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람만 읽으라. 그저 넘의 이야기나 하나 하려고 한다. 그것도 수박 겉핥기식의.. "관음증 환자"가 되어보기로 하자. 주인공들은 우리 가게 앞의 두 주인들이다.
가게 카운터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면 보이는 그들 이야기다.
한집은 예전에 카누 렌트사업을 했던 곳으로 건물이 가운데 있고 좌우로 빈터가 많아 주차공간도 많고, 차들이 들어왔다 반달을 그리며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시원하고 넓직하다. 주유소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까? 카누 사업을 할때는 그옆에 카누들이 좌악 걸려 있었으며, 카누 렌트하는 차들이 들고나는 바쁜 비지니스 구역이었다.
몇년전 카누사업을 접은 뒤로 그 건물이 매물로 나왔었는데, 어떤 한인이 그 건물을 눈독들이기도 했었다. 그는 그 건물을 사서, 가게를 차리고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여 꽃장사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바로 앞집에 우리 편의점이 있는데도 그런 계획을 세웠었다. 우리 가게를 찾아온 그사람에게 우리는 차를 대접하면서, 무슨 일인가 귀를 기울이다 보니, 앞집 건물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것을 사서 가게를 열려고 하니, 우리더러 로터리 머신을 팔 의향이 있느냐, 그런 말을 해왔다. 계산에 굼뜬 우리들도 대뜸, 우리보고 로터리 머신을 팔고 가게문을 닫으라는 황당한 요구에 뜨악해졌었던 적이 있었다.
다행인지 그 건물 사는 것을 포기했기에 망정이지, 작은 마을에서 한인 두집이 마주보면서 으르렁거릴뻔한 사연이 있었다.
그 건물은 오랫동안 매물로 나왔다가 렌트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몇몇 오피스가 들고 나다가 최근에는 그 건물 주인의 손녀가 미용실을 개업했다. 뒤편인지, 이층인지에서 부부가 살림도 하면서 미장원 경영을 한다. 살림할 수 있는 곳이 또 한채가 있어서 동네 젊은 부부가 그곳에서 살더니, 최근에 다시 빈방사인이 붙은 것을 보니, 그들이 이사간 것 같다. 그 건물의 주인은 은퇴한 70대 초반의 부부인데, 그 건물을 보러 가끔씩 나오는 부부를 창문 너머로 보게 되곤 한다. 그들 부부는 페이슬리에서 오랫동안 살던 토박이들이고, 일가친척들이 이 동네에 포진해있다.
그 집과 바로 이웃한 또 한 집은 페이슬리에 들어온지 5년쯤 되는 외지인이다. 그 건물은 오래된 집과 상가가 붙어있는데, 상가는 시골동네 사업체들이 살아남는 것이 별로 없어서, 들락날락 여러 사람들이 깃들었다가 문을 닫곤 했다. 그 부부는 외모로 보면, 존경받기가 힘든, 불뚝 나온 배에 심술스럽게 생긴 얼굴, 허름한 차림새의 남자와 또 비슷하게 생긴 네모형의 여자다. 그 부부는 이사오면서 조금은 파격적으로 그 집을 손을 보았다. 예전에 할머니 혼자 살아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않아, 나무들이 온 집을 싸고 게다가 울타리까지 있어서, 언제나 숲속처럼 침침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후 그집에 들어온 부부는 우선 집을 막고있는 큰 나무들을 베어내고, 울타리도 완전히 낮추고 꽃밭도 만드는등 손을 보았다. 페인트칠도 해서 페이슬리 거리의 모양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돌았었다.
그들 부부는 겨울이면 캠핑차를 타고 따뜻한 나라로 떠나서 겨울동안은 그들을 볼수 없었다. 그런데 첫 문제는 그 캠핑카이다. 그 집은 원래 차 세울 곳이 없이 만들어져 있어서 그들은 자주 볼일보러 나오는 사람들을 위한 도로 주차공간에 그 큰차를 세워놓았었다. 길가에 캠핑카를 주차시키는 것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불만을 토로했다. 나중에 보니, 집 옆 잔디밭 자리를 들어내고 주차공간을 만든 것은 그런 불평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집은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드라이브웨이가 원래 없었다. 나무와 가로등이 막고있어서 말이다. 잔디밭을 들어내 주차할 수 있게 만들었다손 쳐도, 그곳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옆집을 통해서 들어오면 그것이 가능하다. 많은 차들이 차를 돌려야할 때, 그 길을 이용하곤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두집이 심하게 싸운다. 아마도 자신의 길을 통해서 들어가지 말라고 했나 보다.
이야기를 쉽게 하기 위해 캠핑카 갖고있는 그 남자를 내가 볼때 왼쪽에 사니, 좌씨네, 전 카누 오너를 우씨네라 말하기로 하자. 어느날 보니, 좌씨 집에서 큰 공사가 시작된다. 집 뒤터에 거대한 차고를 짓기 시작했다. 중장비 기계가 서너대가 와서 땅을 파내고, 건물을 올린다. 볼거리가 궁색한 마을에 그집의 공사 사건은 잔잔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좌씨네는 본인의 집 규모보다 더 클것 같은 거대한 차고를 완성한다. 차고라고 했지만, 용도는 무엇인지, 차는 밖에 세워놓았던데. 어쨋든 으리으리한(?) 창고를 집에 잇대어 짓고, 얼마후에는 집앞에 드라이브웨이 공사를 한다. 큰 나무와 동네길을 밝히는 가로등이 서있어서 차 한대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옆집도로를 이용해야 했는데, 어느날 큰 차가 오더니 거대한 못을 뽑아내듯이 가로등을 쑥 뽑아 날라갔다. 그리고 마을 공동의 소유여서 여러 사람의 차를 주차시켰던 길을 좌씨네의 드라이브웨이 입구로 만든다. 주차표시 페인트도 싹 지우고, 이제는 옆집을 통과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길로 드나들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좌씨네는 이 일을 위하여 얼마만한 공력을 들였을까? 원래 시의 소유였던 길까지 자신들의 소유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모든 분쟁의 소지를 다 없애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날 두집이 또 대판 싸운다. 이번엔 두집의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보잘것없어 보였던 좌씨네에도 덩치 큰 아들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싸웠는지는 모른다. 뒷편에 크게 선 창고 때문에 일광에 지장이 있다는 내용이었을까?
가게에서 보면, 좌씨네 부부의 모습을 자주 본다. 그렇게 주로 집밖에 나와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날씨가 좋으면, 언제나 밖에 앉아있던지, 청소를 하던지 무엇인가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살만한 환경으로 모든 것을 바꿔나간다. 추운 겨울에는 또 남쪽나라를 찾아 내려간다. 우리집 미키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그들의 그런 태도가 동네사람들의 질투를 유발하는 것같다고 말한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으면서, 때마다 놀러다니는 것 말이다.
내가 보기엔, 토박이인 우씨네가 좌씨네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동네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외모도 형편없는 그들이기 때문에 쉽게 무시하려 했던 게 아닌가싶다. 이제 이두 집은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 분쟁의 요소를 다 해결했는데도 전운이 감돈다.
우리 가게에 오는 배달차가 우씨네 집앞에 주차했다가 한소리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대부분 큰 트럭이라 주차공간을 찾지못해 그런 일들이 솔찮이 일어난다. 펩시, 코카콜라, 빵, 우유 등 큰차가 올때마다 차 세울 곳을 찾아서 주춤거리리는 걸 가게안에서 지켜본다. 운전사에게 주의하라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우씨네가 우리보고 뭐라고 한적은 없다. 만약에 우리 부부도 우씨의 눈밖에 나면, 그런 것까지 짚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만든 드라이브웨이 앞에 습관처럼 주차하는 주민들도 있다. 나의 권리를 주장하며 때마다 싸워야 한다면 세상은 피곤해서 살수가 없을 것같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처음에 양해를 구하고, 옆집과의 관계를 잘 해결했다면, 좀 어땠을까 생각한다. 내것이 아닌 것을 사용해야 할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만 있었어도, 그렇게 힘과 돈으로 밀어부쳐서 서로의 자존심만 상처내는 쪽으로 해결하지는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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