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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속으로

내가 뽑은 드라마 베스트

연속극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다음회가 기다려진다는 데 있다. 엊저녁 밤이 깊어 아쉽게 접어야 했던 "대한민국 변호사" 2편도 우이경이 한민국의 변호사가 되기를 자원하면서, 둘러선 취재진들에게 공표를 하는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그런데, 언젯적 드라마인데, 이제 이야길 하냐고?

 

그것이 해외동포들의 삶의 한모습이다. 제때 드라마를 보진 않지만, 시중에 회자되는 "명품" 드라마는 잘 챙겨서 본다. 그것도 하루저녁에 딱 한편 보고, 한주(혹은 다음날)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몇편을 주구장창 볼때도 있다.

 

한국 드라마 해외유통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한국식품점에 구비되어있는 비디오테입을 빌려보는 것이 우선이다. 비디오테입이나 디비디 대여의 장점은 조금 시간이 지난 드라마라면 한꺼번에 빌려서 쉼없이 볼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광고 하나 끼어들어있지 않은 알멩이만 보는 셈이다. 그 드라마가 재미있으면, 어떤 사람은 밤을 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라면 끓여먹으면서, 하루이틀 걸려 10부작이 넘는 대작을 마스터하기도 한다.(그래서 한국드라마는 기피대상 1호로 꼽히기도 한다)

 

또 하나는 대도시에 공급되고 있는 한국 방송을 시청하는 일이다. 한국방송을 재편집해서 보내는 것이라서, 뉴스를 빼고는 실시간 방송은 아니지만, 해외동포들의 좋은 친구가 되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이 방송이 들어오질 않아서, 우리는 테입을 빌려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 바로 인터넷이다. 이것이 요물단지인줄은 알았지만, 한국의 텔레비전의 프로그램들이 통채로 들어있는 줄은 몰랐다. 해외 동포들을 위한 인터넷방송 "오케스트라"라는 곳에서 드라마뿐 아니라, 각종 예능프로그램까지 저장시켜주고 있어서, 클릭하면 떠오른다. 사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이런 사이트는 생명이 길지 않고, 우후죽순 생겼다가 이윤이 없는지, 중단되기가 다반사다. 그런데 오케스트라는 최근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고화질을 시청하게 해준다고 하더니, 이제 지역 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광고수입을 좀 챙겨서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인터넷 사이트에선 지나간 드라마를 골라볼수 있을뿐 아니라, 실시간 온에어 방송도 해주고 있는데 지난 미국 대선을 한국의  YTN을 통해 시청했으며 SBS 전주방송에서 송출된 정은아 이재룡의 좋은 아침도 볼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알게된 한국의 연예계 소식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기도 하다. 근 20여년간 멀어졌다가 다시, 그 문화의 맛에 푹 빠져들어간다. 나는 드라마들을 보면서 처음 만난 배우들도 참 많다. 그들이 유명할때 나는 그땅에 없었기 때문에 내겐 모두 신인처럼 보였다.

 

사설이 길었다. 이런 여러가지 통로를 거쳐 지난 몇달간 시청한 드라마들의 베스트를 뽑아보려고 한다. 지나간 테입을 구할 수 있는 동포들이 혹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취향이라 할까,  희극적인 요소가 들어간 것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그리고 앞이 훤히 내다보이지 않는 그런 드라마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2008년 드라마 

 

1. 베토벤 바이러스

 

 

이 드라마는 실방송과 가장 비슷하게 시청했다. 그래서 보면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리뷰도 많이 봤다. 한마디쯤 비평도 있을법한데, 훑어본 글들중에 김명민씨에게 "태클"을 거는 글은 전무했다.  드라마속에서 "자신은 완벽한 사람"이라고 하더니, 극 밖에서까지 그런 대접을 받는다. 마지막 회에서의 연주모습은 야외여서인지 산만했고, 최종회다운 의미있는 연주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지휘자와 연주자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었다. 굳이 외국에 나가는 길에 되돌아와서 지휘를 해야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는데 그걸 잘 납득할수 없었다. 흠을 잡아내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정말 재미있게 시청했다. 첼로이시트 아줌마와 그의 남편을 유심히 봤다. 같은 아줌마로 많이 동감했고, 그녀의 연기는 보통을 뛰어넘었다. (드라마 점수를 매긴다면 85점)

 

 

 

 

2. 엄마가 뿔났다

 

김혜자는 "나좀 쉬고 싶어!"라고 당당하게 주장할만큼 열심히 살았더라. 그런데, 난 그게 아니어서 참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연기자는 연기를 잘하면, 하고싶던 "비난"도 속으로 움추러들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장미희"를 보면서 다시한번 알게됐다. 드라마가 상투적으로 이용하던 모든 요소들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일상을 그려낸 김수현 작가는 주목받아 마땅하다. (85점)

 

 

 

3.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최진실... 오랜만에 그녀가 주연하는 긴 드라마를 시청했다. 겨우 도우미 아줌마일뿐이지만 바른 성정과 열심으로 두 주인공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인물로 그려졌다. 그녀의 연기가 오래동안 생각날 것 같다. 특별히 이 드라마에선 정준호의 "스타" 연기가 일품이었다. (75점) 

 

 

 

 

4.대한민국 변호사

 

좋은 드라마가 많기도 하지만, 또 없기도 하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끝내고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만 봤다. 한두편 시청한 것들이 영 계속해서 눈을 붙잡지 못해서 말이다. 그런데 어제 한편 발견했다. 대한민국 변호사. 변호사 이야기를 다루면서 문제덩어리인 재벌과 스타를 무대 한복판에 넣었고, 또 틀어진 애정이 두 변호사 사이에 있다. 여상을 나와서 사시를 패스한 우이경의 이력도 그렇지만, 건들건들한 재벌 한민국에게서도 다른 모습들이 나올 것 같다. 그러고보니, 대한민국 변호사란 "(대)한민국"의 변호를 맡게 되는 "우이경"에 대한 이야기인가? 나는 한국에 있는 변호사들의 이야긴줄 알았는데. 흥미롭다. 작가의 치밀한 설정이 있는 듯.(이건 다 시청하고 점수를 매겨야지)

 

 

 

2007년 드라마

 

1. 경성스캔들

 

한고은을 처음 봤다. 기생역할로 나오면서 멋진 총잡이 독립투사의 역할을 멋드러지게 해냈다. 그리고 류진이라던가. 그의 캐랙터가 너무 강했다. 아무래도 비밀결사의 보스라는 이미지 때문일까? "엄뿔"에서 신은경의 변호사 남편으로 나오는데, 경성스캔들의 이미지에 비하면 너무 "비리비리"하다.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던 비장한 시대에 그때도 "마음이 여린" 젊은이들이 있었고, 사랑도 했고, 배신도 했다는 것을, 참 적절하게 표현했다. 무대는 세트장이어서 구두소리가 따각따각 마루를 울리듯 들렸지만, 그런 것들이 드라마의 품위를 낯추지는 못했다. (75점)

 

 

2. 강남엄마 따라잡기

 

하희라,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유준상이라던데 첨 봤다. 멀쩡하면서 좀 싱겁게 생겼지만... 제명당한 시인인 그가 선생님이 되고.. "설마 그정도까지야" 싶은 엄마들의 무분별한 치맛바람. 그리고 그 와중에 자살한 "천재로 키워진" 과학고 다니는 학생. 그가 죽음으로써, 모두가 원위치로 회귀하는. 그림을 그리던 그가, 옥상에 앉아 날려보내던 종이비행기는 여러 엄마들의 마음에 남아있을 게다. 하희라의 고등학교 친구, 임성민과 정선경을 축으로 아이들의 삶에 올인하는 엄마들을 과장해서 그렸다. 이중,  날라리 친구 정선경의 가정이 코믹하게 아주 잘 그려졌던 것 같다.  좀 불편했던 것은 최강중학교 이사장의 딸과 선생의 로맨스가 너무 들떴었다는 것.  그녀의 어색한 연기는 그렇게 설정되어 있었던 것인지.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