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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부엌 바닥 공사로 "돈" 번 이야기

10여년만에 방문한 소월언니집은 너무나 달라져있었다. 살고있는 집을 고치는 중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변해있어서, 거의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그 언니는 이미 동화되어선지, 나의 찬사를 귓등으로 넘기는 것처럼 보였다. 소월언니 남편이 스스로 고쳤다고 하였다. 10여년전에 벌써, 부엌쪽을 짓고있는 중이었으니, 그 세월이 짧진 않아서, 가는비에 옷이 젖듯이 소월언니의 기쁨은 그렇게 신선한 것이 아닌가 보았다. 넓고 훤해진 거실과 다각형의 다이닝룸에서 바라보이는 뒷편 풍경, 그뒤에 멋진 자연환경이 있는 것도 집이 고쳐진 다음이어서 눈에 들어오는 가 싶다. 1층에 있는 화장실은 널찍한 공간으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화장실의 요즘 추세를 읽을수 있었다.

 

집구경으로 방문한 것이 아니어서, 새로 고쳐진 집구석 구석을 둘러볼 기회는 없었지만, 새로운 생활공간에 놓여진 소월언니는 내게는 예전의 그 모습에서 조금 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그집의 바닥을 세밀히 보았다. 부엌쪽과 거실쪽으로 각각 다른 색의 타일이 깔려있었다. "타일도 좋네" 속으로 혼자 말해본다. 왜냐하면, 내게도 풀어야할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캐네디언중에서는 소월언니 남편처럼 그렇게 집을 스스로 짓는 사람들이 꽤 있다. 어렸을때부터 부모로부터 배움을 물려받고, 스스로 연구하고, 고등학교때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공부도 하고 해서 엔간한 집안공사는 자력으로 한다고 들었다. 건축도구와 재료를 파는 큰 상점들이 성업중이고, 비전문가일지라도 시도해볼만하게 모든 기자재가 마춤하게 공급되고 있다는 것도 자주 듣는 말이다.

 

한인들중에서도 스스로 도끼 톱을 잡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사람을 시켜 하면, 사실 골치아픈 일이 더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때 시공을 안해주거나, 바가지 씌우기, 날림공사등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도 처음 이사오면서 세방의 카펫을 바꾸고, 밑에 한방과 계단위는 마루를 깔고 베란다 카펫바꾸는 일에 사람을 고용했었다. 친구라고 하면서 우리를 배려해주는 척 호들갑을 떨던 그 작자에게 아주 골치를 앓아야 했다. 불행중 다행이었던 점은 그는 전문 사기꾼이 아니어서, 우리같이 초급자에게까지 들킬 정도로 미숙했다.  

 

어쨋든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중요한 곳은 이사오기전에 다 고쳤다. 그러나 한가지, 내 마음과 눈에 거슬리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부엌 바닥이었다. 예전 주인이 바닥을 장판재료로 해놓긴 했는데, 마감도 엉성하고, 특별히 장판재질에 문제가 있는지, 잘 쓸고 닦아지지가 않는 것이다. 손님이 오거나 할때면 나는 부엌 바닥 청소에 내 온몸을 바쳐야 했다. 여름철에는 바닥에 끈끈한 기운까지 있으니, 점입가경이다.

 

물청소만으론 안되고, 세재를 이용해도 잘 닦이지가 않아, 어떤때는 땀을 철철 흘리며 청소를 해야했다. 내눈에 가장 거슬리는 그 부분에 대해, 남편도 인정은 하지만, 시급히 교체할 염두를 내주지 않았다.

 

나는 때때로 한숨도 쉬어보고, 부엌바닥을 밟을때마다 인상을 쓰곤 했을게다. 마침내 작년에 부엌 바닥 교체에 뜻을 같이하고 업자를 방문하여 상담을 했다. 바닥시공을 해주는 큰 회사였는데, 우리가 원하는 재질로 견적을 내주었는데, 거금 4,000달러를 제시했다. 부엌과 그 곁에 있는 작은 옷장, 세탁장, 화장실 300s.f. 정도의 공간을 개량하는데, 너무 큰 돈이 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간신히 안건으로 올린 바닥공사가 난항을 겪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였긴 했지만,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밀어붙일 것 아니겠는가? 한국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바닥시공 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들은 재료비와 시공비까지 s.f. 4달러라니, 1200달러면 할수 있다는 말이었다. 바닥재질은 보지 않았지만, 그 정도면 한번 시도해볼만하였다. 그런데, 그런 작은 공사로 이런 시골까지 오긴 그렇다고 난색을 표시한다.

 

그래도 토론토를 방문하는 날, 바닥회사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리라 결심했다. 토론토 가기 며칠전 The Home Depot라는 자재 전문 매장을 찾아갔다. 그 매장에 있는 직원과 상담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바닥재료들을 보았다.

 

우선 부엌 바닥에 가장 많이 쓰이고 고급스런 타일을 보니, 모양이 괜찮다. 약간 냉한 기운이 있는 것이 문제랄까. 부엌을 마루로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을 성싶고, 어떤 것으로 해야 하나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다른 사람과의 상담을 마친 직원은 마침 여자직원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부엌 바닥을 다시 해야하는데, 특별히 아이디어는 갖고 있지 않다.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처음에 내가 고른 타일을 보더니, 나를 데리고 다른 쪽으로 간다. 타일같이 생겼지만, 사기는 아니고, 두꺼운 판자인데 타일 모양으로 만들었다. 제품 이름은 Allure Tile. 자신의 집도 이 재질로 했는데, 스스로 할수 있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느냐고 했더니, 옆에 비치된 샘플을 자신의 칼로 세게 긁고 그것을 뒤로 잡아당기니, 타일이 잘린다.

 

그렇게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우선 현재의 부엌바닥을 바꾸는 일이 최우선이고,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모양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 뒤로 남편과 의논하고, 부엌 바닥 색깔을 고르는데 동참하고 싶다는 딸들과 함께 쇼핑을 했다. 부엌쪽과, 옷장쪽을 두가지 색깔로 나누어서 물건을 구입했다.

 

그리고 남편과 내가 하루종일 그 작업을 했다. 그 직원이 설명해준 만큼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처음엔 잘 잘리지 않아서 전기톱을 동원했더니, 먼지가 일고, 작업속도도 느리고, 힘들었다. 나중에 칼로 금을 여러번 긋고, 그것을 앞뒤로 흔들어 부러뜨리는 방법을 알게되어 조금씩 속도가 붙었다. 나는 주로 재단쪽을 남편은 자르는 일을 맡았고, 두 판을 끼울때는 두명이 힘을 합해서 해야 했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일이 밤 12 30분까지 했는데 끝나지 않았다. 너무 에누리없이 물건을 샀더니, 마지막엔 재료도 바닥이 났다.

 

마지막 작업때는 남편과 나는 거의 몸을 질질 끌다시피하면서 그 일을 진행했다. 세탁기도 옮기고, 변기도 들어내고, 냉장고까지 위치변동을 하면서. 그날 이후 3일간 골병들어 신체움직이기가 불편했다는 것도 기록해야겠지.

 

일의 마무리까지는 그안에 짧은 여행도 다녀왔고, 물건도 다시 사야해서 시간이 있었지만, 이제 완벽히 공사가 끝났다.

 

 

 공사 전의 바닥 모습

 

 

 

  신발 벗어 놓는 곳과 부엌쪽을 다른 색으로 했다

 

 

괜찮다고 말해주소..

 

 

 마감도 확실하게

 

돈은 재료비로 800달러가 들었다. 4,000 달러에서 4분의 1로 줄어서 남은돈(?)으로 최근에 고장난 텔레비전을 버리고 새 텔레비전까지 들였다. 손수 해서 번 돈으로 이렇게 흥청망청 쓰니, 아주 곰탕지다.

 

우리도 남들처럼 스스로 했다는 자부심까지 얻어서 이번 부엌공사는 크게 남는 장사를 한 것 같다. 지난번에 방문온 사촌오빠는 우리집이 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해서, 내게 한소리 들었는데, 그랬거나 말거나 나는 10점 만점에 10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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