내에서 찍었다. 엄마의 한복이 곱다. 연출자가 엄마의 얼굴과 머리를 매만진다. 머리를 귀뒤로 넘기는 것이 훨씬 나아 하면서, 무스를 바르고 치장에 열심이다. 이제 사진기를 누른다.

 

 

 

야외촬영에서 웃음보들이 터졌다. 사진사가 햇빛을 향한 "역광 촬영"에 도전하면서, 보조반사광을 엇비슷하게 땅에 꽂았다. 그 반사광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한참 후에 송모씨가 오더니, 반사광을 얼굴 바짝 들이대야 한단다. 그러면서 모델 얼굴에 바짝 쬐어주니, 얼굴색이 살아난다. 말하자면 은박지에 햇빛이 부딪치면서 그 빛이 모델의 얼굴을 비춰주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역광촬영에선 얼굴색이 어두워지는데, 그 반대로 얼굴색을 살리면서 자연스런 표정의 얼굴을 얻게 된다.

 

밑의 사진을 보라. 왼쪽은 역광 촬영, 오른쪽은 순광(사진사가 햇빛을 등진 경우)

 

 

사진사가 반사광을 만들긴 했지만, 조명기사의 도움이 없었으면 무용지물이 될뻔 했다. 작업후반부에서 그 이치를 제대로 깨달아 몇작품이 나쁘지 않게 나왔다.

 

우선 언제나 순광으로만 찍어야 한다는 그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여자들이 액세사리로 멋을 내는 것처럼, 사진기도 액세사리 "반사광"의 역할로 작품에 가까운 사진을 얻을 수 있었으니,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밥을 먹고나서, 사진을 다운로딩해서 거실 텔레비전에서 볼수 있었다. 흐리고 잘못 나온 것은 내가 미리 지워버려서인지, 사진에 대한 반응들이 뜨겁다. 엄마께서도 만족하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때는 다 좋아보였던 사진들이 이렇게 다시한번 본무대에 올리려고 하니, 영 자신감이 살아나질 않는다. 낮에 보는 사진과, 저녁에 보는 사진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점수가 후한 가족들앞에서가 아니라, 객관적일 관객(독자들)앞에서라서 주눅이 든 것인지.... 그래도 오늘 뭔가 한가지라도 해야겠기에 사진연습한 것을 올린다. 동정을 바라진 않는다. 냉정한 판단들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실내에서 찍은 사진, 후보사진 중 하나..?

 

 

 

즐거우신 어머니.

 

                                                                            

                                                              이 사진이 가장 유력한가? 색은 좋은데 표정이 좀..

 

 

연예인과에 속하는 여섯째딸과 함께.

 

 

                    큰형부와 언니들.  

                

                                                                   

                                                                                  딸 넷과 기뻐하시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