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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속으로

위대한 유산

 

 

 

오랜만에 명작 한편을 감상했다. 좋은 줄 알지만, 보기쉽지 않은 게 명작이고 명화이다. 실망하지 않을 줄 알지만, 가까이 하지 않게 되는 건 어떤 까닭일까? 좋은 것은 고리타분하고, 구미를 당기지 않으니, 인간속에 잠재되어있는 어떤 성향을 반증하는 건 아닌가 싶다.

 

각설하고, 1946년 작 위대한 유산은 영화로서 긴장을 담보한 매우 잘된 구성을 갖고있는 작품이었다. 찰스 디킨슨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 

 

주인공 핍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그가 만난 행운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고, 그의 사람을 향한 진지한 사랑과 용기가 그런 행운의 주인공으로 이끌게 되었다는 걸 알게된다. 

 

행운의 주인공이라 함은 어느날 갑자기 후견인이 나타나 그를 물질적으로 후원해주어서 그가 상류사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준 것이다. 

 

부모가 없는 가난한 소년 핍은 어느날 부모님 묘에 갔다가 탈옥수와 부딪치게 된다. 그로부터 위협을 받고 그에게 빵과 쇠줄을 자를 수 있는 도구를 갖다준다. 그 당시 자신을 돌보던 누나는 일거수 일투족 핍을 구박하면서 신세한탄을 하는 사나운 유형으로 나온다. 핍이 가져간 빵은 자신이 "도둑"으로 몰릴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무섭기도 했고, 굶어서 으르렁거리는 탈옥수가 안되어 그를 위해 빵을 갖다주게 된다. 결국 경찰에 탈옥수는 잡혀가면서 소년에게 고마움의 눈길을 보낸다.

 

소년시절 핍이 겪었던 두번째 큰 일은 그 동네 부유한 미망인의 집에 정기적으로 들렀던 일이다. 부유하지만, 불행한 일을 당해 칩거중인 미망인은 소년을 오라고 해서 자신의 양녀와 놀게 하기도 하고, 자신의 휠체어를 끌게 하기도 하고 어린 핍을 가까이 두게 된다. 아마도 누나에게 그 댓가를 지불했을 것이다. 헤비셤 부인은 결혼식 몇분전에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웨딩케익을 썩히면서 자신과 주변사람들도 그 올가미안에 가둬놓는 정신병적인 사람이다. 핍은 헤비셤 부인에게도 진심으로 대하고, 그집에 있던 아름다운 소녀 에스텔라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헤비셤 부인은 핍에게는 에스텔라와 사랑에 빠지라고 하고, 에스텔라에게는 그 사람의 심장을 산산히 부셔놓으라고 교육시킨다. 에스텔라는 부인의 철저한 교육으로 남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냉혈한 인간으로 자라난다.

 

핍은 자신을 평범하고 지저분한 평민출신이라면서 무시하는 에스텔라와 친해지기 위해 "신사"가 되고싶어 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지만, 매형 대장장이와 함께 평범한 생활인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변호사가 찾아와 돈많은 어떤 사람이 그의 후견인이 되어주기로 했다면서 모든 법적인 문제는 변호사인 자신이 맡아주겠다고 한다. 핍의 매형에게서 동의를 얻어내고 핍은 며칠후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상류사회 진입을 꿈꾸었던 핍은 후견인의 돈으로 좋은 집에서 살며, 사교춤을 배우는 등 돈을 많이 쓰는 삶으로 들어간다. 어느날 시골마을에서 찾아온 매형과 어색한 만남을 하게 되는데, 촌스럽고 더러운 매형을 돈을 주어 쫓아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든다. 매형이 허둥지둥 내려가고나서, 핍은 자신이 얼마나 오염되고 속물이 되었는지 깨닫는다. 

 

헤비셤 부인집에 드나들때 만난 적이 있는 친구 허버트가 그를 도와주는데, 그는 화려한 아파트 파티 생활을 어느 정도 청산하고 교회 건물로 들어가 산다. 어느날 낯선 사람의 방문을 받는데 그는 어릴적 묘지에서 만났던 그 탈옥수였다. 그는 탈옥수를 통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은 헤비셤 부인이 아니라, 거부가 된 그 남자임을 알게된다. 자신이 배고플때 빵을 준 그 소년을 잊지않고, 생사를 알수없는 자신의 딸 대신에 자신의 마음속 아들로 삼아 핍을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에서는 도망자인 그는 핍을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을 했던 것이다. 

 

핍은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이 헤비샴 부인이라고 믿고있었다. 그러나 후견인이 밝혀지고, 게다가 헤비샴 부인이 데려다가 양녀삼아 키운 딸은 그 탈옥수의 잊어버린 딸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신변까지 위협하는 탈옥수와의 만남에 그를 외면하면 어쩌나 영화를 보는 내가 조금 긴장되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핍은 도망자이면서 자신을 아들처럼 사랑해준 탈옥수를 위해 자신도 함께 런던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치밀한 계획을 짰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탈옥수는 잡히게 되고, 그는 건강악화로 죽게 된다. 핍은 그 탈옥수앞에서 당신의 딸이 살아있으며,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고, 자신이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이 모든 일 후에 핍은 병고에 쓰러진다. 매형과 죽은 누나 이후 새로 들어온 부인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긴 병고에서 일어난 핍은 마지막으로 헤비셤 부인의 집으로 가보게 된다. 그곳에서 갑부하고 결혼하려고 했던 에스텔라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친부, 친모가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약혼자에게서 버림받은 그녀가 헤비셤 부인처럼 낡은 저택에서 세상과 소통을 끊고 지내려고 하는 것을 알게된다. 핍은 그녀에게 "희망이 없을때부터 그녀를 사랑해왔다"며 밝은 햇빛을 보라고 커튼을 열어젖힌다.

 

그의 가장 큰 자산은 강직성, 용기,사랑 등이다. 이것들이 있었기에 탈옥수가 "돈"을 남겨주는 물질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Great Expectation이란 영화제목이 "위대한 유산"으로 잘 번역이 된 것인지 조금 의아하다. 탈옥수가 남겨준 돈이 "위대한 유산"인가? 매형의 헌신적인 처남 사랑이 "위대한 유산"인가? 어쩌면 책을 읽어야 정확한 것들을 간추려낼 수 있을 것같다. 탈옥수가 남겨준 돈이 아니라, 그의 사랑이 유산일 수 있으며, 매형의 사랑안으로 다시 들어가서 제길을 찾게 된 핍이 매형의 유산을 받았다고도 볼수 있을 것 같다. 탈옥수가 준 돈으로는 그도 "타락"한 인간이 될수 있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1860년대의 소설이니, 지금보다 더욱 권선징악이 강했을때고, 도덕적이기도 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영화의 장면을 꼽는다면 어린 핍과 탈옥수가 처음 만났던 장면, 핍의 선한 눈망울등이다. 또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그 유산은 피가 섞이지 않는 사람들간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에스텔라는 헤비샴 여인의 양녀가 되어 물질적으론 풍요했지만, 정신적으론 나쁜 유산을 받아,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악녀가 될뻔하기도 했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든 유산을 받게 된다. 그 "유산"이 시간이 갈수록 빛이 나면 좋겠다. 슬픔을 극복할 이유가 되고, 잘살아내야 할 이유가 되고, 좋은 유산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유산을 주었다면, 그 누군가는 세상에 있는 동안 해야할 일을 다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