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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캠핑이 아니고 알빙(RVing)입니다.. 여행 트레일러 훈련기

 

 

심심치않게 Rving(알빙)이란 말이 쓰인다.

Camping은 텐트와 너무 잘 어울리는 독점적인 관계같으니, RV(Recreational Veicles) 가족들이 저이들의 언어를 찾아낸 것 같다.

자, 우리도 여행 트레일러를 장만했으니 Let's go RVing이다.

 

그동안 많던 시간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시간맞추는데 몇주일이 날아가 버렸다.

목적은 트레일러 연습여행이니,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한다.

빠짐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기간은 좀 넉넉하게. 그래서 지난 주말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3박4일간을 온타리오 주립공원중의 하나인 맥그리거 포인트(MacGregor Point Park) 공원의 트레일러 사이트를 예약했다. 이 공원까지는 집에서 1시간 남짓 걸린다.

 

우선 트레일러와 차를 연결해야 한다. 큰 덩치를 움직일 순 없으니, 차를 뒤로 몰아 연결 둥근쇠에 끼어맞춰야 하는 일인데... 갈때는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캠핑중에 다시 한번 차와 연결하는데, 그게 정말 화살을 조준하여 정중앙에 맞춰야 하는 것같이 정확한 운전기술이 필요했다. 덕분에 나는 조수역 하느라 목이 쉴 지경이었으니. 

 

트레일러를 끌고 거리에 들어섰다. 일정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남편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간다. 육중한 꼬리가 흔들리니 운전을 할수가 없댄다. 어쨋거나 되돌아 설수도 없는일, 우리차를 제치고 차들이 하나둘씩 추월한다. 나중에는 우리차와 같은 트레일러를 끄는 차가 추월을 하더니, 아주 작은 꼬리를 매단 폴딩 트레일러가 옆을 휑하니 지나친다.

 

어쨋거나 우리는 초지일관 저속으로 주행해나갔다. 트레일러 딜러의 말많던 직원이 연결부분을 받쳐주는 지지대를 부착하는 것이 운전하는데 수월할 것이라고 했는데, 남편은 상관없다며 거절했었다. 아마도 장삿속으로 말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이 여행이 끝나면 그것부터 사서 달아야 할 것 같다고 남편이 말한다.

 

간신히 공원에 도착하자, 금요일 오후 캠핑나온 여러 차가 모여서 있다. 접수하느라 한 30분 기다려서 사이트 134에 안착하였다. 그리고 물탱크에 물을 채웠다. 30갤론이 들어간다. 1갤론이 4리터, 120리터 정도란다. 그 정도의 물이면 얼마동안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빌딩이 빽빽한 도심에 있다가 수풀이 우거진 살림에 오면 마음이 좀 푸르러지고 시원한 감이 있을 것이다. 혹은 매일 보는 그렇고 그런 풍경일지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야외로 나왔으면 또 다른 휴식의 맛이 있을 것인데, 어째 처음부터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대같이 키큰 나무들에 둘러싸인 캠핑사이트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이 어째 묘한 기분이다.

 

 

어쨋거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누우니 좀 뿌듯하긴 하다. 텐트 바닥의 딱딱한 돌멩이들의 감촉을 등어리에 느끼며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침대가 있는 간이하우스여서 일 것이다.

 

일은 그 다음날 벌어졌다. 오후쯤 되니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물 상황을 보니 바닥이다. 배는 고파오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 다시 차에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물을 받는 곳으로 가야 한다. 물을 받는 김에 차 있는 오물도 쏟아버리기로 한다.

 

사실 트레일러를 구입할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우리들이 사용한 화장실 물이 어떤 경로로 치워지는가 였다. 지난번 딜러 담당자와의 교육에서 물탱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30갤론씩 세개의 탱크가 있는데, (1)깨끗한 물 (2)설겆이, 세수, 샤워한 물(회색물이라 부른다) (3)변기에서 사용한 물(검은 물이라 부른다) 탱크이다.

 

오물처리장을 가니 바닥에 쇠뚜껑이 달려있다. 밑으로 오물처리시설이 되어있나 보다. 우선 크고 구불구불한 호스를 꺼내 한편은 검은 물탱크 입구에, 한편은 쇠뚜껑밑으로 연결한다. 오물이 흘러나온다. 그것을 다 뺀 다음, 회색 물탱크에 호스를 연결해서 그 물을 빼내게 된다. 회색물이 빠져나올때는 검은 물을 설겆이하면서 내려온다. 그래서 그 안이 어느정도 청소가 되는 것이다. 사실 사인이 없다면 오물처리장인지 알수 없을만큼 흔적이 없다. 그만큼 깨끗이 사용되고 있었다.

 

 

하루 사용한 양이라 그런지 다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 옆에는 수압이 센 수도가 있었는데, 마무리 청소를 그것으로 한다. 오물이 흘러들어간 입구를 깨끗이 닦아내고, 호스를 헹궈낸다. 참으로 어려울 것 같았던 오물청소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새물을 또 한바탕 받아서 다시 사이트로 끌고 왔다.

 

냉면을 삶기 위해 물을 끓이는데, 트레일러 안의 전기가 영 시원치를 않다. 그리고 밧데리를 체크하라는 사인이 자꾸 들어오고, 삑삑거리는 소리가 난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갔다 오기로 했다. 애완 동물들에게 물과 음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이들 때문에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생고생"을 하는지 확인하러 온 언니와(사실 언니는 얼마나 즐거운지 동참하러 방문했겠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가까이 살아도, 우리에겐 대화의 시간이 항상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저녁이 짙어가는데, 희미했던 전기불이 점점 더 나빠진다. 남편이 돌아와서 트레일러를 점검하기 시작한다. 트레일러는 전기, 프로팬, 밧데리 세 종류의 에너지를 쓰는데, 아무래도 전기가 접속이 안된 것 같았다. 우리는 전기가 들어와서 불이 켜졌다고 믿었는데, 그것은 저장된 밧데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풀리지 않는 문제속에서 트레일러처럼 우리속도 점점 어두워갔다.

 

텐트치는 캠핑이었다면 전기가 없어도 생존할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아무런 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다행히 후레쉬 하나를 가게에 가서 사왔기에 망정이지.

 

불이 안들어오더니, 물을 공급하는 펌프 시설이 움직이지 않자 물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설겆이감은 쌓이고, 아이들이 화장실에 "큰일"을 벌여놓기도 하고. 바로 몇발자국 걸으면 화장실이 있는데, 왜 우린 트레일러에서 다 해결하려고 했는지. 어쨋든 물을 받아다 변기에 부어내렸다.

 

깜깜함속에서 잠이 깬것은 새벽3시였다. 그동안 희미하게 들어왔던 불도 다 나가고, 고기와 생선이 들어있는 냉장고도 파워가 꺼진지 한참이다. 막내는 잠이 안온다고 일어났다. 촛불을 찾아서 켜주고,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 여길 떠나자. 우선 음식 보관도 그렇고, 프로팬이 있으니 음식은 할 수 있지만 물이 나오지 않으니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할수도 없고. 트레일러 딜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맡겨보는 게 낫겠어."

 

남편도, 그래야 되겠지? 하면서 시무룩하게 대답한다.

 

다음날 가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아예 일어나 앉아서 나는 사진기를 가지고 놀고, 막내는 졸린 눈으로 그림을 그리고 남편은 후레쉬를 켜들고 "사용설명서"를 훑는다.

 

 

 

프로팬 스토브밑에 전기배선판이 있다. 남편이 그것을 연다. 나는 뒤에서 "잘못 만지면 위험할텐데..."하면서 토를 다는데, 갑자기 실내가 확 밝아졌다. 불이 들어온 것이다. 말하자면 접속이 잘안되었었나 보다.

 

마침 캐나다에서 지키는 "Father's Day" 날이 밝는 중이었다. 그의 성공적인 문제해결이 "아버지"를 생각케 한다. 안전한 캠핑을 책임지고자 하는 열성이 이뤄낸 것일 테니. 아빠, 남편, 그들은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고, 그밖의 주변인물(가족)들을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캠핑을 떠나오면 우선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상적인 편안함에서 쉬이 벗어나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나 인터넷 중독자가 집안에 몇명이 되는데, 그들이 밖에서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하루이틀 흐르는 동안 우리들의 "야성"이 발동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일요일 내가 교회에 간 사이, 남편과 아이들은 긴시간 공원안의 산책로를 돌며 부녀간의 정을 다졌단다. 그 길에서 뱀을 보았다고 사진을 보여준다. 그 길을 나도 남편과 함께 돌았다. 일요일 오후, 캠핑족들이 떠난 한적한 숲길을 지나고 나니 휴론 호수가 나타난다. 잔잔한 자갈이 깔려있다. 왼쪽으로 휘어져서 만들어진 작은 호수가엔 구름같은 안개가 몰려다니고 있다. 죽은 큰 나무가 쓰러져 자연 벤치가 되어있다. 이 공원의 호수는 수영하기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모래사장도 그렇고, 물가에 수초가 많았다. 그러나 자전거타고 돌기, 하이킹하기, 산책하기에는 그만인 것 같다. 그런 목적의 공원인가 보다.

 

온타리오 주립공원의 특징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라 한다. 나무들이 씨를 떨어뜨려 뿌리를 내리고, 연약한 것은 죽고. 동물들도 저들 나름의 생존법칙으로 살아간다. 캠프 사이트에서 만난 짐승은 토기, 사슴, 너구리, 다람쥐였다. 빠르기가 제트비행기같은 다람쥐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서 먹을 것이 없나 두리번 거린다. 사슴은 우리의 처음 방문길에 보이더니,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었다. 수박껍질이 들어있던 쓰레기봉지를 헤치고 간밤에 어떤 동물인가 와서 다 먹어치웠다. 아침은 이름모를 새들의 시끄러운 합창으로 귀를 소란하게 했다. 그들은 햇살이 들면 울어댄다는 것을 알게됐다. 밤새 우짓는다면, 캠핑인구는 훨씬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캠핑 마지막날 저녁은 "아버지의 날" 기념으로 중국식당에 가기로 했다. 정성을 다해서 음식을 해주고 싶은 것이 옆에있는 사람의 생각이었지만, 아이들의 적극적인 주장으로 식당에 가는수밖에 없었다. 그런 다음에 우리가 간 곳은 싸우스햄튼의 호숫가였다. 그중에서도 선착장이 보이는 다리밑으로 갔다. 낚시꾼들이 몇 보이고, 등대도 보인다. 나는 그날 일몰을 잡을 생각으로 부풀어올랐다. 그런데, 비가 조금씩, 안개가 조금씩 영 밝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아이들에게 점프를 시키고 사진에 담았다. 어느 블로거가 올린 점프사진이 인상이 깊어서 시도해봤다. 에너지 발산이 필요한 아이들도 열심히 뛰어주었다.

 

 

 

 

 

 

 

 

 

 

 

 

 

다음날 아침 학교갈 아이들을 담고, 새벽 일찍 캠프장을 나섰다. 다시 채워진 오물을 다 쏟아내고, 약간의 비상물을 채웠다. 캠프장 들어올때 나갈때 그것은 기본적으로 잊지 말고 해야 하는 일 같다.

 

남편은 운전하면서 여전히 초비상이다. 뒤따르는 차들이 행렬을 이루고. 그래도 우리는 으쓱했다. 서바이벌 같은 게임이었지만, 무사히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핸드폰 하나 사용하는데도 익숙해지려면 몇달이 걸리는 사람도 있는데, 이 덩치 큰 거인을 내것으로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다만 그것을 생각지 못했을뿐이지.

 

아 한가지, 프로팬 개스 정말 조심해야 한다. 프로팬 경로를 열어놓고 스토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켜놓으면 프로팬 개스가 빠져나가 실내를 채우게 된다. 내가 그런 실수를 했는데, 점화했을 때 빠져나온 개스에 맹렬하게 불이 붙는 것을 목격했다. 프로팬이 샌 기미가 있으면 밸브를 우선 잠그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모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그런 다음에 시간이 지난 다음 작동해야 한다. 우리는 대체연료를 갖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팬 사용은 좀 자제하고.

 

그리고 또하나의 교훈은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마구, 아낌없이 전기나 불이나 물이나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 작은 탱크 하나의 물로 하루 이틀 버팅기기 위해서 아껴쓰고, 잘 잠가야 된다는 것,,, 그런 것들을 훈련하고 왔다.

 

집에 도착한 것까지 말해야, 이글을 맺을 수 있겠다. 트레일러 안에 쓸 거리는 모두 넣어둔다. 각종 양념같은 것도 그렇고. 청소도구와 세면도구까지. 각자의 옷장이 있으니 침낭부터 들고간 옷 전부 빨래감으로 전락하던 텐트와 비교해 뒷처리가 수월했다는 것도 말해야 겠다.   

 

자 다음 여행은 언제 떠나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