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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부루스 트레일에서 만난 제주 조랑말 "간세"




제주 조랑말을 부루스 트레일 한곳에서 만났다. "간세"라는 이 조랑말은 제주도 해안가를 잇는 산책로인 제주 올레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지난 9월 10일 부루스 트레일의 한 구간에 제주 올레와의 우정을 기념하는 개장식이 있었다. 부루스 트레일측은 올레측 대표들과 트레일 자원봉사자들, 한인들과 함께 하는 개장식을 열었다. 그 자리에는 250여명의 축하자들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지난 24일 찾아본 허클리 벨리 트레일에서 만난 "간세"의 모습이다. 아침 이슬을 맞고, 새초롬히 서있는 간세에게서 제주도 갯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간세는 안장과 같은 검은 허리띠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담고 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The Bruce Trail Conservancy

-Jeju Olle Trail(Korea) Friendship Trail


This piece of the Bruce Trail in the Hockley Vally is twinned with Route 2 of the Jeju Olle Trail, South Korea, as a mark of friendship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between our two countries .


Jeju Olle is a series of walking routes on Jeju Island 130km off the southwest coast of Korea. This beautiful UNESCO World Heritage Site is almost sub-tropical in climate. Its scenery passing from windswept coastline, through countless tangerine groves crisscrossed by distinctive stone walls, and up to the 6400 foot peak of Mt. Halla.


The Blue figure known as "Ganse", shaped like a Jeju pony, is a simbol of the Jeju Olle Trail and appears on signs for the trail.


www.brucetrail.org and www.Jejuolle.org



부루스 트레일 위원회

-제주 올레(한국) 우정의 길


하클리 벨리 안에 있는 부루스 트레일 한 구간은 한국의 제주 올레 2코스와 쌍둥이 길로 양국간의 우정과 국제협력을 상징하는 길이다.

제주 올레는 한국의 남서해안으로부터 130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에 있는 걷는 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기록된 이 아름다운 곳은 기후상으론 거의 아열대로 해변가의 강한 바람과 셀수도 없는 귤농장, 종횡으로 교차된 특이한 돌벽, 6400피트에 이르는 한라산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 푸른 조형물은 “간세”라고 알려진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한 것으로 제주 올레길의 상징이자, 올레길 곳곳에 표지판으로 세워져있다.


쌍둥이 길이라니... 아마도 이란성 쌍둥이인가 보다. 제주 올레 2코스는 제주도 동쪽 성산일출봉이 바라다 보이는 광치기 해변으로부터 온평포구에 이르는 18.1km구간이다. 바닷길, 저수지를 낀 들길, 호젓한 산길등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부루스 트레일에 개장된 우정의 길은 어떤 모양인가?



이 표지판에 자세히 나와있다. 지도를 보면, 검은 점선으로 톰 이스트 사이드 트레일과, 글렌 크로스 사이드 트레일이 있고 그 둘을 이어주는 검은선이 있다. 이 선은 부루스 트레일 메인 트레일이다. 메인 트레일은 나이아가라로부터 터버모리까지 이어지는 850km에 이르는 긴 코스이며 점선으로 이어진 사이드 트레일은 출발지로 다시 나갈 수 있는 보조 트레일이다. 불다만 풍선같아 보이는 두 트레일 전체가 올레 2코스와 쌍둥이로 지정된 길이다. 총 길이는 9.6km가 되며, 허클리 벨리는 오렌지 빌 근처에 있다. 오렌지빌은 소도시로 그레이 부루스에서 토론토로 가려면, 거치게 되는 중간 도시쯤 된다. 토론토로부터는 1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오면 만나게 된다.


차를 허클리 벨리 공원 주차장에 세워놓고, 온 길을 다시 올라오면 작은 트레일입구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5분 정도 걸어들어오면, 이렇게 사인판이 있어서 사람들을 맞는다. 이곳에 도착하면 "간세"와도 인사를 하고, 인증샷을 짝는 것도 좋겠다. 




가을의 색, 빨간 단풍이 병풍처럼 펼쳐진 높은 지대에 평상이 하나 있었다. 아직 시작점이라, 그다지 쉼터가 그립진 않지만, 의자가 있는 곳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 의자에 앉으니, 저 멀리 이웃한 숲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에는 "Regeneration" 이라는 표지판이 걸려있고, 울타리가 쳐져있다. 그전에는 트레일러에게 개방된 곳이었으나, "숲의 재생"을 위하여 잠시 폐쇄한 곳이다. 





급한 잎들이 제풀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노부부를 만난 곳은 넓은 숲안 광장같은 곳이었다. 

언덕 위로 나무들이 촘촘히 서있고, 쪼그려앉은 내 주위로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나뭇잎이 펄펄 떨어져 내렸다. 

이날 최고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한참을 그곳에 앉아있어도 좋으리. 그곳엔 죽은 나무들도 엎어져 제 몸을 버섯과 이끼들에게 내주고 있었다. 어떤 것은 등을 땅에 기대지 못하고, 반쯤 꺽여져서 그대로 조형미술이 되어 있다. 가을 초입이라 그런지, 많은 버섯들이 있었는데, 위의 버섯은 좀 특이하게 생겼다. 이것이 그 혹 산삼보다 귀하다는 "노루궁뎅이 버섯"은 아닐까, 내심 고개를 갸웃한다.



산속 깊은 곳에 이런 부서진 차가 방치되어 있다. 온 길로도 나갈길로도, 차가 들어오기 힘든 험한 곳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산행객들에게 시선을 받는다. 이 차를 탔었을 사람들, 혹 범죄가 스며들었던 차는 아니었는지, 내용을 알수 없는 차의 부서진 내부를 한참 들여다 본다. 그런데, 이것은 그리 놀랄 일이 못된다. 톰 이스트 사이드 트레일에 들어서서 한참 걸어가자, 울타리 넘어는 가지 말고, 새로운 트레일로 가라고 표지판이 있다. "가축"도 있을 것이라고 쓰여있긴 했었다. 그런데, 정말 숲속 트레일 한가운데, 덩치가 "소"만한 "소"들이 한떼가 있었다.


비좁은 산길에 소들이 길을 막고 있다. 흥미로우면서도 무서웠다. 다시 돌아가자고 뒷걸음을 쳤다.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길은 없는데, 헤쳐나가야 할 것 같았다. "소"들은 "사람들"을 쳐다볼뿐 말이 없다. 그래서 한참을 헤매다 그들 사이를 헤쳐나왔다.

 


조금 진행하니,  여자 한명이 가볍게 조깅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가면 소들이 있다고 내가 말하자, 그녀가 반색한다. 그렇지? 그애들이 있지? 놀랬니? 묻는다. 조금 그랬다고 했더니, 본인은 자주 이길을 다니는데, 소들이 항상 있다는 것이다. 소들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서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좋은 사진 찍었니?해서 화면을 보여준다. 너무 놀래서 좀 떨면서 셔터를 눌렀더니, 소들의 표정이 나를 닮았다. 덕분에 가까이에서 소들을 액자에 담을 수 있었다. 부루스 트레일중의 어떤 구간은 소유권이 민간인에게 있는 부분도 있다 하였다. 아마도 톰 이스트 사이드 트레일이 그런가 보다. 가축을 위해서 울타리를 쳐놓았고, 그 울타리 위에 계단을 넘어 트레일을 걷게 장치하여 놓았었다.



휘어진 나무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



숲의 재생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막아놓은 곳, 잡풀에 뒤덮인 나무 계단이 보인다.


이번에 우리가 돌았던 곳은 부루스 메인 트레일과 톰 이스트 사이드 트레일이었다. "간세"처럼 놀멍 쉬멍 돌았더니 3시간 가까이 걸렸다. 글렌 크로스 사이드 트레일까지 돈다면 그 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우정의 길을 다 보진 않았지만, 계곡이어서 하이킹의 맛도 느낄수 있었고, 숲의 내용이 여러 종류로 나뉘어져 있어서 지루할 새가 없었다. 아주 가는 나무들이 촘촘히 서 있는 곳도 나름대로 친근하고 편안했다. 이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은 한국 제주도의 올레 트레일을 언젠가 걸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올레에 있는 부루스 트레일을 돌면서, 걷고 있는 그곳뿐 아니라, 태평양 너머의 쌍둥이 길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부루스 트레일 관계자들이 왜 "쌍둥이 길"이라고 했는지, 두 길을 걸어보면, 그 뜻을 알게 될까?


약간의 검색을 통해서 살펴보니, 작년 11월 세계 트레일 컴퍼런스에 캐나다측 참가자들과 올레측 관계자들이 "우정의 길"을 약속하였다 한다. 캐나다 관계자들이 제주 올레길을 걸어보았다고 하니, 비슷한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상상해본다. 나는 작년 9월 와이어튼 부루스 트레일을 걸으면서, 제주 올레와 연관해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제주도에 올레가 있다면 캐나다 온타리오에는 부루스 트레일이 있다" 이렇게 시작되는 글을. 제주 올레와 부루스 트레일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p.s. 제주 올레와의 개장식 뉴스가 부루스 트레일 웹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다. 부루스 트레일에 관한 다른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http://brucetrail.org/pages/trail/friendship-trail




트레일 입구 약간 아래쪽에 만들어진 허클리 벨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