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갇힌 사람들?
사람들을 가두고 동물들을 풀어놓는다. 동물들이 사람들을 구경한다.
아니다. 틀렸다. 동물들을 잘 구경하기 위해 인간들이 만들어낸 꾀다. 좋게 이야기하면 동물들의 입장을 고려한 친동물적인 동물원이다.
"밖으로 나오면 잡아 먹힐 수도 있습니다. 차안에 얌전히 앉아서 구경하세요!" 이런 광고판이 곳곳에 세워져있는 동물나라에 다녀왔다. 온타리오주 캠브릿지에 있는[아프리칸 라이온 사파리(African Lion Safari)]는 역발상을 소화시킨 다른 종류의 동물원이다.
1천여 마리가 넘는 각종 생물들중에 사람을 해칠만한 동물들은 철망으로 크게 막아놓고, 사람들은 그 문안으로 차를 타고 들어간다. 본인의 차를 타도 되고, 약간의 웃돈을 주고 가이드가 있는 사파리 관광차를 타도 된다.
아이들의 학년종료 여행으로 계획된 것이다. 담임의 말에 따르면 "와일드(야성적인)한 여행" 컨셉이었다니, 동물들도 그랬지만 오는 길에 천둥, 번개, 폭우를 경험한 것도 이 컨셉에 한몫했다. 학부모 6명과 교사 1인이 아이들을 나눠서 맡아 수월했다.
우선 위험한 동물들의 구역을 탐방함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팀은 관광차를 탔다. 창문이 넓어서 밖을 내다보기가 수월했지만, 창문을 거쳐서 사진촬영을 해야 해서 좀 아쉬웠다.(아쉬워할 걸 아쉬워해라. 창문을 열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낮의 사자들
천방지축 원숭이들
우리가 탄차의 앞유리. 운전사를 쳐다보고 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지브라.
아, 정말 아름다운 동물중의 하나, 기린. 우아함의 극치였다.
이런 야생동물만 있으면 보는 것은 스릴이 있고 즐겁지만 무언가 미진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이기 때문일까? 버스 투어를 마치고 나올때 마지막 사인판에는 이런 말이 써있다. "잘 보셨습니니까? 그러나 라이온 사파리의 시작은 지금부터입니다"라고. 위험동물 투어 시간은 딱 1시간 걸렸다.
미리를 포함 내가 맡은 아이는 3명이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그저 공원같기만 하지, 무엇을 보러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얼른 눈에 띄는 것이 호숫가에 띄어진 보트였다. 호수에는 물새들이 한가로이 헤엄을 치고 있었고, 호수안의 작은 섬에서는 원숭이들이 놀고 있었다. 우리는 우선 배를 타기로 했다.
밑의 첫번째 사진은 오스트리아 산 검은백조란다.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두 다리를 뒤로 쭉 빼고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 그리고 가끔 물살을 갈라줬다. 백조가 우아해보여도 그의 두다리는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잔잔한 호수여서 그런지, 그들은 두 다리를 쭉 펴고 유유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밑에는 공작새 종류같기는 한데, 조금 작고 앙징맞았다.
보트를 타고 사파리 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살펴보니, 그제서야 지도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 몇가지 이벤트가 있다. 그것을 중점적으로 찾아다니기로 한다.
앵무새쇼(Parrot Paradise show)와 먹이를 잡아채는 새들의 묘기
훈련된 앵무새가 곧잘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잘가세요. 그리고 목청을 돋구어 오 ! 캐나다 노래 한소절 부르고. "동물 애호가"들은 이런 것을 반대한다. 인간들이 사육하면서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훈련시키는 것은 동물학대에 속한다는 것이다. 먹이를 주면서 한가지씩 원하는 것을 뽑아내는 사육자들. 흠, 그런 비판을 받을만도 하겠다.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먹이" 때문에 지껄이고, 노래하는 앵무새의 처지를 볼때 말이다.
때때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먹이를 새들에게 주는 공연을 하는 사육자들이 진땀을 흘린다. 먹이를 주어도 새들이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않는다. 휘파람을 불고, 혹은 호루라기로 그동안 길들여온 대로 하는데도 그들이 제대로 호응하지 않았다. 진행자의 말에 따르면 새들의 몸은 많은 부분 깃털로 덮여있고, 뼈도 스폰지같아서 무척 가볍다고 한다. 그래서 바람불면 새들이 날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매등 큰 새들의 묘기를 구경하러 왔던 사람들은 참을성을 갖고, 그들이 먹이를 찾아 비행하는 모습을 훔쳐봐야 했다. 말못하는 동물들과 인간들의 피나는 훈련을 느끼게 했다.
사육자가 한마디하면(바로 따라하지 않으면 사육자가 쉴새없이 그 말을 반복해야 했다) 그를 따라서 했다. 그리고 "먹이" 한점 얻어먹고. 사람이 동물과 다르려면, 먹기 위해 "일"하는데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맞나?)
수영하는 코끼리와 그들의 묘기
이날 쇼의 백미는 코끼리들이었다. 코끼리 네 마리가 나와 사람들에게 그들만의 묘기를 선물했다. 9천 파운드에 달하는 거대 코끼리. 그러니까 보통 성인여자를 100 파운드라 치면 90명에 달하는 몸무게를 자랑하는 코끼리, 그러나 움푹 패인 순박한 눈, 긴 코, 그리고 딱딱한 살가죽등 맘씨좋은 거인에게서 느낄법한 애잔함을 불러일으켰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말을 알아듣는듯 끄덕끄덕하기도 하고. 코끼리가 코에 물감을 묻혀 그림을 그리기도 하더라. 그들이 그린 그림을 티셔츠에 박아 선물가게에서는 팔기도 했다.
어쨋든 그들의 묘기를 카메라 밧데리 사정으로 많이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9천 파운드의 거구 코끼리가 누워있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나가는 중이다. 발을 잠깐 헛디디면 깔려죽을 지도. 사육자와 코끼리가 호흡을 맞춰 묘기를 끌어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이 코끼리는 32살이라고 했다.
자 인사를 받으시지요. 관중들에게 깊은 절을 하는 청년 코끼리.
공원을 한바퀴 돌며 감상하는 기차를 기다리다가 우리팀은 시간이 부족해 포기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먹이를 주면서 함께 놀수 있는 "애완동물 코너"로 갔다. 우리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염소들이 있는 곳뿐이었다. 그러나 울타리가 낮아 토끼, 사슴, 라마에게 먹이를 손쉽게 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판기에서 동물 먹이를 뽑아내서 염소에게 주었다. 염소들이 막 기어오른다.
사파리동물원 투어는 아직 끝이 아니다. 정글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미친듯이" 놀 수 있었고, 물미끄럼틀과 분수가 있는 곳에서는 땡볕에 솟아난 땀을 식힐 수 있었다. 그곳에서만 놀아도 아이들은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수 있을듯.
[아프리칸 라이온 사파리]가 아니더라도 이런 곳을 놀러가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사진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밧데리를 충분히 충전시켜가야 한다. 카메라에 담고싶은 장면이 여럿 나온다. 나는 밧데리 충전을 잘못해서(전기코드를 꽂지않았다), 아주 아껴서 찍어야 했다. 그리고 코끼리 묘기 등은 동영상으로 찍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정문에서 나눠주는 지도를 잘 살펴서 하나하나 빼놓지 말고 탐험하고, 그 맛을 즐기는 것도 잊지 말기를. 우리는 몇가지를 놓쳤는데, 다음에 한번 더 간다면 좀더 착실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싼 입장료를 내는 데는 그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 바로 라이온 사파리가 그랬다.
웹사이트 www.lionsafa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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