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닿게 들어온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 그런데 당신은 "끝"이 중요하다고 늘 말해왔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맺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
예전에 조카 영어공부를 시키면서, 책 한권을 다 떼자,,, 못을 박았었다.
한권을 끝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권, 두권, 세권쯤 끝냈던 것 같다.
이번에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게 되면서 당신의 삶의 철학에 빛이 들어옴을 느꼈다.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온 것 같은데, 일시에 불이 화악 밝혀진 야간운동장의 중앙에 서있는 당신을 목도할 수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의 졸업여행.
모자에 달린 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야 수여식이 성료되는 것이라고.. 신부의 베일이 벗겨지듯.
총장 케빈 솔타니 박사(오늘쪽)와 한인 부총장 하워드 김 박사와 함께.
사실 밖은 더운데 졸업식장은 강력한 에어컨으로 거의 춥기까지 했어. 사진촬영까지 아침 10부터 시작, 1시에 졸업식, 그리고 5시30분쯤 저녁을 먹었으니, 무척 긴 시간이었지. 축하객들은 추운 몸을 밖에 나가서 다시 뎁혀오곤 하는 것을 보기도 했어. 그래도 나는 한순간 한순간이 재미있더라. 당신의 뒷모습만 보면서 앉아있었는데도 말이지. 함께 갔던 언니와 애들 작은아빠는 -지금와서 고자질하건데- 자주 밖에 나가더라구. ㅎㅎ
그날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3명에 대해선 각각 프로젝터를 보여주는등,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을 볼 수 있었어.
세계의 부촌으로 명명되는 비버리 힐스의 시장 지미 델사드(Dr. Jimmy Delshad)씨와 패션, 악세사리 디자이너이자 졸업위원회 위원장인 비잔(Dr. Bijan Pakzad)씨, 그리고 영화감독 레자 바디이(Dr. Reza Badiyi)씨가 그들이었지.
그곳에 가니, 당신같은 졸업생들이 많이 있더라. 그속에 섞이니, 또 평범해보이더구만.
모두들 어떤 길들을 걸어갈까?
졸업식에 항상 있게 마련인,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인사.
당신은 시작보다는 "끝"을 또다시 생각하고 있었을 것 같다.
이제 우리의 끝은 어때야 하는 거지?
당신을 앞서서 잘난체하며 살아왔던 걸음이 주춤해진다.
나는 앞장선줄 알았는데, 당신이 나를 뒤에서 밀어왔던 것 같다.
당신의 끝맺음을 위하여, 나를 밀어주기까지 했다.
토요일의 축하파티에서도 나는 옆에 있는 사람으로 많은 인사를 받았다.
"내조"를 잘했다는 것이다.
참 고개를 들수 없었다. 그래도 당신을 잡은 내 실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ㅎㅎ
금강산도 식후경... 즐거운 식사시간
이날 눈에 가장 띄였던 사라 공주(오른쪽)와 그녀의 젊은 할머니 소월 언니와 종화언니.
누군가 남편의 칭찬을 하는듯... 행복한 시간으로 보입니다, 송영진씨.
사슴농장을 경영하는 이인표 선생님. 이번 모임의 주선자로 또 키보드를 가져오셔서 오랫동안 연주해주셨다.
정원에서 울려퍼지는 생음악... 그 맛은 그날 참석자들만이 알것!
꼬마 게스트들은 보트를 타고 놀았다. 트램블린에서 콩콩 뛰기도 하고. 미리야, 베이비시터 하느라고 고생했다.
방명록이 펼쳐진 테이블. 남편의 학위증과 졸업사진과 논문, 그리고 가게의 큰 일꾼 미키 아줌마가 준 의사 인형...
해노버에서 배달온 장미꽃과 선물로 들어온 포도주들... 우리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감당할만큼 칭찬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 시간들도 이제 훅 지나갈테니, 열매의 달콤함을 많이 즐기자.
그리고 그 힘을 축적하여 좋은 데 쓰자.
당신 고맙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나는 마무리 설겆이를 할때,
당신은 페이퍼 타올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뒷마당에서 흘러들어온 잔디와 발자국들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던 거지.
언제나 그랬다.
공부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가게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정원관리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쓰레기만 치는 사람도 아니고 당신은 그 모두를 합하여 해왔고, 게다가 애들 아빠노릇, 나의 남편노릇을 잘해냈다.
이제 당신은 한의사로서 더욱 많은 힘을 쓸 수 있도록 공식석상에서 내가 한 약속,,,, "앞으로 내조를 잘하겠다",,,,,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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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표 선생님... 이번 일을 기획해주시고, 그전에 세번이나 저희와 회합을 갖고 모임을 주선하셨습니다.
우표붙여 초대장을 발송하는 일부터, 사회, 그리고 마지막에는 키보드 연주로 흥을 돋구어주셨지요. 이 감사를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지요.
석영창 숙부님... 남편이 쓴 졸업논문을 알기쉽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리거(Trigger Point) 포인트라고 하셨나요? 재넷 트레벨(JAnet Travell)의 통증완화 포인트와 한방의 침점이 유사하다는 것을 심도깊게 들여다 봤다는 것. 섬유조직염과 근막동통징후군에 관한 동서의학적 고찰인데, Fibromyagia (파이브로마이열지아-섬유조직염)와 Myofascial Pain Syndrome(마이오피셜 신드롬-근막동통징후군) 질환을 중심으로 그 유사점과 그 치료방법을 논한 것이라는 말씀이셨죠? 아직도 알아듣기 무척 어렵지만,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더 큰 성과가 이어지리라는 말씀으로 고무시켜 주셨습니다. 언제나 남편의 한의학 스승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 교민신문의 동정난에 난 기사를 보고, 멀리 토론토에서 소식없이 와주셔서 우리의 기쁨을 배가시켰던 최양호, 최진경 공수부대 선배님을 비롯하여 현영일 회계사님, 그리고 초행길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여러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행사 당일날 건강상의 이유로 오지못하셨던 김인철 목사님 부부, 그 다음날 아침일찍 들러주셨습니다. 함께 기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알고지내던 저의 이웃들, 같이 음식을 차려주시고, 치워주신 선배언니들, 그리고 굳은일 맡아준 가족들, 서면과 전화로 축하의 말씀을 해주신 여러분들 정말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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