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스 트레일의 표시판
제주도에 올레가 있다면 캐나다 온타리오에는 부루스 트레일이 있다. 차를 위한 길이 아닌, 걷는 사람들을 위한 긴 길..
나이아가라(Niagara)에서 시작해 토버모리(Tobermory)에서 끝나는 트레일의 총 길이는 850km 정도이다. 절편같은 바위들로 불규칙하게 쌓여진 계단식 바위가 인상적인 Niagara Escarpment(나이아가라 단층애)의 생태계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이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결성된 부루스 트레일은 역사가 40주년이 넘어간다.
자연주의자의 한사람인 레이몬드 로위스(Raymond Lowes)씨에 의해 제기돼, 그의 친구 Robert Bateman씨와 4명이 1960년 첫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1963년에 지역 클럽이 결성됐고, 이들에 의해서 각 구역의 보수와 관리, 그리고 사유지 주인들에게 협조를 받아내는 일등이 진행됐다.
1967년 마침내, 나이아가라에서 토버모리에 이르는 트레일이 대중들에게 오픈되었다.
1990년 Unesco World Biosphere Reserve(세계 생태계 보호구역)로 지정된 자연보호구역이 되었다. 유엔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천혜의 아름다움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보증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숲은 36종의 파충류, 53종의 동물, 90종의 물고기와 350종의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으며 매년 40만명이 부루스 트레일을 찾아 여가를 즐긴다. 봄 여름 가을뿐 아니라, 겨울에 크로스 컨추리 스키, Snow Shoe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공간을 제공해준다.
나이아가라부터 시작된 트레일 구간은 각각 9개로 Niagara, Iroquoia, Toronto, Caledon Hills, Dufferin Hi-land, Blue Mountains, Beaver Vally, Sydenham, Peninsula 로 나뉜다. 온타리오 주민들은 각각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곳의 트레일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차로 움직인다 해도 850km는 만만치가 않은 거리인데, 발품을 팔아서 이 먼거리를 밟아보려면, 아마도 평생 걸릴 지도 모를 일이다. .
9개 구간중 하나인 Peninsula(Wiarton to Tobermory) 트레일의 한 구간을 하이킹했다. 와이어튼에서 출발했다가 다시 와이어튼으로 돌아오는 짧은 코스였는데, 본 트레일옆에 사이드 트레일로 연결되어 있어서 긴 타원을 그리며 중복되지 않은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도로로 치자면 하이웨이가 있고, 지방도로가 있어서 샛길로 빠질수 있는데, 트레일도 이와같은 구조로 되어있었다. 전체 850km에 사이트 트레일 250km가 있다는 안내글을 보니, 메인 트레일에서 사이드로 빠져 자신의 차가 주차된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저 걷기라고 할수도 없고, 산행이라 하기엔 또 조금 가벼운 하이킹은, 오르막, 내리막, 숲길, 돌길, 호숫가길로 지루할 새가 없다. 여러곳의 부루스 트레일을 탐험하다 보면, 더 많은 풍경과 조우할 것이다.
와이어튼에 있는 트레일은 죠지언 베이(Geogian Bay)의 한 지류인 colpoy Bay 길을 따라서 나있어서 물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숲길이어서 시원했다. 산속에 물이 있는 부루스트레일은 생리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걷는 기쁨만이 아니라, 시원한 물을 보는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바위위에 선 아이들.. 콜포이만에는 중간중간 쉬어가는 곳이 있었고, 거대한 자연석이 곳곳에 있었다.
이번 트레일에서 내 눈을 잡은 것은 이끼들이었다. 바위를 싸고 돋아난 이끼들은 마음에 푸른 물을 들이는 것 같다. 이끼는 푸른 방석이 되어 보드랍게 바위를 덮고 있다.
이번 트레일의 하일라이트, 이끼들.
중간길에는 19세기 멘션이 있던 자리가 있었다. 이름하여 "Coran Ruins". 코란이라고 불리던 저택의 황폐함을 그 이름에서 알수있다. 장미꽃 화원으로 유명했으며 각종 고급자재로 집을 꾸몄었다지만, 지금은 시멘트와 돌담만이 남아있다. 17개의 방을 가졌던 옛 영광의 자취는 사라지고 돌담으로 싸인 빈터위에 9월의 햇빛이 반사되고 있다.
부루스 트레일을 지키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소수의 정규직 이외에는 봉사자들과 매년 회비를 내는 회원들의 회비로 관리 유지되고 있다. 1,000명의 자원봉사자와 8,000명의 회원들이 안전한 트레일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 총 구간중 47% 정도가 안전하며, 53%는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는 진단이다. 부루스 트레일 위원회는 매해 대지 구입비로 1백만 달러에서 2백만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
처음 부루스트레일이 조성될때, 가장 큰 문제는 개인 소유지의 대중이용의 문제였다. 기초를 설립한 이들은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협조를 구하고, 이용권을 얻어냈으며 기부를 받거나, 대지를 구입하거나 하는 일들을 해왔다. 1985년에는 The Niagara Escarpment Plan이 제정,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다음 세대에까지 귀한 자연유산을 물려준다는 신념으로 개인, 단체, 정부가 일체가 되어 이 프로젝트를 활성화시키고 있으니, 부루스 트레일의 감춰진 아름다움을 발견, 나누는 것이 우리같은 대중들의 할일이겠다. 더 나아간다면, 회원에 가입하거나 자원봉사를 지원해도 좋을 것이다.
끝도 없이 걷는 상상은, 현실이 답답할때 한번씩 드는 생각이다. 혹 그런날이 온다면, 부루스트레일을 생각하자. 막힘없이 뚫린 그 길을 걷다보면, 그런 우리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부루스 트레일의 특별한 선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사이드 트레일에서 만난 길.. 인공적으로 조성해놓은 느낌이다.
트레일을 돌아나오니, 차길이 보인다. 트레일과 도로가 그다지 멀지 않다는 말.
산행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이유도 된다. 길옆에 바위들이 나이아가라 단층애 모습을 보여준다.
부루스 트레일 홈페이지, 지도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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