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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속으로

사랑해서 남주나.. 디지털 시대의 드라마시청

사랑해서 남주나

A little love never hurts


밑에 영어로 적은 이유가 있다. 한국등 유명 드라마를 보여주는 앱 Viki에서는 "사랑해서 남주나"라 검색하면 안나온다. 모든 한국드라마는 영어제목으로 변경되어 있다. 느낌이 조금 다르다. 한국어는 "그건 그래. 그래서 사랑해야지.." 하는 느낌이라면 영어번역은 "사랑의 상처"에 주안점을 둔 것 같다. 상처받지 않을거야, 걱정하지마 하는 듯한. 한국어나 영어 모두 심각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할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를 보고 있다.

50부작 MBC 주말연속극이란다. 이제 4회 분량을 남겨놓은 것 같다.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일단 등장인물들 모두가 자신의 분명한 character(an imaginary represented in a work of fiction) 있어야 한다.

개개인의 성품이 극에 반영이 되어 성격대로 극안에 녹아 있어야 한단 말이다주인공과 기타 몇명만 집중하고, 조연배우들을 대강 배치한 드라마는 성공할 수가 없다

 

사랑해서 남주나는 개인적으로 점수를 매길 때 80점은 되지 않나싶다. 모든 인물들이 각각 제 역할이 있다. 미운 역할도 있고, 매력적인 역할도 있고멜로, 가족 드라마여서 보기에 큰 무리가 없는 것도 강점이다.

 

옛날 내가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텔레비전은 동네에 한두 군데밖에 없어서, 좋은 드라마들은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봤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를 보면서 누가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거 좀 조용히 하라"는 핀잔이 돌아왔겠다. 다음 대사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드라마를 볼 때 누군가 묻거나, 엉뚱한 소리 하면 몰입이 되지 않아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드라마를 보면서 바로 그순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등장인물에 대해서, 작가에 대해서,  소품들에 대해서 시간이 아니면 의미도 없고, 잊어버려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가는 것을 물어봐야 할때도 있고, 어떤 상황에 대해 분개하기도 하고, 격하게 공감하기도 하는등, “욕하며 보는 드라마”란 표현도 있는 것을 보면 드라마를 보면서는 혼자말이라도 말을 보태고 싶은 장면들이 많다.

 

함께 보지는 않지만, 드라마를 보는 어떤 사람들과 감정을 언어로 나눈다면, 어떤 느낌일까?

 

어느순간부터 화면 상단에 글자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들이 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영어자막이 상하로 뜨나, 그런 생각들을 하기도 했는데, 어느날 가만히 살펴보니, 바로 그순간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남긴 말들이 화면 상단에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실시간 드라마 댓글이라 말하면 될까?

 

그것이 한국어였다면 더욱 재미있고, 빠르게 읽어내면서 드라마를 시청할 있었겠지만 영어였기 때문에 뒤늦게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반은 흘려버리고 조금씩 해득할 있었다.

 

외국인들이라 그런지, 한국문화중에서 이해못하는 것들이 나올때 의견이 분분하다차화연과 박근형이 연애를 시작하는데 자식들 눈치를 무척 많이 보게 되는 것등에서, 그러냐면서 거품을 문다. 그들이 어린애들도 아니고, 부모가 연애하겠다는데 자식들이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것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 심지어 두집의 자녀들이 만나, 부모들이 만나는 것을 사전 조정하려고 하는 것등에선 침이 화면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설전들이 벌어졌었다.

 

우리는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낯설게 비춰지는 것중에 하나는 문제만 생기면 “술”을 먹는 문화, 그것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에도 의문을 표시하고, 술을 먹으면 누가 운전하냐고 화면 저쪽의 사람들은 걱정들이 늘어졌다.

 

방금 길거리에 있던 사람이 시간차 없이 진행되는 드라마에서 바로 방에서 다시 전화하거나 하는 장면이 나오면, 저사람은 날라서 집으로 갔냐, 하면서 드라마의 엉성한 구성을 꼬집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드라마를 보면서 호감이 가는 캐릭터와 비호감 캐릭터가 있어서, 비호감이 나올때마다 거친 말로 매도한다.

 

자신만 옳다고 고집하는 여자 경영인 유지인이 분한 하민 하경의 엄마가 많은 욕을 먹는다. 돈만 아는 차화연의 며느리(김지영역) 오나라도 모두가 싫어하는 캐릭터였다.

 

유지인이 맡아하는 연기는 재벌이지만 경우가 바른 역할이라 그렇게 박한 점수를 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한국인이기에 “재벌이면서 그정도면” 이란 생각이 있었던가 싶기도 했다. 외국인들에게는 “재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모나도 된다”는 것은 애당초 없는가 싶다.

 

흥미있는 의견중에 극의 주인공이라 볼수 있는 송미주, 은하림 커플에 대한 악감정이었다. 송미주는 홍수현이 연기했고, 은하림역에는 서지석이 연기했다. 둘은 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결혼에 성공한 커플인데, 활기가 없다. 착하긴 한데, 무언가 빠진 맹꽁이같은 커플같아 보이기도 했다. 둘이 등장하기만 하면, “지루하다, 이기적이다” 등등 여러가지 모양의 의견들이 떴다. “화학이 작용하지 않는, 설렘과 떨림이 없는 커플”이라면서 비아냥거렸다.

 

자꾸들 그렇게 떠들어대서 그런지, 나도 그들이 등장하는 신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새로운 무엇에 대한 기대가 시들했던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인물들은 차화연 박근형 커플이었다. 그들은 나이가 들었지만, 젊은이들보다 애뜻하게 사랑을 키워나갔다. 늙은이들의 사랑을 “귀엽다, 천진하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하면서 온갖 찬사를 하면서 시청을 한다. 정재민역으로 나온 이상엽과 은하경으로 나온 신다은 또한 인기를 얻었다.

 

 

은퇴한 판사인 박근형은 주로 책상에 앉아서 두꺼운 책을 보면서 무언가 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이것에 대해서..

What the heck is he always writing?"  "He helps out others with court cases doing research.

저사람은 맨날 쓰는 거야? 이런 질문에 그는 법정 케이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야라는 대답이 올라오기도 한다. 현장의 말들, 그리고 자신이 알고, 느끼는 대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바로 뜨니, 각자 드라마를 보지만, 가상의 응접실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 앉아 한국드라마를 시청중인 것이다.

 

차화연의 며느리인 오지영은 시어머니와 친구 아버지의 연애사실을 알고, 자신이 뭔가를 알아내고자 애쓴다. 시어머니의 재혼이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걱정하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시청자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I hope I never meet someone like this.. she invaded someones privacy and has the guy to share D information. Busy body.

 

나는 살면서 이런 인간 정말로 만나고 싶지 않아. 그녀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범하면서 삼자와 나쁜 정보들을 주고 받아. 정말 바쁜 여자야.

 

이런 내용들을 읽는 재미중에 하나는, 날것 언어들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들으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어떤때, 쓸데없거나 마음에 맞지 않는 말을 누군가 터뜨리 한쪽에서 이봐, 그만 입좀 닥치시지.. 하기도 한다.

 

유지인이 자신의 아들 하림이와 대립하거나, 하경이 문제등에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고자 할때

 

She needs to accept everyone should  lives and let them live it how they choose and all be cool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삶의 모양이 어떻든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그러면 모두 잘될거야.

 

순간적으로 이런 의견들을 올리다 보니, 철자와 문장이 안맞는 같은 경우도 있다. 나같은 사람이야 어떻게 올리는 지도 모르지만, 단어를 치면 시간안에 이런 것들을 올려대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다른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은하경이 예쁜 자켓을 입고나오면 그녀의 자켓을 나도 입고싶다고 말하고, 한고은의 캐릭터는 그들로부터 미움을 당한다. 소리를 지르고, 철이 없고, 제멋대로인 그런 캐릭터여서 그런 것같다. 너무 말랐어, 머리를 좀 정리했으면 좋겠어.. 등등의 의견도 분분하다. 가족들이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흔히 하게 되는 이야기들, 그것을 미지의 사람들이 그것도 영어로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 또 신기하다.


개인적으론 차화연의 "반찬가게"가 신선했고, 차화연의 연기와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래야 할 것같은. 젊은이들의 사랑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건 차화연의 욕심없고, 딱 부러지면서도 여성스러운 그런 모습들 때문이었다고 본다. 차화연의 철없는 전남편 송호섭으로 나왔던 강석우의 캐릭터도 흥미로왔다. 그가 변하는 모습이 신선했고, 그야말로 귀여웠다.

 

어쨋든 사랑해서 남주나 드라마 자체도 볼만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시청한 느낌이 강하다. 그들은 어떤 이슈에 대해선 바로 토론으로까지 발전할뻔하기도 한다. 장면이 바뀌고, 초고속으로 타이핑을 쳐야 하니, 길게 진행이 되진 않지만, 한국의 문화와 습관에 대해서 모두들 의아해하기도 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한다.

 

디지털 시대의 또다른 모습이겠다. 지구촌에 있는 무작위의 사람들과 익명의 대화를 할수 있고, 그들의 대화를 훔쳐볼수 있다는 .. 이슈만 되면 인터넷을 통하여 의견을 개진할 있다는 점등이랄까?

 

약간 웃긴 오역이 있어서 그것만 나누고 마치기로 하자.

 

내가 몇번 강조한 적이 있지만 영어자막이 있는 드라마를 시청하면 덤으로 영어공부까지 한다. Viki 전문번역가팀을 갖추고 자막을 싣는데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번역했다 싶다. 그래선지 약간의 오역이 눈에 띈다. 그런 것들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뭔갈 발견했다는 뭐 그런거..

 

받았냐? 라는 대사를

Did she accept me? 번역, 결혼날짜를 받았냐는 질문에, 엉뚱한 번역을 한것이다.

하나

내가 평생을 직장에서 펜대잡던 사람이야

I am a person, during my whole life who was a painter

내가 내평생을 그림그리던 사람이야로 잘못 번역했다.


또하나, 장인이 사위를 향하여 강서방 했는데, 번역에는 husband Kang 이렇게 나온다. 서방을 남편으로 번역한 경우이다. 아래  할것없이 “이름”을 부르면 통하는 이곳 사회에서 한국에서 붙는 수많은 호칭과 존칭들은 번역하기 어려운 것들중에 하나일 것이다. 연애하는  차화연이 박근형보고 “선생님”이라 부른다. 번역에서 보면 teacher”라고 나오는데, 그것처럼 어색한 것은 없는  같다. 

 

수많은 오역도 있었지만, 이렇게 한국드라마가 각종 언어로 번역되어 언제 어디서나 볼수 있는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들은 이제는 조금 신경써서 드라마를 써야할 지도 모른다. 막장드라마로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드라마를 위하여 수없는 긴장과 갈등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작가를 이해하긴 한다. 그러나 "억지설정"으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수 없다. 드라마가 다양한 한국문화를 보여주는 문화의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