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Km
첫째날 달린 거리이다.
그 정도를 달리고도 무척 어려운 거리여행을 했다는 느낌이 있었다.
1060Km
마지막 집에 오는날, 거진 두배를 달렸다.
퀘벡의 한 캠핑장에서 새벽6시에 출발, 집에 9시경 들어섰다.
하루 15시간 운전, 가정사에 남을 일이다.
자 그안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들여다보자.
거리여행, 이번 여행에서 큰 부분이었다. 그것도 거대한 트레일러를 차뒤에 달았으니, 마치 혹이 붙은 것마냥 자유롭지가 않았다. 도시의 한 개스바에서는 어렵사리 정차해서 주유하려고 하는 우리에게, 다른 고객들에게 방해된다고, 차를 뒤쪽으로 빼라고 주문했다. 간신히 갔다댄 공로도 없이, 우리는 그 주유소를 떠나야만 했다.
트레일러를 끌고 다닐때는 한적한 곳을 골라서 주차해야 하며, 일반인들에게 방해가 되지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운전에 수준급이라면 또 말이 다르겠지만, 후진과 전진, 그리고 거리조정이 잘 안되는 남편에게 개스를 넣어야 하는 것은 매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제 속력을 낼 수 없었다. 언덕같은 데서는 조금 힘겹게 올라갔다. 트레일러를 끌려면 트럭이나 대형 엔진차를 우선 갖춰야 하나보다. 그러니 뒷차들에게 미안해서 길옆으로 몇번이나 비켜주기도 했다.
가다보니, 대형차들을 위한 주유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이 경험은 "일반인"이 아닌 이들의 삶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좀 커서, 좀 작아서, 좀 몸이 불편해서.... "일반인"들만을 위한 시선에서 기타것을 끌어안는 사회(주차 공간이 넉넉한 주유소)를 만나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진다.
또한 개스는 왜 그리 자주 닿아없어지는지, 트레일러를 끌고있다는 표시를 역력히 드러냈다. 차에 밥을 줄때, 우리도 무엇이라도 먹고 기운을 차렸다. 차나 사람이나 에너지를 위해서는 때마다 음식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 똑같았다.
첫번째 기착점인 뉴브런스윅의 몽턴(Monton)도시에 도착한 것은 세째날 저녁 6시경이었다. 첫날은 오타와 근처의 한 캠핑장에서 둘째날은 쾌벡의 코바나라는 RV 공원에서 보냈다. 길을 떠나기 전에 트레일러 공원(RV 공원이나, 캠핑장으로도 부를 수 있다)을 예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 물음에 남편은 그럴 필요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캠핑장은 곳곳에 있었다. 우리는 달릴만큼 달리고, 중간중간 화장실 사용과 음식을 먹기위해서 트레일러를 한곳에 주차하곤 했다. 서둘지 않는다는 우리 사이의 약속이 있어서 첫째날부터 세째날까지는 질리지 않을 정도로 운전했다. 저녁은 캠핑장에서 준비해간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배불리 먹기도 하고 말이다.
이웃 캠퍼인 불어 아저씨가 후진하는 것을 지켜봐주었다.
RV공원은 성업중인 곳과 한적한 곳 모두를 둘러볼 수 있었다. 한적한 곳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자고 바로 그 다음날 떠나야 하는 곳에서는 차에서 트레일러를 분리하지 않았고, 한 이틀 머물던 곳에서는 차를 분리해 이용했다.
성업중인 트레일러공원은 자리가 비좁게 만들어져 있어, 주차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갔다 대야 트레일러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이웃 캠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공원은 물, 전기, 하수구 처리가 함께 있어 트레일러 이용자들에게 편리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하수구가 없는 곳은 덤핑(Dumping) 스테이션이 있어서 그곳에 오물을 버리고 가야 하는데, 그것이 또 한일이기 때문이다.
쓰리 써비스... 불어하는 캠핑장 주인 아저씨가 손가락 세개를 들어보이며 강조했다. 트레일러 운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세가지 서비스, 전기(앞에 노란색), 하수구(그옆의 구불구불한 굵은 호스), 물(하얀색 코드)가 트레일러와 연결돼 있다.
조금 비좁고 다닥다닥 붙어있더라도 필요한 설비가 되어있는 트레일러 공원을 선호하게 된다. 마지막 오는 길에 들렀던 퀘벡의 세인트 로렌스 강 근처의 공원은 350 사이트가 있는 대형 트레일러 공원이었다. 대부분 이런 곳은 수영장, 빨래방, 샤워장, 게임룸 등이 갖춰져있어 캠퍼들에게 제공되니, 트레일러 공원에서 하루밤 자고오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든다.
공원내에는 아예 트레일러를 일년내내 주차해놓고, 필요할때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트레일러 주변에 덱도 만들고, 화단을 조성하고, 온갖것으로 아기자기하게 치장해놓았다. 페이슬리에 있는 트레일러 공원에도 매해 여름이면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다지 절경도 아니고, 큰 관광 마을도 아니건만, 매해 오니 우리를 그런 사람들을 의아하게 생각해왔다.
트레일러를 주차해놓고, 기회가 될때마다 찾아와서 쉬는 사람들의 공간. 캠핑장이 있는 곳은 대부분 가까운 데 전망좋은 마을이나, 특별한 관광거리가 있기도 하다. 한곳에서 쉬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트레일러를 끌고 운전하기 어려우니 한곳에 주차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한국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좋다한들, 매번 휴가를 같은 곳으로 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조금 더 살아보면 알게 될른지.
몽턴의 캠퍼 시티 공원에 가니, 온갖 종류의 트레일러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고급 홈카부터 텐트 트레일러까지, 크기도 종류도 가지각색, 그곳에 가니, 우리 트레일러는 조금 귀엽게? 보였다.
쾌벡은 물론 불어사용 지역이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불어로 이야기했다. 가게 직원들은 이중언어를 많이 사용했으나 영어가 조금 서툴었다. 발음이 좋지않은 우리의 영어를 알아듣는데 애를 먹는 모습을 자주 볼수 있었다. 쾌벡옆에 있는 뉴브런스윅도 많은 불어사용자들이 있었다. 어쩌면 50% 이상이 불어를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아예 교통 사인판이나, 가게 사인판등이 불어이고, 안내책자도 불어로만 인쇄된 것이 허다했다. 동부에 가기전까지는 정부의 이중언어 정책이 쾌벡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선심이라 믿었는데, 불어권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가 쟁탈전에서 비록 영국에게 패했으나 불어권 민중들은 자신들의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지켜냈고, 그것이 캐나다의 근간이 되었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이었다.
쾌벡의 트레일러 공원에 가니, 청소년들이 사무실 근처에 몰려있다. 일하는 직원의 친구들인지, 아니면 그 트레일러에서 여름을 보내는 단골 캠퍼들인지 알길 없지만, 어둑컴컴한 곳에서 청소년들이 왁자하게 떠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샤워장을 찾아나선 우리 아이들에게 말을 붙인다. 아이들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부끄러워하며 재빨리 지나친다.
내가 지나가는 데도 마치 내게 말을 거는 것처럼 들린다. 아줌마에게 관심이 없겠지만, 예전 골목길에서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추파를 던지던 불량소년들이 떠오른다. 뭐라 말하는지, 그걸 모르니 그들을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영어권에서는 볼수 없었던 현상이다. 어떤 "으� 으�"하는 야성적인(좋은 말로 하면 예술적이라 할까?) 기운이 불어권에서 느껴졌다. 영어권의 정제되고, 서로간에 간격이 확실한 그것과 좀 구별되는.
자 이제 뉴브런스윅(New Brunswick)에 도착했다. 밀물과 썰물의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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