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에는 생명은 없고, "색"만 있다고 주절댔다.
단풍에서 생명을 뺀 접근을 시도한 것이 내내 걸렸다.
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단편적인 겉모습"에서 추론을 이끌어내니, 그런 오류가 나왔다.
자신을 변호할 방법이 없는 이파리들은,
인간들이 찬사를 하건, 비하를 하건, 잘못된 해석을 하건,
그 자리에서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정정은 잘못을 범한 내가 해야 한다.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그런 빨간색의 단풍잎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잠시 빨강에 머물다 노랗게 되면서 갈색으로 져버린다.
도로 곳곳에 흔한 단풍나무만을 놓고 보자..
같은 나무라도, 햇빛을 충분히 받은 나무들, 옆에 기대선 것 보다는 조금 더 높이 솟아
뿌리부터 나무꼭대기까지 튼실한 그 나무의 잎들이,
훨씬 건겅하게 잎이 물든다.
반면에 병들어 초록으로 떨어지는 잎들도 많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빛깔이 그리 곱지 않은 것들이 태반이다.
태어난 땅에 따라,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따라,
뿌리의 건강함에 따라 단풍의 색이 달라진다는 것이,
어째 인간세상같아 보여서, 좀 섬찟하다.
그러나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풍들도 벌레먹은 것, 쫍쌀깥은 까만점을 숱하게 가진 것들,
제 운명대로 천차만별이다.
단풍은 그 나무의 성적표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잘 자란 나무들이,
그 마지막 단풍으로 절정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잎을 가지고 생명이 없다 말하지 말라.
그건 단풍에 대한 모독이다.
나의 모독 때문인지, 단풍이 요며칠 나를 잡고 놓지 않는다.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려는 듯이.
그렇게 서로를 건들여줘야 한다.
그들의 절정의 시간들이 너무나 짧다는 것도 또한번 느낀다.
가을은 조금 더 지체하면서, 깊게 응시해야 하는데,
언제나 스쳐 지나갔다.
마침내, 그에게 다가가 셔터를 누르기로 마음먹자,
이미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그 자취는 모습이 간데 없다.(혹은 내 눈이 멀었던지..)
오늘 주행거리, 남북으로 도합 200여 km.
올라가는 길에서 실망했던 마음이,
내려오는 길에서 조금 다둑여진다.
단풍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다.
내 계산이라면, 토론토에서도 하루이틀이면, 이제 막바지 단풍맞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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