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한국의 명절은 이곳에 없다.
어린아이들의 한글학교나 한국식품점에만 추석의 얼굴이 어른거린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느긋한 마음으로 송편 만들기를 시작했다.
요리책을 펴놓고, 준비물들을 꺼내놓았다.
쌀가루가 있고, 송편소는 깨를 쓰면 될 것 같았다.
깨에 꿀을 버무리라고 되어있다.
예전에 사놓은 콩가루에다 꿀을 버무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렇게 두가지 소를 만들어놓았다.
책을 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다.
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하라고 되어있다.
순조롭게 되어간다.
한국보다 12시간 늦게 오는 추석이니, 그것도 마음에 든다.
오늘중으로 송편이란 걸 만들어서 혼자 기분을 내면 되니까.
반죽은 잘된 것 같았는데...
소를 넣고 빚으려니, 아무래도 너무 진것 같다.
쌀가루는 다 부어버렸는데..
모양이 안잡히고, 주저앉는다.
자꾸 구멍이 나고, 깨소금이 흘러내린다.
꿀을 넣어서 그런가..
솔나무잎을 깔고 송편을 옮기는데,,, 늘어져서 모양이 형편이 없다.
송편 둘을 하나로 만들어 그 위에 콩가루를 입힌다.
어쨋든 이렇게 해서 떡을 찌었다.
말하자면 "개떡"이 되었다.
콩가루 입힌 넙적한 제멋대로의 떡..
그것이 꽉 찬 보름달같은 중년 아줌마의 살림솜씨다.
송편을 기대하는 사람도, 송편이 그게 뭐냐고 타박하는 사람도 없다.
남편에게 주니 "(이렇게 이상한 떡을 주었지만) 그래도 고마워"한다. ㅎ
독불장군 동포 아줌마의 무식한 추석나기의 마지막은 보름달 촬영이었다.
북쪽 하늘에서는 번개가 소리없이 하늘을 가르고
가는비도 조금씩 오는 하늘 한편엔,
아직 구름에 먹히지 않은 보름달이 수줍게 떠있다.
밖에 찻잔을 내다놓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먼거리에 있는 달이 내 렌즈안으로 들어올까...?
줌을 최대로 한 것은 사진상태가 좋지 못했다. 마지막 사진은 색이 조금 다르게 나왔다. 노출을 바꾸어서 그런가 보다. 달 표면이 잡히다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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