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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뉴욕5.. 맨하턴의 먹거리

 

무공해 식재료로 요리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을 발품을 들여 찾아나섰다. Candle 79 은 맨하턴 업타운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79란 숫자는 79 St을 말하는 것으로 버스를 타지 않고 그곳까지 걸어갔으니,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가까운 데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고, 케잌과 음료수도 우유, 크림등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로 만들어 제공하는 곳이었다. 우유, 치즈, 계란, 생선까지 먹지않는 "vegan"(완전채식주의자)들에겐 꿈의 식당일수 있겠다.

 

루미 역시 올초부터 "비건" 대열에 합류한 어린 고객으로 맨하턴에서 이름있다는 식당을 찾아낸 것이다. 1층과 2층으로 나눠진 식당은 고즈넉하였다. 한국 고급 찻집의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빠르게 먹고, 재빨리 갈길을 가는 이곳 레스토랑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늑함과 고급스러움이 있었다.

 

우선 우리는 식당의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루미는 애피타이저에서 음식을 한가지 골랐고, 나는 샐러드에서 한가지 골랐다. 웨이터가 내가 고른 샐러드는 "익히지 않은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음식값이 만만치 않고 음식이 낯설어 고르는데 시간이 들었는데, 그가 추천한 케일 샐러드로 음식을 바꿔 시켰다.

 

음식이 나오기전에 크래커 위에 콩 소스를 얹은 작은 음식이 서비스로 나왔다. 보조 주방장쯤 되어보이는 이가 나와서 음식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어쨋든 앙징맞은 그 음식은 입가심을 위한 것이었다. 

 

 

 

 

 

캔들 79... 음식 주문은 신중하게..

 

 

음식 3인방.. 1)콩 반죽 위에 야채를 얹은 크래커

2)이름은 모르지만.. 시금치 요리

3) 케일 야채 샐러드

 

 

 

 

 

 

 

 

 

 

음식의 맛은 특이했다. 내 샐러드는 케일을 살짝 익히고, 다른 여러가지 야채에다 도정하지 아니한 것 같은 현미등 잡곡, 그리고 해바라기등 넛 종류에다 소스로 버무린 것이었다. 루미도 자신의 음식에 대해 만족했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빼곡이 차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식 주문은 상당히 까다로왔고, 그에 대응하는 웨이터 역시 전문가적 설명을 곁들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난후 루미는 베리로 만든 음료수 한잔을 시켰다. 충분히 즐긴 다음에 가져온 계산서를 보니, 59달러였다. 그 당시에는 참으로 많이 나왔네, 그렇게만 생각했다. 분위기에 주늑들었던 것일까? 팁까지 해서 67달러를 주고 나와서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대부분의 길들은 걸어다녔지만, 업타운에 속한 그곳에서 다시 미드타운으로 내려오는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그날은 버스를 탔다.

 

집에 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을 한다. 사실, 음식값이 그렇게 비싼게 좀 이상하다. 볼이 발그레해서, 그 식당의 분위기와 음식을 음미하는 루미에게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채식주의자"의 길이 그렇게 소박한데서 동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밤 늦게 침대에 누웠는데 루미가 말한다. 아무래도 잘못 계산된 것 같다고.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메인 디쉬를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인당 30달러의 음식값이 나올수가 있냐? 찬찬히 계산하니, 취소되었던 음식값까지 계산에 들어간 것 같았다. 내친 김에 "너무 고급화되어 가는 비건 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내 생각을 덧붙였다. 루미도 동조했다. 그 다음날 식당에 전화를 걸어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 돈을 돌려받기 위해 찾아갔다. 그러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2인 버스비 5불, 돌려받은 돈 17불... 돌아오는 길은 17불 돌려받기 위해 버스비로 10달러 쓰는 것이 너무 아까와 내처 걸었다. 시간쓰고 돈쓰고.. 고급을 지향하다가 당한 사건이다.

 

맨하턴에는 베지테리안 식당들이 성업중이었다. 어린 시금치나, 상추등 어린 야채를 담아놓은 용기를 하나씩 고르고, 그안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골라서 추가하고, 소스를 첨가해서 먹는 샐러드가 한끼 식사로 각광받고 있었다. 콩, 두부, 아보카도, 넛 그런것들이 속을 허하지 않고 배불리는 역할을 하는듯싶다. "Green Symphony"란 곳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갔는데, 그곳에선 한인청년이 주인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비빔밥 메뉴도 있었는데, 콩나물등 야채에 현미밥, 그리고 새우, 고기, 두부등 원하는 것을 첨가해서 고추장과 함께 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깊은 맛은 없었지만, 많은 음식종류중에 한가지로 뉴요커들을 공략하고 있는 것을 보니, 새롭다. 이들의 음식이름에는 "서울"도 있었고, "절(temple)" 등도 있다. 건강식과 사찰음식과의 연결, 한국인임을 보여주는 음식이름등, 팔딱팔딱 뛰는 아이디어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간단히 점심을 먹는 식당들은 각종 음료수와 건강 스낵을 팔기도 했다.

 

 

 

이 초코렛 쿠키도 우유, 꿀,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비건들을 위한 쿠키.

 

무공해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곳을 찾아가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가게앞에 세워놓은 트럭 때문에 주소가 잘 안보여 간판을 확인하려 앞을 보지 않고 옆만 보고 걷다가 나무에 걸려 쓰러졌다. 갑자기 눈앞에 별이 보이고, 고개를 빼고있다가 이마로 박았기 망정이지 목에 걸려있는 사진기로 박았으면, 사진기 한대 해먹을뻔 하였다.

 

이 건강식품점에서 나는 미네랄 캡슐을 한병 샀다. 요즘 읽고있는 건강서적에선 미네랄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던 중이어서 미네랄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이 식품점에서 보니, 건강 쥬스 한병에 8달러했다. 8달러면 한끼 음식값인데, "천연"이란 이름이 붙은 음식값은 그야말로 하늘높은 줄 모르는 것 같다.

 

맨하턴이란 곳이 돈을 많이 버는 이들이 사는 곳이란 걸 물가를 보고 확인한다. 그런 전문화된 가게들이 살아남는 것은 그걸 사주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소박한 벌이와 소박한 씀씀이를 가진 시골사람 기죽인다.

 

비건이 되면서 그전에 즐기던 케잌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하던 루미는 이번 여행길에 "비건을 위한 케잌"집 방문도 목록에 넣었다. 그집은 아주 작았고, 우리 외엔 손님이 없었다. 디저트만 파는 식당이었다. 작은 컵케잌 하나에 3달러를 줘야했다. 루미는 우선 그런 집이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고, 컵케잌 두개를 샀다. 케잌의 맛은 예전에 먹던 일반 케잌과 다를바 없단다. 혹시,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건 아닌지, 그걸 걸 먹고 좋아하는 거라면,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이겠냐고 덧붙인다.

 

다운타운 유니온 스퀘어에 있던 Whole Foods란 마켓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식품점이었다. 직접 만들어먹을 수 있는 친환경 재료들을 살 수 있는 곳, 30여대의 계산대 앞에서 4줄로 서서 각 줄마다 있는 고유색깔을 따라 전광판에 나타나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뉴요커들의 풍경이 볼만하다.

 

사실 맨하턴에는 식당만 해도 18,000개여개가 포진해 있다. 우리 동네엔 2개의 식당이 있다. 여름이 되면 햄버거 전문점이 열리니 겨우 3개의 식당이 있는 곳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식당들을 순례했다. 근처 동네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것들 해보겠다는 루미의 여행 목적이 어느정도 달성되긴 하였다.

 

맨하턴은 어떤, 취향, 취미를 갖던 그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파워를 갖고 있다. 사진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사진순례 여행이 될수도 있으며, 미술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미술관을 질리도록 돌아볼수도 있겠다. 줄리어드 음대가 있는 곳이니, 음악가들에겐 말할 것도 없고. 루미는 자신의 취미인 요가와 관심분야인 먹거리 여행을 이번에 했다. 엄마가 하고싶은 것은 뭐냐고 몇번씩 묻는 그애에게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면.."하면서 한발 물러났지만, 어쩌면 다음에 간다면 "사진탐방"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면 한국촌 탐방이 될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