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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송년의 밤을 준비하면서

편의점 이야기를 또 하자.

나는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다가 왔고, 남편은 유학으로 캐나다에 왔다. 남편의 숙부님댁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남편은 나와 결혼전에 숙부님댁에서 편의점을 도와드리기도 했으니, 약간의 경험이 있긴 했다.

 

결혼하고 우리는 직장생활을 했다. 그후에 편의점 업계에 뛰어들게 된다. 그러고 살아온 세월이 14년이 흘렀다. 중년의 시기가 편의점과 함께 흘러갔다. 편의점들의 권익단체인 온타리오 실업인협회는 각 지역마다 지구협회를 두고 있다. 1,500여 회원중 우리 지구협(오웬사운드)은 가장 작은 단위인 20여 편의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자가 부부 공동명의로 된 곳도 있을테지만, 실업인협회의 속성상 주로 남자들의 활동무대였다. 실업인협회는 많은 숫자의 회원수를 자랑함으로 공급업자들과 공동딜을 맺기도 한다. 회원업소에서 파는 수량에 따라서 리베이트를 받는다. 우유 한 백을 팔면 리베이트가 몇 센트에 불과하지만, 회원 전체로 확대하니, 그 숫자가 커진다. 공동 딜의 최선봉에 선 것들은 우유, 칩스, 아이스크림등이다.

 

그 리베이트는 회원 업소에 돌아가기도 하고, 일부는 본부협회와 지구협회의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가게마다 특성들이 있다. 말하자면, 우유의 경우, 예전부터 취급해왔던 우유를 협회공동구매 품목이라 하여, 소비자들을 등한시하고 바꿀수 없어, 계속 다른 브랜드를 취급하는 가게들도 있다. 혹은 배달 서비스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들과 무슨 문제로 언쟁이 있어서, 배달회사에서 물량이 적어서 배달을 제때 안해주는 것들이 공동딜이 아닌 다른 제품을 취급하는 이유가 된다. 또한 어떤 지구협은 자체 딜을 통하여, 더욱 좋은 가격으로 다른 우유를 공급받기도 한다. 온주실업인협회에 속해있지만, 모두가 그 정책에 호응하지 않는다. 한 이름으로 된 프랜차이즈라면, 강제규정이 더욱 많겠지만, 한인 비지니스들로 구성된 협회는 강제성을 갖기엔 미약한 것들이 있다. 본부협회와 지구협회가 조율을 하고, 지구협회가 회원들과 조율하면서 그렇게 저렇게 굴러가고 있다. 

 

 

리베이트로 모이는 돈들은 각 업소마다 금액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많이 팔면 더 많은 리베이트가 나오니, 운영자금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많다고 할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공평하게 한다고, 리베이트 받은 것을 회원 업소에 다 되돌려주고, 회비제로 한다면, 회원들의 참여도에 문제가 있게 되고, 회비를 내지 않는 회원가게를 제명처리 하게 되면, 소위 바잉파워가 줄어들어, 예전만큼 리베이트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혹은 일정 회비를 제하고 나머지를 돌려주더라도, 그렇게 칼같이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오웬사운드 지구협회 회의에 참석한지가 몇해째가 된다. 주로 남자회원이 많이 모이는 그곳에 처음 갔을때는 정말 창피했다. 그러나 관심이 있었다. 어떻게 운영되어 나가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 힘을 보태고도 싶었다. 회의때마다 가면, 그래도 여성회원들이 두서너명은 모여서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편의점은 부부가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니 남편과 함께 혹은 남편 대신 부인이 참석하는 게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그렇게 참여해서 인지, 재작년 임시총회에서 인터넷에 약하다는 회장을 보좌해준다는 명목으로 부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에, 그리고 소식을 본부협회 게시판에 올리고, 이메일로 회원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면 된다고 해서, 맡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후에 있었던 총회에서 회장단이 그대로 굳어지는 사단이 발생했다. 내가 할만한 일인지도 모르면서, 무식이 용감이라고 일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을 조금 해보니까,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원 각 업소의 형편이 다르고, 취급하는 품목이 달라서 각 회원이 협회에 보조하는 금액이 다르다. 혹은 적게 내든지, 혹은 많이 내든지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칼로 무 자르듯 회원 업소가 운영자금으로 똑같은 액수를 납부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일종의 세금 같다고. 많이 번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번 사람은 적게 내고. 그런데 그 혜택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간다. 엄밀히 말하면, 그 혜택도 적극적인 사람에게 많이 돌아간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좀더 공평하면서 골고루 혜택이 가는 제도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겠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실속"을 차리려고만 하면 문제가 생긴다. 조금 손해보더라도, 협회에 속한 다른 가게들에 보탬이 된다면, 나의 "손실"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장사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싸게 준다고 해서, 공급업자를 바꾸었다가 다시 혹붙는 일도 많음을. 어디서든 "나는 절대로 손해를 볼수 없다"는 생각들이 단체에 치명적인 불협화음을 조성한다. 20여 가게조차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우리들이다.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구협은 이번주 말에 송년의 밤을 개최한다. 모여진 기금으로 음식을 푸짐히 준비하고, 노트북 컴퓨터등 액수가 큰 경품부터 살림을 도와줄 가전제품들까지, 일년 동안 고생한 사람들이 모여, 축제로 한해를 마감한다.

 

협회에 들어온 모든 돈을 회원 업소로 모두 돌려줘야 공평하다며, 그렇게 시도했던 회장단도 있었다. 그때는 돈이 들어가는 모임을 가급적 안했던 것 같다. 그러나, 리베이트를 돌려받을 때는 좋지만, 한 지역에 사는 회원들끼리 교류없이 지낸다는 건 좀 삭막하다. 그런 단체가 풍파를 만났을때 잘 헤쳐나갈수 있을런지도 의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약간의 운영비로 회의와 모임을 통해 교류를 넓히고, 도시로부터 외진 곳에 있는 한인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협회의 돈은 회원들을 위해 사용된다.

이번 송년의 밤은 많은 회원들이 모였으면 좋겠다. 개인 장기자랑, 부부 장기자랑, 베스트 드레서 남녀 부문을 선정할 생각이다. 잘한 것에 상품을 주고, 또한 재주가 없는 사람들은 경품에 기대를 걸수도 있을 것이다.

 

회장단을 맡고보니, 조금씩 내부가 보인다. 올해 지구협회가 주선해서 회원가족뿐 아니라, 비회원 가족까지를 포함한 그레이 부루스 한인야유회를 개최했던 것은 뿌듯함으로 남는다. 회원들도 지역사회 커뮤니티 형성에 일조한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 그레이 부루스에도 한인회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구심점이 있지만, 다른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이나, 기타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들은 구심점이 없다.

 

오웬사운드를 중심으로 그레이 부루스 지역에만도 130여명의 한인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역별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초기 이주자들을 관심있게 맞아주고 정착에 도움을 주는 단체는 아직 없다. 이곳에 터를 닦으러 왔다가 너무 외로워 떠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곳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리라. 지구협회 회원들도 그런 일들을 알게 모르게 해왔다. 한인회라는 새로운 구심점을 찾을때까지 지구협회가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기댐목이 되기를 자청한다면 좋겠다.

 

 

 

지난 6월 있었던 그레이 부루스 한인야유회 전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