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강의 한줄기.
"콜로라도의 달밝은 밤"을 보면서 여행 이틀째 밤을 지내게 되었다.
미 서부의 젖줄이라는 콜로라도강 이쪽은 애리조나주, 반대쪽은 네바다주였다. 우리들의 숙박지는 네바다쪽, 그래서 카지노가 로비에 있는 그런 곳으로 강가쪽으로 전망좋게 지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이들과 여행하면 배고프다고 투정, 운전이 길어진다고 푸념, 덥다고 짜증... 그야말로 어른들의 인내심이 요구되는데, 이번 여행은 아이들이 빠진 순수 어른들만의 "룰루라라 여행길"이라 무척 즐거울 것으로 생각됐다. 그런데 언제나 복병처럼 숨어있는 어떤 것이 있는데, "어른들도 한삐짐" 한다는 것이다.
구구절절 쓰기도 남사스럽거니와 어쨋든 내 블로그니 나를 빼고 다른 사람 흉보기가 쉬운 환경이니 이쯤에서 접으려고 한다. 어쨋든 그 삐짐 때문에 경치좋은 곳에서 한껏 부풀었던 마음이, 다시 풍선에 바람빠지듯 쪼그라드는 경험을 몇번이나 해야했다.
2200km나 되는 콜로라도의 긴 강줄기는 비가 적은 서부지역을 사람이 살만한 환경으로 바꾸는데 일등공신이라 한다. 강을 끼고 나있는 산책길에서 내려다본 강물은 아주 맑고, 일부러 키운 것같은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다. 그 길을 잠시 걷다가, 언니와 대화를 시작했다. 삐끗했다면 그것을 바로 펴주어야 남은 날들이 편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속시원하게 퍼내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기로 합의를 했다. 아마도 한국서 갓온 언니와 캐나다 이민생활 20여년의 동생이 갖는 문화간격이 주요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라스베가스와 그랜드캐년에서의 불편함을 콜로라도 강물에 약간은 떠나보낼 수 있었다.
세째날은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긴 여정이었다.
가이드는 자칫 무료할 수 있는 이 시간을 무척 요긴하게 이용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과수밭과 목초지를 지나면서, 기름진 곡창지대가 갖고 있는 미국의 힘을 반복해 설명했다. 흘려보낼 수 있는 창밖의 과수나무밭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가이드의 수완이었다.
그러나 가이드는 관광객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온 사람들임을 의식한듯, 밉지 않게 미국을 홍보하는 재주도 지녔고, 자신이 보는 한국의 선진적인 부분도 흥미롭게 전해주기도 하였다. 때로 한국서 온 방문자들이 친척들의 박대를 경험하게 되는데, 빡빡한 이민살이를 사는 동포들의 실정을 설명하면서, 여행사를 통한 관광이 요긴할 수가 있음을 넌즈시 일러준다. 미국땅을 돌아다니자니, 개인적으로 이 광대한 사막지역을 운전하며 여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일지 굳이 시도하지 않아도 알것같다. 관광차 서너대가 함께 몰려다니는 것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자구책일 것이라는 짐작이 선다.
캐나다나 미국의 농작지를 보면 사람들은 없는데, 농작물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게 된다. 고랑도 없고, 김을 매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기계농사라 불리는 그것을 이번에 자세히 알게 됐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농협같은 곳에 자신이 농사지을 품목을 고시한다. *농협에서는 여러 농부들의 농작물 상태를 보고 조정하고, 그 농산물을 판매할 곳까지 확보한다. *농작물이 결정되면 씨뿌리는 회사와 계약한다. *비료회사와 계약하여 비료작업을 한다 *수확하는 회사와 연결해서 수확한다. *포장회사에서 이를 정리해서 농삿물 판매소로 보낸다.
물론 이렇게 간단하게 농사가 지어지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정착되어있고, 농삿물과 농부를 보호하는 것, 즉 1차산업을 중요시한다니, 미국이 다시 보인다.
캘리포니아산 칼로스쌀과, 썬키스트(오렌지), 캘리포니아 포도등이 이렇게 수확되며 아몬드는 세계생산량의 73%를 차지하기도 한단다. 볍씨를 비행기로 뿌린다는 것도, 그리고 비가 오지않아 때맞춰 물을 공급, 적당한 당도의 과일을 수확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대농장지대의 중심도시인 프레즈노에 도착, 그곳에서 1박을 했다. 아 그랬구나. 이날밤 수영장 근처에서 맥주를 마셨고, 우리의 호프 가이드가 지나가서 그를 초청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호구조사를 약간 하다보니, 그는 우리와 이민동기였다. 같은 해 한 사람은 미국땅에, 한쪽은 캐나다땅에 떨어진 것.. 그리고 뭐가 있었나. 일행중 한분, 웃음이 해맑은 아주머니도 함께 자리를 했는데, 그분은 남편의 고향 근처에서 여선생을 했던 분이었다. 이번에 남편과 은퇴여행을 왔다 하였다. 여선생님의 구수한 입담으로 인해 폭소를 하늘로 날려보내며 여행 세째날을 마감했다.
다음날 일찍 서둘러 아침나절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하늘을 찌를듯이 서있는 나무들과, 단일바위로선 이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엘케피탄 바위를 만날 수 있었다. 엘케피탄 바위는 작은산만 하였다. 그것이 하나의 바위로 이뤄졌다고. 폭포가 시원하게 수직으로 좌우를 가르며 흘러내리는 곳... 사람들의 키가 아주 작아진 듯보였다.
이것이 엘케피탄 바위.
가이드는 크기와, 길이등을 말할때 한국의 지형과 흔히 비교하곤 했는데(감을 잡으라는 의도였겠지) 요세미티 공원은 경북의 절반 정도의 크기란다. 요세미티를 관광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나는 첩첩산중이란 말의 뜻을 실감했다. 피곤한 김에 한동안 잠에 빠져있다가 눈을 떴는데 차는 아직도 산줄기 허리를 돌고있었다. 한참 자고 일어난 것 같건만 요세미티 공원을 빠져나가는 길이 멀기만 하였다.
이날 먹었던 점심이 인상적이었다. 한 공원으로 안내되었다. 더위에 물가에서 수영하는 이들과 햇볕을 피해 그늘에서 피서를 즐기는 주민들이 있는 곳의 야외쉼터에 2시간쯤 걸리는 곳의 한인식당에서 도시락을 해서 가져온 것이다. 같은 지역을 여행하는 한인 관광차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너대가 함께 달렸으니 인원이 150여명은 되었으리라. 그 많은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날라온 식당의 마음씀씀이가 무지 고맙다. 물론 돈받고 하는 장사이지만, 그들이 일일이 정성을 들여 싼 도시락과 김치찌개는 한국음식을 먹을 수 없는 곳이었기에 더욱 고마왔다. 과일이 풍부한 곳이어선지, 후식으로 나온 수박의 맛이 일품이었다.
소풍을 접고 다시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참으로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한다. 안개의 도시, 낭만의 도시, 교육의 도시라나.. 미국여성들이 가장 살고싶은 도시 1위로 뽑히기도 했단다.
바닷가여서 일년중 200일은 안개에 싸여있다는데, 우리가 간 날은 참으로 맑은 날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있다면 금문교(goldon gate bridge)... 햇볕에 번쩍이는 금빛 다리는 분명코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적색의 페인트칠이 된 빨간색의 다리였다. 그 다리가 금문교가 된 것은 다른 이유 때문... 캘리포니아는 골드러쉬가 일어났던 곳이어서 골든 스테이트(황금주)로도 불리는데, 이 다리가 골든 스테이트로 들어오는 첫번째 관문이어서 금문교로 붙여졌다는 설명이다.
유람선을 타고 찍은 금문교. 옛날엔 최장의 다리였다는데. 일반 성인의 걸음걸이로 40분 정도 걸려서 걸을 수 있는 거리.
영화 The Rock의 무대가 되었던 알카트라즈(Alcatraz)섬. 1960년대까지 진짜 감옥이었다. 현재는 관광지. 흉악범들의
수감지였다는데, 알카포네도 그중의 한명이란다. 이곳을 탈출한 죄수는 공식적으로 한명도 없다고.
금문교 중심줄의 단면..
이 다리가 유명한 것은 이 다리를 설계하는데만 십년 이상이 걸린 요셉 스트라우스라는 한 사람의 노력과 그 다리의 완성도, 2개뿐인 교각과 그중에서 하나만 바다속에 박혀있고, 나머지는 매달린 현수교인 점이란다. 실제 크기의 중심줄을 전시해놓았는데, 그 단면이 어른 키만 하였다. 큰 철근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가는 철사를 끼워서 만든 것이라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 돌면서 빠삐용 영화의 촬영지가 되었던 구시대 감옥이었던 섬도 보았고, 해상도시를 먼곳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유람선 투어중 안내방송은 영어, 일어, 불어 등등에 한국어도 있었다. 미국에서 한인들의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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