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글쎄... 결혼 10년 동안 매년 친정에 1달간씩 보내주는 사람이 흔치 않더라구. 그래서 대놓고 칭찬을 해줬지. 당신, 기네스북에 오를지도 모르겠다고 말이야...."
결혼 10주년을 맞아 록키산맥 여행을 하고 캐나다에 들린 동생이 이번 방문에 앞서 남편을 추켜세웠단다.
동생이 살고있는 곳은 미국 시카고. 이곳까지 꼬박 10시간 운전을 하거나, 비행기로 1시간 이상 걸린다. 엄마가 살고있는 캐나다는 그녀의 "친정". 아이들 방학하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동생 때문에 여름이면 모두 "놀자판"이 되고만다.
캐나다로 이민와서, 미국의 한국인과 결혼한 동생에게는 캐나다라는 나라가 엄마 언니 동생이 있는 진정한 친정이다. 궁금할 때 엄마를 찾아볼 수 있는 나는 친정에 대한 별다른 감흥이 없는 데 말이다. "친정"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복고적이면서 고향스런 정감이 동생의 언급으로 실감난다.
미국 동생이 포즈를 잡았다. 뒤에 있는 쌍동이 텐트가 동생의 주선으로 한국에서 이민올때 마련한 것이라는데, 현재는 큰언니, 막내가 쓰고 있다.
올해도 동생의 방문을 즈음하여 가족캠핑을 계획했다.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소아마비로 다리가 아픈 종화언니가 살고있는 오웬사운드를 캠핑장소로 삼았다. 오웬사운드는 토론토에서 3시간 거리, 인구 2만명의 소도시이면서 호수와 작은 산을 끼고 있는 전경이 밝고 아름다운 고장이다.
언니와 두군데 답사를 했다. 21명의 가족들이 편안히 머물곳으로 해리슨 공원(Harrison Park)의 캠핑장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인 것 같았다. 어릴때 물장구치면서 놀던 그런 개울을 연상시키는 개울물과 산속으로는 산책로가 있고, 카누 타는 작은 강줄기가 흐르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지척인 그런 곳이었다.
4 사이트를 빌리니 그 면적이 넓어 텐트 3개를 치고, 캠핑카를 한군데 받쳐놓고, 차 넉대가 주차하고도 부엌과 모닥불 피울 공간은 충분했다.
올해 특별출연은 사촌오빠네 가족이었다. 작년부터 캐나다에 와서 "노동허가서"를 신청해놓은 상태였다. 사촌오빠 가족이야기만 해도 장편소설감이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바로 오늘 "노동허가서"를 확인받았다는 소식을 받았다.
사촌오빠 가족... 탤랜트 가족이 아닌가 싶은...
이 자리를 빌어 축하를 왕창 보낸다. 오빠의 캐나다 정착을 위해 막내동생 가족이 애썼다. 이곳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학비 면제와, 적법으로 일하면서 영주권 신청할 기회를 얻게 되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캠핑을 하게 되면 딱 2가지 중요한 문제가 부각된다.
먹는 것,
자는 것.
인생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는 것처럼 이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고, 이를 위해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이 캠핑이다.
올해 먹는 것은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동생의 한국식품점에서 물건을 도매로 사게 됐는데, 이 일을 사촌오빠 내외가 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한국식품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빠 내외는 친척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주기로 작정했는지, 먹음직스런 음식들을 많이 가져와서 포식을 했다. 캐나다 짠순이 짠돌이들은 이 "큰손"들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그 다음 자는 문제.
우선 캠핑카에서는 노약자를 재우자는 게 내 계산이었다. 그리고 먼데서 온 미국손님(동생네 가족)을 포함시킨다. 캐나다의 여름밤은 썬썬하다. 그래서 텐트속은 언제나 춥고 습기차게 된다. 캠핑카는 전기불도 들어오고, 침대도 있고, 더군다나 난방이 되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 가족, 사촌오빠 가족, 그리고 막내네 가족은 각각 텐트에서, 엄마와 큰언니 내외, 미국동생네는 캠핑카에서 첫날밤을 지냈다. 아참 종화언니는 기어코 집으로 가서 잠을 자고 와야 한다고 새벽에 일어난다. 그 언니는 온식구가 우리집에서 모여 밤새워 이야기하는 날에도 늦게라도 집에간다고 일어서는 "희귀종"이다. 몸이 약간 불편한데다 "깔끔 결벽증"까지 있으니, 우리들은 놀리면서도 언니를 막지 못한다.
그 다음날, 한 텐트속에서는 추웠고, 캠핑카에서 잔 누구는 한잠도 못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텐트속에서 아주 잘잤다. 에어 매트리스를 깔고 두장의 이불을 덮었으니, 추위도 못느끼고 말이다. 아이들의 에어 매트리스는 바람이 빠져 불편했던 것처럼 보였다.
첫날은 그런대로 잤지만, 둘째날 아침에 큰 변이 일어났다. 아침나절에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더니, 바닥 곳곳에 물기가 스며들어와 있다. 밖에 나가니, 일찍 일어난 큰언니 형부가 부엌 살림을 비젖지 않게 하느라 부산했나 보다. 그러는 와중에 의견이 엇갈려 두분은 말다툼을 하신 뒤였다.
비오는 와중에 아침밥도 먹어야 하고, 침낭과 모든 도구를 정리해야 하니, 축축한 것이 아주 찜찜했다. 왜, 매년 떠나는 날 아침에는 비가 오시는지.. 텐트의 물기가 마르기도 전에 소동을 피워서 걷고 일일이 닦아냈는데, 몇시간후엔 날이 개서, 그렇게 사서 고생하지 않아도 될뻔 했다. 부지런함이 가끔은 쓸데없는 일을 만들기도 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쨋든 자고 먹는 문제는 대충 그렇게 끝났다.
캠핑장안에는 산책로가 많이 있다. 그 안에 있는 것만 돌았어도 충분했으련만, 무언갈 "했다"는 흔적을 남기려 유명하다는 시닉 케이브(Scenic Caves)를 방문하기로 했다. 긴 흔들다리와 바위동굴이 볼만하다는 시닉 케이브를 찾아가는데, 길을 잃었다. 정확한 지도를 찾아들고 인도를 했어야 했는데, 차 2대에 꽉 찬 사람들이 거리에서 헤맸다. 누구 때문에? 바로 글쓰고 있는 사람의 준비미흡으로 말이다.
호숫가를 산책한 5명의 멤버들. 왼쪽에서 두번째 엄마, 오른쪽 큰형부, 그리고 세자매..
해지는 호숫가.
캠핑장안에서, 앞에는 큰언니와 조카 지아, 뒤는 막내동생과 그녀의 딸 유니..
산책하고 있는 우리 팀들. 유니가 사진찍는 이모를 돌아보며 손짓을..
갔던 길을 되돌아와 그 곳을 찾아냈다. 8순 엄마도 따라왔고, 4살 지아도 쫄랑거리며 함께했다. 나도 힘든 길을 엄마가 층계 손잡이를 의지하여 걸었다. 어린 아이들은 날라갈 정도로 빠르게 그 바위산을 탔다.
건강이 안좋은 큰언니와 종화언니, 막내제부는 막내딸을 데리고 캠핑장을 지켰다.
시닉 케이브에서
자연냉장고라 이름붙은 굴속에서 막내.
바위와 바위가 잇대어 있어 비좁은 굴을 형성했다. 한사람 간신히 빠져나올만한 굴이 몇군데 있었다.
흙속에서 보석을 찾아라. 모래속에 섞인 자연광석을 찾아내느라 열중한 아이들. 모래주머니는 기념품샵에서 팔았다. 흐르는 물속에 망이 쳐진 상자를 넣고 흔들어 광석을 찾아내는 놀이.
줄지어서 바위산을 타는 우리 일행들.
흔들다리라지만... 너무 안전하게 설계되어 흥분과는 거리가 멀었던 다리.
꼬마 지아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모닥불은 캠핑장을 덥히는 난방장치로 요긴하게 쓰였다. 감자,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갑자기 현실세계를 생경하게 만든다.
대학시절 동생들과 자취를 했었다. 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얼마나 못먹고 살았는지 회고했다. 도시락도 제대로 못싸갖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엔 내 "잘못"이었다고 몰아세웠다. 그러고 보니, 동생들 뒤치닥거리를 내가 했었어야 했나 보다. 언니들의 도움을 받다가 내가 가장 큰사람이 되었었나 본데, 나는 그런 책임감이 없었다.
대학시절은 내 한몸 고민하면서 챙겨가기도 벅찼다는 기억만 있다.
나는 아뭇소리도 못하고 동생들의 화살을 받았다. 그들이 증거를 들이대면서 말하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내 동생들이 사랑스럽다. 반응이 느린 나보다 빠르고, 민첩한 그들에게서 신선함을 느낀다.
캠핑 이틀째, 사흘째 되니 몸이 풀리고 무엇을 재게 도울지 그때서 보이는 느낌을 받는다.
둘째날 사촌오빠 가족이 떠났다. 그러고 나니 가족이 많이 준 듯 싶었다. 그리고 둘째날 저녁쯤, 더이상 떠난 사람은 없는데, 어쩐지 헐거워진 듯싶다. 아 그거였다. 오래 부대끼다 보면 서로 적응이 되어서 전체적으로 부피가 줄어든 것 같은 느낌.
미국 동생이 갈때까지 우리들은 이곳저곳에서 뭉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뿜어내겠지. 매년 이렇게 "친정살이"를 세게 하는 것이 떨어져있는 우리들에겐 비상약이 되는가 보다. 엄마뿐 아니라, 자매끼리도 서로가 서로에게 친정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먼데, 한국에서 올수 없는 가족들이 "엄마가 있는 친정"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어나지 않은 몇명을 빼고 전부 모여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물론 찍사는 사진 그 앞에 서있고.
'여행을 떠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덩치 큰 트레일러와 함께 Go!! ...대서양 연안 탐구(2) (0) | 2007.08.03 |
---|---|
동해를 향하여(1)..대서양 연안탐구 (0) | 2007.07.23 |
캠핑이 아니고 알빙(RVing)입니다.. 여행 트레일러 훈련기 (0) | 2007.06.20 |
특별한 동물원 "아프리칸 라이온 사파리" (0) | 2007.06.10 |
캠핑카 가족에 합류하다 (0) | 2007.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