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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속으로

정신병자들을 드라마에서 만나다


한국드라마에 빠진 중국인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정신병자들을 보러가자"고 말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중에 정신병자가 많음을 우스개 소리로 말하는 것이란다.

사실 새로운 드라마 추세의 하나가 정신의학을 다룬 드라마의 출현이라고 볼수 있을 것같다. 내가 심취한 드라마들도 그쪽 분야에 많기에 기사를 흥미롭게 봤다.


우선 두어달 전에 끝난 "라이어 게임"은 인간심리의 극한을 다뤘다. 백억원의 상금을 놓고 서로를 거짓으로라도 이겨넘겨야만 하는 그런 설정 자체가 흥미로왔다.. 라이어게임을 주도하던 신성록이란 배우는 거짓말을 부추기고, 서로 믿지못하게 만드는 그런 역으로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는 일본 만화가 원작이었고, 이를 한국사정에 맞게 재구성했다 한다. 게임 자체를 이해하기엔 나는 좀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을 쫓아가며, 불신이 팽배한 출연자간의 긴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된 심리극은 이제는 한단계 발전하여 정신병을 앓거나 정신과의사, 혹은 심리학자들이 주인공인 본격 정신의학 드라마들로 탄생했다.


닥터 프로스트.. 이것은 매주 한번 하는 드라마로 범죄수사에 심리학자가 동원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범죄심리 수사극이라 할만하다. 범죄의 이면에는 정신병적인 이유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선 닥터 프로스트 역시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은, 일반인들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 과거등으로 범죄의 원인을 밝혀내고 범인을 검거하는 일등공신이다. 송창의가 분한 닥터 프로스트는 냉정하고 깔끔하며, 흥분하지 않는 성격으로 그 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정신병을 앓고있다는 증거는 드라마 군데군데 드러나지만, 전체적으로 선한 정신병의 측면이 강하다. 이 드라마 역시 전편과 마찬가지로 만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도 중국사람들이 많이 보는 요즘의 드라마가 "킬미 힐미"일 것 같다. 이 드라마는 MBC 수목 드라마로 알고있으니 말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지성은 모두 7개의 인격을 갖고있는 "다중인격자"이다. 다중 인격이 한몸을 빌어 살고있으며 이들은 가끔씩 튀어나와 제삶을 살다간다. 황정음의 빠른 액센트 연기, 지성은 색깔이 다른 인간들을 연기하는데, 모두 그럴싸해 보인다. 눈빛도 달라야 하고, 표정도, 옷도 다른 각 인격을 연기한다. 사실 이 인격들은 예전의 아픔을 잊고 자신이 살기위해 자아가 분열된 것으로 나타난다. 지성의 과거에 관계가 있는 황정음 정신과 의사가 그를 치료하면서, 사랑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있다.




SBS에서도 수목드라마로 하이드 지킬, 나라는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다. 나는 이 드라마는 1편만 본 상태다. 계속 봐야할지 그만 둘지 고민중이다. 워낙 보는 게 많아서 잘된 작품만 골라봐야 하므로. 어쨋든 이 작품도 냉혹한 남자와 로맨틱한 남자, 두 인격을 가진 현빈이 한지민과 벌이는 티각태각을 담고있는 듯싶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혼자 미친듯 웃어대야만 했다. 하트 투 하트라는 TV N 케이블에서 방영되는 작품이다. 이제 6회까지 봤는데, 이 작품에는 정신과의사면서  강박증환자로 나오는 천정명과 대인기피증 환자로 최강희가 나온다. 최강희라는 캐랙터가 귀엽고, 안타깝고, 파격적이다. 이 작품은 정신병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도구로 쓰이면서, 코메디적 요소를 생산해낸다.





최강희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할머니로 분장하는데, 그 할머니와 천정명의 할아버지와의 만남에서 나는 포복절도한다. 할아버지 주현의 연기와 최강희의 능청스런 할머니 연기에서 말이다.


드라마에 따르면 정신병이 되는 데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대부분 어린시절의 심한 상처등에서 연유하고, 왕따등의 학교생활에서 더 깊어진다. 그러나 천정명같은 의사는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면, 불쾌하게 생각하는 강박증환자로 나오는데, 그런 정신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정신병의 발단은 대부분 그런 상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고 싶어 기억을 조작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같다.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도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일 것이다.


일상생활을 할때 사람들은 여러 부류가 있다. 초긍정적인 사람도 있고,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 어떤 일에 대해서 사람은 부정적이 될때도 있고, 긍정적이 될때도 있다. 그러나 그 둘 사이에서 극단으로 몰릴때 우리는 정신병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눈치가 100단이어서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 알고있다는 자신의 오류에 빠질수 있으며, 너무 눈치가 없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또 다른 면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하고싶은 말을 어떤 상황, 어떤 사람들 앞에서든지 다 할수 있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말할 기회를 찾다가 결국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극단에서 저울추를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잘살아내고 있다. 혹시 주위에 극단에 가파롭게 서있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조금 더 기회를 주어서 형평성을 획득하도록 도와야 할것이다. 또하나 마음의 병은 혼자 있을때 더 깊어지는 것같다. 드러낼 수 있다면, 드러내어야 한다. 골방을 빠져나와야 한다. 이것도 주변인들이 도와야 할일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도 결국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치유될 수밖에 없다. 골방에 가두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고, 현실을 받아들일때 그때서 새로운 시작을 할수 있게 된다.


드라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극적인 장치들을 다 동원한다.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는 것만으로 부족해서, 그들의 사랑이 그토록 이유가 많고, 힘들고, 넘어야할 산이 많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재벌도, 병도, 출생의 비밀도 필요하다. 게다가 요즘엔 마음이 아픈 병, 정신병도 그들의 일반적인 사랑을 막는 도구로 이용된다. 


드라마에서처럼 우리들의 세상에 정신병자=마음이 심히 아픈자 들이 늘어난 것일까? 드라마에 빠져있으면서도 그런 걱정이 든다. 드라마는 어떤 의미에서든 현실을 반영한 것일테니. 작은 마음아픔이 생겼다면, 치유하면서 나아가는 삶이 되길 바랄수밖에. 


아참, 드라마중독이라는 정신병을 내가 앓고있는 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