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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불의 나라.. 몽골천막 여트(yurt) 캠핑(1)

우선 여트(yurt)가 뭐냐?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다. 한글 위키백과사전에는 "유르트"로 나와있지만, 실제 발음과는 차이가 있어서 "여트"로 사용하기로 하겠다. 여트는 몽고식 둥근 천막이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가축을 기르면서, 자주 이동하는 관계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주거환경이다. 대체로 둥글게 작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위에 천막을 덮는 방식이다. 천정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근대화된 여트가 캐나다에도 들어왔다. 바로 캠핑장의 숙박형태로. 작년 여름여행지에서 호숫가쪽으로 여트가 온화하게 자리잡은 것을 보았다. 텐트의 딱딱하고 추운 잠자리에서 캠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산속에 이런 형태의 주거가 그해 첫선을 보인 것이다. 그때 마음속으로 찜을 하기는 했었는데, 겨울에 여트를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한번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학생들의 1주일 독서주간, 아이들이 집에 있게 되는 때를 맞추어 2박3일 여트장 예약을 하였다. 겨울캠핑이라니, 은근히 기대되면서 걱정도 된다. 




난로 피우는 기술이 겨울캠핑에는 가장 중요했다. 난로안에 공기구멍을

열고 불을 피워야 한다. 박스등 종이, 라이터등을 준비해야 한다. 

화이어 스타터는 상비되어 있었다.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나니, 떠나긴 해야하는데 주변 환경이 여러모로 심난해지고 있었다. 큰애는 오랜만에 차를 끌고 나갔다가, 주차장에서 남의 차를 긁어서 차 수리비를 물어줘야 할 상황을 만들어놓았지, 둘째는 학교로 가자마자 테스트가 두개가 몰려있어 시험공부해야 한다고 코를 빠뜨리고 있지, 우리가 가기로 한날이 다가오는데, 가게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갑자가 감기가 걸렸다고 하질 않나, 모든 것이 불투명해진다. 또한 나의 상황도 좋지 않아서, 빈혈기가 왔는지 헤롱거려서 캠핑 준비해야하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지... 막상 떠날수 있으려나 싶기도 했다.


일하는 아주머니는 떠나는 날까지, "휴가"를 줘서 체력을 보충하게 하였고, 나도 간신히 기운을 회복하고 있었다. 여름캠핑도 모든 준비물들을 완벽하게 해야하지만, 겨울캠핑은 더욱더 신경쓰인다. 2박3일간 먹거리를 완전히 씻고, 다듬고, 썰건 썰어서, 물사용이 용이하지 않더라도, 큰 무리가 없도록 준비하는 일은 내몫이었다. 준비하는 내내, 쓸데없는 일을 계획해서 심신을 고달프게 하는구나, 쓴 웃음도 나고 하였다.



오른쪽에 서있는 가구를 아래로 내리면 두명이 잘수 있는 침대가 된다.

잘때는 식탁을 한쪽으로 밀어놓으면 넉넉하게 쓸수 있다.


마침내 떠나는 날이 왔다. 장소는 부루스반도 국립공원 내 여트 캠핑장이다. 가는 길에 막내를 고등학교에서 바로 싣고, 가게로 가서 남편과 합류해서 터버모리를 향해 달린다. 그날 마침, 눈이 펄펄 날린다. 평소같으면 2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었을텐데 눈길이라,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주위가 시나브로 어두워진다. 캠핑장쪽에서는 여트에 도착하면, 지정한 코드를 입력하면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이메일로 알려주었다. 그러니,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고, 집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어둠이 조여오니 마음이 침침해진다.


눈길을 달려 도착하니, 사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후레쉬를 들고 여트의 번호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곳이라 했는데, 물가쪽이라선지, 낭만적이기 전에 바람이 세차게 분다. 보호받을 곳 없는 산골에 도착한 느낌이 확실하다. 다섯명이 눈밭을 헤매는 "이리떼"(?)처럼 우리가 쉴곳을 찾기위해 혈안이 되었다. 여트의 번호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밤은 언제나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다.


지도를 확인해야 한다는둥, 우왕좌왕 설왕설래하면서, 왔다갔다 하다가 마침내 여트 넘버 4를 찾았다. 국립공원안에 여트가 10가구뿐이니, 많은 건 아닌데도, 영 집을 못찾을 것 같았다. 현관문 앞에 작은 상자가 있어서 비밀번호를 맞추니, 찰깍 열리고 열쇠가 나온다. 그 문을 따고 들어서는 순간... 우리 모두는 아! 하였다. 원형의 집, 지펴지길 기다리는 난로와 나무빛이 선명한 이층침대, 투박한 나무 가구들, 18L 물, 밧데리 후레쉬 2개, 슬레이드, 눈삽 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겨울에 웬 캠핑을? 하는 질문을 참고 있었던 아이들의 입에서도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길이 보이지 않는데서 여트를 찾을때 감전되었던 마음이, 오롯이 나타날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여트와 인사를 나눔으로 불이 켜졌다.


그러나 그건 시작이었다. 감탄하고 나서보니, 슬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겨울이라 차가 바로 곁에까지 들어오지 못해 주차장으로부 모든  물건들을 끌어와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 비치된 슬레이드를 끌고 장작을 실어와서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불 담당자가 한참을 씨름하여도 불이 붙지 않는다. 샤브샤브용 국물과 야채와 고기를 챙겨왔다. 음식은 여트안에서 하지 말라고 당부되어 있었으나, 춥고 어두워 바깥에 나가기가 어렵다. 부탄가스에 국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처음 탄성과는 달리 춥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나는 집에서 내복을 입고왔더니 견딜만 하였다. 난로에 불피우는 법을 제대로 한번 읽고 하지, 이렇게 주문하니 불피우는 사람 김새게 하는 말밖에는 안된다. 식탁엔 앉지도 못하고 모두 엉거주춤한 상태로 국물을 떠먹기 시작한다. 사실 샤브샤브라는 음식이 유목민들에게서 시작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기마병들이 한솥에 끓여서 빨리빨리 먹고, 전쟁에 대비했던 음식이라는 설. 한비야의 책에 나왔었는데, 샤브샤브라는 이름 대신 다른 중국이름이 있었는데  잠시 잊었다. 오른쪽 사진은 사진기 후레쉬를 이용해 빛의 궤적을 찍은 사진.. 


어쨋거나 우리는 추웠던 관계로 모두 서서 국물들을 떠먹었다. 여트에 있는 도움말을 읽으니, 난로안에 공기구멍을 열어놔야 한댄다. 난로안이 냉하기도 해서 어쨋든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마침내 나무에 불이붙었다. 여트에 도착하고 장장 2시간 동안은 나무에 불이 안붙어 밤새 이래야한다면, 하룻밤 지내는 것이 큰 문제가 되겠구나, 슬슬 걱정이 되던 참이다.


그런데 난로에 불이 붙기 시작하자, 여트안이 뎁혀지기 시작하는데, 방안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갔다. 처음에는 에이... 우리들도 믿지 않고, 온도계의 잘못이라고 지탄했지만, 거짓이 아니었다. 워낙 불평을 안으로 잠재우지 못하는 큰애는 "추워 죽겠다"에서 "더워 죽겠다"로 그 불평의 파노라마가 요란했다. 



여트의 천장.. 나무들과 눈과 하늘을 볼수 있도록 유리로 막아놨다. 불을 피울 때는 이 창을 조금 열어놓아야, 알람이 울리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잠자기 전에 너무 많이 나무를 집어넣어서,  "숨을 쉴수가 없다"며 일어나, 여트 밖으로 고개를 몇번씩 빼기도 한 것도 큰애였고, 그러다가 모두가 잠들어서 나무를 넣지 않아, 거의 꺼져갈 때는 추워죽겠다고 신음했던 것도 그애였다. 다음날 우리는 큰애의 불평을 화제삼아 그애를 놀려먹었다. 예전엔 맏언니 주제에 참을성 없이 저럴까, 한심하게 생각되더니, 이제는 그애의 성격을 그럭저럭 웃음으로 봐줄만 하게 되었다. 본인도 자신의 성격을 알면서 어쩔수 없다는 데야.. 우리 모두는 여름에서 겨울까지 한밤에 온 계절을 경험했고, 세상에서 "온도 맞추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온도" 담당이었던 남편은 모든 공격의 화살과, 존경의 아첨을 하룻밤 사이에 넘치도록 받아, 거의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잘타고 있는 난로.. 이층침대와 식탁..


그래서 여트 캠핑을 "불의 나라"라고 한 것이다. 장작은 여트 사용료에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사용할 수가 있었다. 여트 한쪽에 세워져있던 가구를 내리면 침대가 되고, 이층 벙크베드까지 모두 5명이 매트리스가 있는 침대에서 잘수 있게 구조가 되어 있었다. 원래는 목욕과 수세식 화장실 사용까지 포함해서 하룻밤 120달러였는데, 샤워시설과 수세식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으면서, 처음 청구한 금액에서 20달러씩을 돌려주었다. 원래 주말에는 이틀 사용이 원칙이며, 따라서 2일간 200달러로 5인 가족이 특별한 경험을 할수 있었다. 여트는 전화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겨울, 519-596-2233, 여름 519-596-2364(ext453)  www.parkscanada.gc.ca/bruce


쌀까지 씻어왔던 것은 너무 잘한 결정이었다. 그릇도 모두 종이접시를 사용했고, 설겆이감은 오로지 수저뿐이었다. 난로가 활활 타오를 때는 난로에서 모든 음식을 끓일 수 있었다. 원칙적으론 여트안에서 요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은 앞에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올려놓기만 하면 끓는 난로를 이용하는 재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안전상의 이유로 요리를 금하는 것이니, 음식할때는 만반의 주위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파노라마로 우리가 머물렀던 여트4를 찍은 사진.. 앞으로는 사이프러스 호수가 있고, 그루토(grotto)까지 갈수 있는 트레일이 있어, 죠지언베이의 맑은 물을 즐길 수 있다. 밖에는 프로판 개스 바베큐틀과 왼쪽 모닥불 센터, 그리고 피크닉 테이블이 있는 데크가 형성되어 있어서, 산속 내집같은 편안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