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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라스베가스와 그랜드캐년..미국의 2%를 보고와서(1)

미국 50개주중에서 네바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3개주를 보고 왔으니, 6%는 본거라고 우길수도 있겠지만... 사실 2%라고 말한 것도 꽤 과장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왜 이리 겸손한 관광객이 되었냐 하면, 바로 가이드 때문이다. 그는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의 그랜드 캐년만 구경하고 돌아가는 몇팀의 관광객들에게 "제발 사막 몇군데 돌아본 것으로 미국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더란 말이다. 우리는 사막을 지나 캘리포니아의 곡창지대를 돌아왔으니, 그 가이드는 그나마 미국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안심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이드는 미국역사부터 시작해, 가는 곳곳 알아야 할 것들을 흥미롭게 전해주었다. 그러면서 제발 "내 얼굴만 바라보지 말고, 밖을 좀 보면서 귀만 빌려줘라. 여러분이 내 얼굴만 보고 돌아가면, 여행후에 남는 것은 가이드 얼굴뿐일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는데, 역시나 그 말이 맞다. 그 어느 것보다도 가이드의 뚝심있는 얼굴이 오늘날까지 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을 보니 말이다.

 

가이드에 대한 헌사는 이제 그만해야지, 독자들 모두 보따리싸들고 달아나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어쨋든 라스베가스 가는 길은 참으로 황량하였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모래투성이의 굴곡진 그런 "전형적인 사막"의 땅은 아니었다. 사막을 강우량 200mm이하, 습도 30도 이하를 말한다고 하는데, 라스베가스의 사막은 몇가지 사막식물이 누렇게, 혹은 가끔은 푸르게 꽂혀있는 들판같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곳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섰을때, 후끈하면서 달려드는 건조한 열대 기후가 아니라면, 사막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막의 나무는 아침이슬을 먹고자라며, 뿌리가 얕아 쉽게 뽑히는 성질이 있단다. 아무런 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벌판에 전갈, 방울뱀, 코요테 등의 동물들이 산다니, 사막에 버려지는 것은 거의 "죽음"일 것이다.

 

첫번째 관광의 맛뵈기로 들렸던 은광촌에서 이 지역의 기후를 톡톡히 체험할 수 있었다. 체감온도 38도쯤 될까? 관광이 아니라면 단 몇분도 밖에 나돌아 다니기 어렵게 생각되는 날씨였다. 이제는 폐촌이 되어버린 예전에 은을 생산하던 이곳에서 숨을 헉헉 들이쉬며 내쉰다.

 

버려진 폐광촌을 관광단지로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였지만... 남은 기억이라곤 가슴을 조이던 후덥한 기온뿐..

 

아무도 살수 없을 것 같은 사막의 한가운데 세워진 라스베가스는 (본적은 없지만) 독성이 강한 아름다운 선인장 같은 모습이다. 결혼, 이혼이 쉽게 이뤄지는 곳이라는데... 우스개 이야기를 하자면, 휘황한 조명을 받으며 서로의 모습에 취해 사랑을 나눠 그 다음날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며칠후 카지노에서 모든 돈을 잃고 거지가 되어 서로를 헐뜯으며 이혼하는 초고속, 이혼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결혼에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냥 결혼증서를 주며, 이혼도 쉬워서 결혼, 이혼 원정도 많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다.

 

라스베가스를 찾는 관광객만도 1년에 2800만명, 하루 9만명에 이른다니, "한탕"에 목숨거는 사람들이 많긴 많은가 보다.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호텔. 테마에 따라서 호텔을 짓는데, 가령 뉴욕, 파리, 베니스 등등 도시를 본따 호텔의 이미지를 만든다. 우리가 방문했던 한 호텔은 호텔안에 물이 흐르고 베니스 상인같은 세일러복을 입은 직원들이 노를 저으며 연인들을 태운 작은 배가 이리저리 유영하고 있었다.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하늘을 쳐다보면 구름이 둥실 떠있어서 야외에 나와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하늘도 만든 하늘이요, 물도 담아놓은 담수에 불과하다. 어떤 이들은 "진짜 하늘"이냐 아니냐 하면서 내기를 걸기도 한다니, 진짜를 뺨치는 수준이다.

 

MGM호텔 같은 데는 방이 5,000개가 있고 그 넓이가 축구장 4개의 크기라 하니, 일반적으로 건물 하나 정도에 세워진 호텔과는 많이 다르다.  호텔 사업이 커지면서 요즘은 컨벤션을 이곳서 많이 연다는 것이다. 많은 인원을 소화할 방이 있고, 무료하게 회의와 세미나만 할 것이 아니라 밤에는 카지노에서 즐길수도 있어서 관계자들이 기를 쓰고 오게 만든다는 것. 일석이조를 꿈꾸고 이곳에들 오겠지만... 밖에 나가면 후덥지근, 모두들 냉방이 잘되고 없는 게 없는 호텔에서 뒹글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일행 셋(나와 남편 그리고 언니)은 라스베가스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나와 남편은 그날 서로간에 오해가 있어서 그걸 푸느라 호텔밖 맥도날드점에서 밤새 실갱이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언니는 "소외감"을 느껴야 했고. 남편은 라스베가스는 "악령의 도시"라고 나중에 집에 와서 말하더라. 카지노에서 망해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많은 거지들이 있을 것만 같다. 동행중에 한 아주머니는 새벽에 게임기앞에 앉아있는 어떤 아주머니의 벌건 눈을 보니 무섭더라는 말을 한다.

 

밤 12시가 가까와오는 시각. 우리가 묵었던 호텔의 카지노 불빛이 번쩍인다.

 

라스베가스에선 아니지만 뒷날 다른 호텔에서 나와 남편은 처음으로 카지노 게임을 했는데, 키보드 10개 두드리는 시간에 10달러가 없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잿팟이 높은 1달러 짜리에 앉아서 그런지, 보튼 하나 누르면 1불이 날라가고, 그러다 보니 맞지 않으면 "눈깜짝할 사이에" 20달러 나갔다. 요즘엔 토큰을 바꿀 필요도 없고, 기계옆에 있는 것을 "당기지 않고" "단추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최신기계가 있어, 돈 먹는 하마와 마찬가지다. 한두번 몇점 맞을 수는 있지만 시간문제지, 70달러를 순식간에 잃고 우리는 두손 들었다. 그러니 몇만불을 하루밤에 잃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것이다. "백치"라도 할 수 있는 카지노 게임기, 인간모독이 아닌가싶더라.

 

세계 곳곳에 한인들이 살듯이 라스베가스에도 2만5천여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중 많은 사람들은 카지노 딜러. 셈에 밝고, 숫자에 강한 한인들이 그 일에 적격인데, 착실하게 일을 하다가도, 한번 카지노에서 돈을 날리면 모두들 알거지가 된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자제력이 강한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가 라스베가스인 것 같다.

 

왼쪽은 파리를 상징하는 호텔. 에펠탑이 보인다.

 

물쇼가 벌어지고 있는 호텔앞의 인공호수.

 

세계인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곳 1위로 뽑혔다는 그랜드 캐년은 애리조나주에 있다. 애리조나주는 80%가 사막이고, 20%가 산림이다. 가이드는 동서 길이만 해도 서울, 부산 거리인 447km에 달하는 그랜드 캐년의 한쪽 귀퉁이만 쳐다보고 돌아가서, 마치 그랜드 캐년의 모든 것을 알아버린 것처럼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랜드캐년에 도착해서 보니, 눈아래 협곡에 장대하게 펼쳐진 바위층계가 보인다. 눈 밑이라지만, 사실은 우리가 선 곳이 해발 2180m인 곳이란다. 한라산의 높이가 1950m이니 한라산 정상보다 더 높은 곳에 버스로 올라왔다는 설명이다. 그랜드 캐년을 보기전에 아이멕스 영화로 우선 곳곳을 훑을 수 있었다. 스페인 장군이 처음 이곳을 발견하면서,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사실 이런 곳은 마음을 비우고, 호흡을 신중하게 해야 제 모습이 보일터인데, 그저 목을 길게 빼서 휘휘 돌아보고 왔을 뿐이다. 신생대, 중생대, 고생대가 함께 있어서 지질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밑으로 가면서 온도가 떨어져 아래 위가 15도 차이가 날 정도라니, 실감이 나진 않았다. 어느날 지각변동으로 생긴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 그렇게 형성되어 온 것이란다.

 

글을 쓰면서 그랜드캐년의 사진을 보니, 그 당시 내 마음의 균열을 보는 것 같다. 여행은 언제나 먹구름을 몰고다닌다. 마음이 썩 맞을 것 같았던 세사람이 뭔가 핀트가 안맞기 시작했다. 다시 그 아픔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