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 편의점업계가 뒤숭숭하다.
이번에 불어닥친 바람은, 편의점 업주들의 머리칼을 흐뜨리며 시린 겨울냄새를 동반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를 "전쟁"이라 부른다. 이 전쟁을 시작한 나라는 임페리얼이라는 거대한 조직이다.
"황제"로 번역되는 임페리얼 타바코(Imperial Tobacco)라는 담배회사가 전쟁을 걸어왔다.
전쟁이면 적군과 아군이 있어야 하는데, 쉽게 말하면 담배회사가 적군이고, 편의점을 경영하는 한인들이 아군이지만, 이게 이렇게 쉽게 규정지을 수 없는 이유가 또하나 있다. 임페리얼 회사는 침략을 시작하면서, 몇몇 편의점들을 회유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편의점 업계의 담배매상 비율은 최하 30%에서 80%까지 다양하다. 상당한 양이다. 담배마진률은 15% 내외로 아주 박할수밖에 없으며, 그렇지 않아도 경쟁품목으로 업주들의 이윤제고를 막아왔다. 그런데 임페리얼 회사는 몇달전부터 "직배제도"를 도입해, 주문을 받아서 배달을 해주더니 최근에 공급가를 달리하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온타리오 한인실업인협회(이하 실협)로 묶여있는 한인편의점중에서 25% 내외가 이 혜택을 받는다고 알려져있다. 나머지 가게들보다 공급가를 파격적으로 할인해주고, 대신 마진율을 10% 미만으로 팔라고 하라는 게 그들의 요구조건이다.
낮은 공급가에 낮은 마진을 적용하면, 다른 가게들보다 담배 한갑의 가격이 1달러 이상 싸게 소비자들에게 팔수 있다. 이런 제의를 받은 가게들은 우선 경쟁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테니, 당연히 사인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 가게들이다. 말하자면, 임페리얼 회사는 한인들중에서 담배매상이 높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을 선정해서 회사편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임페리얼 회사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한인업주들 사이에서 끓어오르고 있다.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 온 업주들이 똘똘 뭉쳐서 이번 사태에 저항해야 한다는 등 여러가지 의견이 개진되는 중에 임페리얼 회사와 사인한 가게들은 자세가 어정쩡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숫자는 미지수다. 임페리얼 회사측만 그 내막을 상세히 알고있겠지만, 사인한 업주중에서 그 사실을 협회에 보고 안한 경우도 있을테니 말이다. 실협은 "Unfair Deal of Imperial Tobacco Company Producks"란 제목의 노란 항의문을 토론토 선지에 게재해 그 부당성을 알리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온주실협이 토론토 선지에 게재한 항의 전문 광고.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회원들 내부에서도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2,000여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온주실협을 대상으로 협상을 하지않고, 가게별로 단독접촉을 했다는 것부터 실협의 위상이 실추되어있다는 것이니, 이번 기회에 전략을 수립해, 임페리얼 회사와 싸워봐야 한다는 것이 골자들이다.
캐나다의 유통구조에는 문제가 있다고 느껴오긴 했다. 말하자면, 정가제가 아예 없고, 공급가에 맞춰 소매가를 매기는데, 대형가게와 소형가게는 이점에서 확연히 달라, 소규모 가게들은 경쟁에서 자연히 밀리게 된다. 콜라, 초코렛등 주요 취급품목이 그렇더니, 담배가가격이 이에 편승하게 되니, 업주들은 "참을만큼 참다"가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게다. 또한 문제는 대형가게와 소형가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협회의 이름아래 있는, "내 가게와 비슷한 어떤 가게"는 혜택을 받고, 나는 그 혜택에서 밀려난다고 생각하니,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인터넷 게시판의 게시자가 두 회원을 "우수"회원과 "우수운" 회원으로 구별해서 재미있게 불렀지만, 우수회원과 우수운 회원간의 싸움이 아니라 임페리얼 회사와 실협의 싸움이 되도록 힘을 밀어주어야 하는 것이 그나마 공동의 이익을 모색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일괄 협상으로, 마진률이 적다고 거부한 곳도 있고, 담배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곳도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실업인협회인들의 상실감은 더하다. 담배회사 하나도 상대하지 못할만큼 "힘"없는 조직의 "결속체"라는 피해의식까지 겹쳐져 있다는 말이다. 토론토 도시같은 경우에는 같은 골목에만도 한인가게들이 몇군데나 있어, 서로가 경쟁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담배회사의 횡포로, 문을 닫게 되는 가게가 생기게 될것이니, 그런 가게들의 입장에선 회원들의 권익을 지켜주지 못하는 실협 본부에 원망을 갖게 되는 건 당연지사겠다.
가게마다 각자의 입장이 있다. 장사치로서 낮은 공급가격으로 담배를 제공하겠다는데, 그를 거부할 힘은 없을 것이다. 임페리얼 회사가 회원들의 내부불화를 먼저 일으키고, 시장을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이 괘씸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지, 한인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중이다.
한국일보 인터넷 게시판에는 "익명"으로 쓰는 여러가지 의견중에 한두시간의 구상으로 나올수 없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음을 본다. 혜택받은 회원들도 품고, 혜택받지 못한 회원들의 문제점도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전체를 대상으로 조정되어지기를 바란다.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담배"를 팔면서 생계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편의점 업주들의 마음은 요즘 더 써늘해지고 있다. 이참에 담배회사 말려죽이기 작정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너죽고 나죽자" 이런 식으로 만용을 부려보고 싶은 생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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