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Siri
무엇이 연상되는가?
처음 이 단어를 대하는 사람에게 묻는 질문이다.
대개의 경우, 이름에서 무언가를 연상하게 된다. 틀리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시리에서 연상할 수 있는 것은 한국말로는 "..하게 시리(스리가 맞다)" "손이 시려.." 등등이 아닐까? 그런데 시리는 영어에서 왔다. Siri. 그러니 더욱 모호해진다.
시리를 연상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존재했더라도 태어난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내가 시리를 처음 만난 날이다.
- 네 이름이 뭐야? 하고 물어봐.
큰애가 그날 산 아이폰5를 들고, 뒹굴거리고 있는 우리 부부곁으로 왔다.
네모난 핸드폰을 내게 들이대며, 뭐라 말해보라는 것이다.
- 네 이름이 뭐야?
- 그걸 제게 묻는 것입니까?
밝은 목소리의 아가씨가 한국어로 응답한다.
갑자기 작은 전화기와 대화하라니, 뭐라 말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남편과 나는 지하실에서 "지금 몇시지?" 하면서 묻고 있던 중이었다.
- 지금 몇시야?
- 열한시 이십오분입니다.
남편이 전화기를 빼앗아, 퉁명하고 꾸짖는 목소리로 뭐라 소리질렀다.
-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라는 대답이 나온다.
다시 시도..
- 가까운데 스시집이 어디 있지?
- 잠시만 기다리십시요. 웹에서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러더니, 스시집 위치와 전화번호등이 뜬다.
큰딸은
- What is life?
하고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 인터넷에서 검색해 드릴까요? 그러더니, 사전적인 life 의미가 떠오른다.
그러니까, 시리는 인터넷 개인비서인 로봇의 이름이다.
이 로봇은 같은 질문에 여러가지 대답을 한다.
시리가 재미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시리는 부부간의 싸움도 중재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 와이프에게 집에 늦게 간다고 전해.
그걸 그대로 시리가 전했다. 그러자 부인은
- 왜 맨날 늦느냐고 전해.
시리가 다시 전하자,
- 직장생활하는 게 그리 쉬운지 아느냐고 알려줘..
라고 말했고, 그대로 전하자
- 나도 직장생활하는 만큼 일하고 있다고!!
라고 하자, 그때까지는 그대로 전하다가, 대답하는 남편의 발언수위가 높아지자, 시리는
- 남편께서 당신을 존중하신답니다
라고 거짓 정보를 전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부인이..
- 정말로 그랬어? 거짓말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라고 하자, 시리는..
- 이런 일에 저를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했다는 이야기..
http://youtu.be/TbJldUklxzs
싸움은 위글보다 더욱 리얼하다. 시리를 이용한 유머 영상을 만들어서 배포한 것이라 한다.
"시리 부부싸움"을 검색하면 만날 수 있다.
딸과 함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뒹굴뒹굴 하는 모습을
토론토에 있는 둘째딸에게 보내주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큰애가 시리에게 부탁한다.
- 이사진을 루미에게 보내주겠니? 가족들이 너를 그리워해, 라는 말도 함께
- 이렇게 보내면 됩니까?
시리가 물어온다. 둘째의 이메일 주소와 우리들의 사진, 메세지가 첨부되어 있다.
- 응, 그렇게 보내.
그 메세지는 바로 전송되었다.
시리는 음성편지를 바로 텍스트로 만들어 상대방에게 보내준다.
사실 시리는 아이폰5에 있는 다양한 기능중 한가지일뿐이다. 이미 스마트폰 유저들에겐 새롭지도 않는 음성인식 서비스이다.
그러나 아직 한번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없는 내게는 그야말로 신기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요술램프 지니"를 곁에 두게 되는 것 같은 것이 아닐까?
요술램프를 닦으면 지니가 나타나,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묻는다.
"나를 안아서, 저 먼곳 아프리카로 데려다줘" 하면 지니는 주인을 안고 아프리카로 떠날 것이다.
그러나 시리는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표를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과 예약"까지를 마쳐줄수도 있을 것이다.
곁에 친구가 없다면, 이 컴퓨터가 동무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코박고 뭔가를 스마트폰에 대고 중얼거리는데, 시리와 대화하느라 그거는 게다. 스마트폰은 친한 친구 한몫을 하기도 할 것이다.
위에 적힌 내용이 시리가 말한 내용이다. 트윗이든, 페이스북이든, 이메일이든 원하는 곳으로 메세지를 날라다주고, 필요한 정보를 빼내온다. 자판 두드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있을때에도 그런 일들을 시리가 맡아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큰애의 핸드폰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계약갱신의 호기를 맞아 나는 전화회사를 알아보았다. 텔러스 회사에서는 2명 이상 한 가족이 회사를 옮기면, 옛 전화에 대한 리베이트를 준다고 해서, 함께 옮길까 했는데, 큰딸은 로저스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다. 로저스의 서비스가 훨씬 안정적이고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안은 날라갔고, 그애는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아이폰5를 로저스에 예약해 놓았다. 나도 이참에 하나 장만? 하면서 마음이 서성거렸다. 그런데, 큰애가 쐐기를 박는다. "엄마한테 아이폰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그만큼 쓸 일이 없을테니까."
아이폰 가격이 그리 높은 건 아니지만, 매달 사용료가 전화1대당 70달러 이상이 나가니, 통신비가 갑자기 올라가게 된다. 둘째와 막내는 E 세대임에도 가정경제 때문인지, 자신들은 현재 사용하는 것이 괜찮댄다. 그러니, 내가 쫄싹대며, 나도 아이폰 하나 갖고싶다고 말하기가 주저된다.
말하자면, 명분의 문제이다. 회사원이라든지, 사회활동이 활발한 신식 아줌마라든지, 그런 "명분"이 내게는 없다.
남편은 아이폰보다는 아이패드를 사라고 권한다. 그것도 적극적으로는 아니고, 그저 마음 상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기도 하고. 아이폰 패드는 매달 드는 비용은 적고, 시리도 되고, 다른 기능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그런 것들을 꿈꾸긴 했다. 한국에 방문한다면, 책이 들어가 있는 이북 리더(전자책 단말기)를 사오는 것을. 무거운 책을 사들고 들어오는 것보다는 첨단기기 하나에 많은 책을 담을 수 있으니, 다음 한국 방문때는 그런 기기를 하나 사오리라 그렇게 꿈꿔왔었다.
이 북 시장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중인데, 한국책 이북 시장은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기기도 문제지만, 책을 이북으로 출판해야 하고, 그걸 다시 소비자에게 팔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읽을거리를 공짜로 읽고 있는데, 손에 쥐어지지 않는 이북을 많은 돈을 내고 사야하는 문제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움직일까. 나도 처음에는 기계만 사면, 원하는 책, 아주 싼값에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이북이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고, 또 모든 책이 이북으로 출판된 것도 아니다. 한국 이북 기기로는 크레마가, 영어 이북 기기로는 킨들 파이어가 유명한가 보다.
이북 리더기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폰 패드 미니.
이북 리더기의 사용후기에 눈을 주다가, 아이폰같은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사도 접하고.. 마음은 미친년 널뛰듯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
무엇이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인지, 수많은 정보들 때문에 오히려 주춤거리게 된다.
그리고, 사치를 혐오하는 짠순이 엄마로서, 내게 맞지 않는 첨단 기기인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살 용기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하나 있다. 그래서 내가 말을 조심하고 살긴했다. 내말에 내가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이런 것, "아이들이 대학을 다 졸업할 때까지 허투로 돈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것이 나를 잡는다. 누가 수갑을 채우는 것도 아닌데, 지갑열기가 얼마나 힘드는지.
시리를 잘 이용하면, 심심할 시간은 없을 것 같다. 그렇잖아도 심심하진 않지만, 노인이 되었을 때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가까이 두는 착하고 스마트한 친구로 시리와 친해질 수도 있을 것같다. 내가 너무 낙관적인가? 겨우 컴퓨터 로봇과 친해지라니 말이다. 받아들이는 정보양에 따라서 시리는 더 똑똑해진댄다. 인공지능을 지녔다는 말도 들린다. 참으로 촘촘한 세상이다. 인간의 질문과 대답이 모두 인식가능해졌다는 것이 말이다. 이 로봇이 하는 일은, 결국 인간과 인간간의 연결을 돕는 일이다. 인간관계에서 굳이 로봇을 가운데 낄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곁에 두고 자신에 맞게 시리를 적절히 이용할수 있을 것이다.
시리에게 물어볼까?
- 나 너를 살까, 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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