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을 기억한다.
앵두나무에 꽃망울이 맺힐때쯤 휘몰아친 한파로 꽃들이 모두 얼어죽었던 것을.
그해에는 결국 꽃을 피워내지 못했고, 그러므로 당연히 열매도 맺지 못했었다.
앵두나무, 사과나무 등등이 그런 모진 세례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해 가을, 사과농장에 사과가 하나도 안열렸다는 뉴스도 있었다.
5월 훈풍이 매일 몰아쳐 앵두나무에 흰꽃이 화안히 달렸다.
그랬는데..
5월 12일, 캐나다의 어머니날 눈이 와버렸다.
어머니날에 대한 기대보다는 앵두나무의 꽃들이 더 걱정되었다.
잠시 오다 말았어야 했는데,
13일 아침 흰눈이 꽃들을 덮었다.
앵두나무를 보러 나갔다.
녀석들은 아침햇살에 눈들을 녹여 벗겨내고 있었다.
그래도 꽃이 핀 다음이어서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도가 든다.
얼어서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놈은 생겼겠지만,
올 가을에는 앵두맛을 볼수 있기를 바란다.
두 해 연속,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은 그 나무에 있어서도 얼마나 큰 재난일 것인가?
그것으로 배를 불리는 새들은 어떻고.
앵두나무를 살피고 뜰을 돌아다니면서 보니, 꽃들이 말씀이 아니다.
무겁게 눈을 인 얼음꽃들이 되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살다보면 이런 재난들이 떨어진다.
고개를 다시 들수 없을만큼, 완전히 망가진 것같은.
그러나 오늘 오후 따뜻한 햇살에 젖은 꽃잎들을 말려줄 봄바람이 힘차게 분다.
젖은 몸을 속속들이 말리고,
다시 힘을 내서 꽃들이 일어서기를 바란다.
5월의 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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