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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City Fever .. 토론토 교향악단 공연을 다녀와서

 

로이톰슨 홀 뒤로 밤을 밝히고 있는 CN 타워가 보인다

 

토론토 교향악단(TSO, Toronto Symphony Orchestra)과 로이 톰슨 홀(Roy Thomson Hall)은 마치 바늘과 실과 같이 토론토 공연문화를 대변하는 양대 산맥이다.

아름다운 그릇과 그 그릇에 담긴 향기로운 음식이라 할까?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1월 공연도 거대한 원형뿔의 위쪽을 잘라낸듯한 디자인에 삼각모양의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구조물의 로이톰슨홀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11월의 공연 테마는 Slavic celebration(슬라브인 축제)이었다. 슬라빅은 슬라브어를 쓰는 민족들이란 뜻으로, 러시아, 우크라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그리고 폴란드등 동유럽 나라들을 포함한다. ..스키로 끝나는 유명한 음악가들의 작품이 전세계 음악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13일 공연의 첫곡은 체코 작곡가인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Dvorak)의 피아노 콘체르토 지 마이너(Piano Concerto in G Minor) 3악장이었다. 피아노 연주는 나타샤 파렘스키(Natasha Paremski)양으로 감미로운 선율을 선사했다.

 

그녀 역시 모스크바에서 출생했으나, 1995년 부모와 미국이민한후 활동하고 있다. 마침 무대에서 가까운 좌석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놀림 하나하나를 관찰할 수 있었는데, 쉼쉴 틈을 주지 않을 만큼 현란했다. 4살부터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그녀는 또한 아름다운 드레스와 매너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옆사진이 나타샤양)

 

 

두번째 곡은 폴란드 작곡가 비톨드 루토스라브스키(Witold Lutoslawski)의 첼로 콘체르토로 이 곡은 현대곡이라 할만하다. 루토스라브스키의 1970년 곡이니, 클라식의 전위음악쯤 된다고 볼수 있을까?

 

아름답고 고운 선율에 익숙해진 일반 청중들의 귀에는 첼로 솔로이스트의 바닥을 긁어대는 것 같은 소리, 뭔가 튕겨져 떨어져나가는 것같은 소리, 휘갈겨쓴 글씨처럼 정리되지 못한 화음이 거슬릴 수도 있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장내는 현대음악의 독특한 발상에 조금쯤은 술렁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첼로 솔로는 코린 카(Colin Carr)씨가 맡았는데, 연주전  "생경할 것"이라는 그의 위협이 거짓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모든 예술에서 요구받는 것이라면, 이것 또한 존중해야 할 것이라는 게, 함께 공연을 들었던 필자의 딸들의 충고다. 코린 카씨는 최근 한국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다고.

 

 토론론 교향악단 지휘자 피터 운드지안(Peter Oundjian)

 

세번째 곡은 러시아 작곡가 아이고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The Fire Bird(불새, 1919년 버전)였다. 불새는 러시아 동화에 기초한 것으로 전체 5악장을 통해, 음악과 무용이 만난 듯 우아하면서 경쾌한 곡이었다. 1882년 러시아에서 태어나 1971년 뉴욕에서 생을 마친 스트라빈스키의 이 곡은  발레 공연에 맞춰 작곡된 것으로 27살 젊은 작곡가가 유명해 지는 계기가 됐다.

 

관중들에겐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의 나라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겠다. 음악과 건축물, 그리고 문학까지.. 옛 고전들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이름들이 슬라브 계통의 사람들이라는 걸 이참에 더욱 확실히 알게 된다.

 

이 공연이 연주된 로이톰슨홀은 메시 홀(Massey Hall)과 함께 토론토의 공연문화를 선도한다. 음악회, 뮤지컬뿐 아니라 연극, 코메디등도 수시로 열린다. 토론토 국제 필름 페스티발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토론토의 심장 킹 스트릿에 자리잡은 로이 톰슨 홀의 무대에 서는 것은 음악가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하다.

 

사람들이 토론토같은 대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절반쯤은 이런 공연문화와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족)

 

이 공연장에 가게 된 것은 둘째딸 덕분이었다.  지난 여름 둘째가 일했던 킨카든 편의점의 전언니는 아이가 일할때부터, 사랑을 베풀었다. 그러던 중, 일한지 2주만에 그만두게 되면서, 그도 나도 또 둘째딸도 모두 작은 상처들을 입었었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었겠지만, 여전히 설명하는 것에 대해 큰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어쨋든 전언니는 공연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고, 우리들에게도 그 "맛"을 보여주고자 했다. 나와 둘째, 그리고 첫째딸 것까지 3장을 예매해놓고, 우리에게 공연을 보고오라 하였다.

 

토론토가 복잡한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넉넉하게 공연전 2시간쯤 전에 큰딸의 친구와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모두가 채식주의자인 그 아이들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특별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교통체증 때문에 1시간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가면서도 전동차 전용차선으로 들어갔다가, 마주오는 전동차와 정면충돌할 수도 있는 기막힌 상황에 빠졌던 일이 2번이나 있었고,  주차할 곳을 찾느라 헤매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감이 좋지 못했다.

 

간신히 친구와 만나 식당까지 갔지만,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초조함... 그렇게 급하게 먹고 나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음식이 나오자마자 5분만에 먹고, 주차한 곳으로부터 걷는 것이 낫다 하여, 공연장까지 걸어갔다. 1시간 걸을지라도 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Fresh"라는 이름의 식당도 참 신선하긴 했다. 작은 종지에 밑에 국수를 담고, 위에 잘게 부순 야채를 삼각으로 덮은 음식이 거진 10 달러가 되었다. 아이들은 음식맛이 좋다 하였다. "푸짐함"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식당에 웬 멋진 토론토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지. 건강을 생각하는 도시인들이 늘어난다는 말이겠다.

 

그날따라 불편한 구두를 신은 비실비실한 엄마는 딸의 친구의 인도로 이 아이들의 뒤를 따르며, 이마에 땀을 맺고 있었다. 박스 오피스에서 표를 찾아 들어가니, 시작 1분전, 모두가 아름답게 정장하고 왔는데, 우리들의 모습은 실로, 오리가족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오리 가족들이 앉았던 좌석은 연주자들과 아주 가까운 1층의 왼쪽 좌석이었다. 30달러에서 90달러까지 티켓 가격중 65 달러인 것을 티켓에서 확인하니 눈이 튀어나오려 한다.

 

이런 비싼 공연 우아하게 감상해야 했는데, 말씀이 아니었다. 어쨋든 시간안에 공연장에 도착했음을 안도하면서 공연에 열중하는데,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동시에 닥쳤다. 음식을 기다리면서 초조함에 너무 많이 마신 물이 문제였다. 화장실을 가야만 했는데, 한곡이 끝나니, 늦게 도착해 공연장안으로 못 들어오고 대기중이던 사람들이 안내를 받아 들어온다. 한곡이라 함은 거진 30분 이상이 걸리는 긴 곡이다. 밖에 나가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니, 1분후에 새곡이 시작되면 다시 들어갈 수 없으니 참으라 말한다. 오리가족은 용감했고, 포기할뻔 했던 나머지 곡들을 열중하여 들을 수 있었다.

 

음악회가 마치고 나서는 다시 주차된 차를 찾느라, 다운타운의 온 골목을 헤매고 다녔다. 우리를 인도했던 딸의 친구는 기숙사로 들어가고. 기억과 감을 되살려서 매 주차장마다 눈길을 주면서 차를 수소문했다. 그날 새벽 1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왔대나 뭐래나.

 

오늘 둘째와 함께 전언니를 만났다. 둘째는 다음에 한번 더 가고 싶다 한다. 아주 이쁜 드레스를 입고, 공연전에 물 너무 많이 마시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전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더 좋아한다고. 나는 아무래도 "글자" 중독인 것 같다. 음악이 아름다운 소리를 갖고 있지만, 합창, 뮤지컬, 연극, 코메디 등에 더 관심이 간다. 어쨋든 오리가족의 문화나들이는 이렇게 스토리를 남기며 끝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