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가기전에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주 작은 돈을 들여서 성탄 데코레이션을 집에 했더니, 작은 추리에 반짝이는 불빛을 볼때마다 따뜻한 마음이 스며듭니다.
작은 것이 소중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연말의 어느날 새벽입니다.
제방에 오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마음을 매일 조금씩 더 열어서, 많은 다른 마음들과 만나시는 시간들 되시기 바랍니다.
이사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10년간 살았던 마일드메이 집은 일단 지하까지 3층으로 이뤄져있고, 게다가 차고까지 있어서 그동안 쌓인 짐이 어마어마했다. 이사할때 공들여샀던 가구들로부터 시작해서, 중고품가게를 돌며 마련한 것들, 언니 엄마 친구들이 주는 물건들, "일단 가져다놓고 생각해보기로 한 물건들"까지, 버리지않고 모아놓은 물건들은 이사를 앞두고 나니, 애물단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이사짐을 잘싸보려는 노력을 무진했다. 다 가져가지 말고, 버릴 건 버리고 가자, 라는 건전한 모토로 시작했지만, 버리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망설이던 기억들이 새롭다. 이사가 코앞에 닥치면서부터는 일단 가져다놓고 다시 생각하자쪽으로 기울어갔다. 차고에 있던 눈치우는 기계, 잔디깍는 기계등 각종 기계들과 큰 가구들은 새로 이사올 사람에게 일단 선보인 후에 그집에 좀 남기고 가까운 친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두 날라다주기도 했다. 물론 돈을 받고..^^ 그런 다음에 새로 집을 사서, 들여놓을 공간이 있는 사촌오빠가 와서 큰 가구들을 많이 가져갔다.
큰짐을 어느정도 처분했지만, 종이 하나도 모아놓으면, 그것이 짐이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서 저절로 제몸을 박스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는 말 잘듣는 물건들은 단한가지도 없었다. 먼지한톨까지도 나의 손을 필요로 했다.
트레일러에 한가득 실어서 랜드 필드(큰덩어리 쓰레기 버리는 곳)에 남편은 서너번을 왕래했다. 갈때마다 비가 오는 날이 많아서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는 감기로 콜록거리기도 했다. 이사오기전에 몇번, 이사온 후 몇번, 남편은 쓰레기장의 단골손님이 되어, 퍼다나르느라 바빴다.
이사는 큰 트럭에 세명의 남자가 오기로 되어있었다. 교회 목사님과 두분의 남신도님이 도와주신다고 했을때,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몇번 고사했지만 그날 그분들이 안오셨다면 하루에 못끝날뻔 하였다. 정말 짐이 원수였다. 버릴수만 있다면 모두 버리고 단출하게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이사차가 10시에 왔고 싣고 나르고 나니 저녁 5시가 넘어서 끝났다.
기억이 가물해져서인지, 이사가 그리 힘든 것인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큰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사해서 그랬을 거라고 말한다. 그래도 가게 뒤 창고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야말로 물건을 다 들이지도 못할뻔 하였다. 아 그리고 이사가 어려웠던 또 한가지 이유는 집을 수리하기로 해서, 물건들을 들여놓을 공간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부엌과 화장실 두곳을 고치기로 했으니, 부엌살림 등은 2호실로 일단 옮겨놓았다.
이사후에 바로 공사에 들어갔다. 우리가 살곳은 1호실, 공사하면서는 2호실에서 살림을 했다.
공사는 또다른 강펀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부엌과 화장실 두곳을 완전 손보기로 했는데, 처음에 계약했던 목수팀이 한3일간 뜯어내고 일을 하더니, 며칠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연락했더니, 그동안 부업으로 하던 학교 버스 운전사일이 생겨서 한동안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공사마감일도 약속할 수 없다고 말하니, 기가막힐 일이었다. 한의원을 꾸미는데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었는데, 최근 못수일에서 은퇴했지만, 우리의 부탁이니 해주겠다고 말했었는데, 무슨 일인지 그렇게 오리발을 내민다.
동네에 있는 홈하드웨어 가게의 주인이 컴퓨터 디자인을 하고, 그집에서 재료를 다 사기로 하고, 목수를 우리가 고용해서 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다른 목수를 찾았다. 그러다가 옆동네에 사는 한인 목수와 연락이 닿았다. 그가 자신의 친구와 같이 할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 그러나 결국 그 한인과 홈하드웨어에서 추천한 동네 목수 두명이 일을 맡아하게 되었다. 꾸준히 시간약속 지키며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해준 한인 미스터황과는 많이 친해졌다. 내가 집에 있는 날은 남편과 같이 점심을 차려주기도 했다.
1904년에 지어진 2층 건물인 이곳의 이층 1호실은 그렇게 작지는 않지만, 부엌은 아주 형편없었다. 전체적으로 평형이 약간 맞지 않고, 확 트인 공간이 아니라, 곳곳에 벽이 있어서 답답하다. 창문이 동서로 있어서 중간부분, 거실은 아주 어둡기까지 하다. 공사의 경험이 없는 우리 부부는 너무 늦기전에 요구해야 할것은 해야하는데, 조금 늦게 말해서 일이 늦어지는 일도 있었고, 크고작은 시행착오들도 있었다. 문의 모양, 문손잡이, 부엌 캐비넷의 재질, 색깔, 모양, 바닥의 종류, 싱크의 모양 등 모든 것을 일일이 지정해줘야 했다. 그것도 빨리 말해줘야 홈하드웨어에서는 물건을 주문하고, 다시 받아서 쓰고 하는 방식이었다. 마음은 급한데, 물건을 오더하면 1주일후에나 도착하기도 하고, 그 진행속도에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어떤 모델을 보고, 이대로 해주세요 하면 편할뻔 하였다. 홈하드웨어에서는 협조는 했지만, 모든 진행은 우리가 스스로 해야해서, 수리 과정을 잘몰랐던 우리 부부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다행이도 전기기술을 가진 목수 미스터 황이 하나씩 짚어주기도 하고, 도움을 주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집에는 물건을 날라다주는 홈하드웨이 직원들, 화장실 욕조 공사등에 꼭 필요한 상하수도 기술자, 목수와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어떤때는 아들, 어떤때는 아버지)이 떼를 지어 몰려와서 동네 남자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고, 사생활 보호가 안되는 벌판에 나앉은 느낌일때도 있었다. 기술자들은 모두 한명씩 보조기술자를 데리고 다니는데, 그들의 시간당 페이는 자신의 50%를 청구했다.
한달 정도면 공사가 끝나겠지 했는데, 거진 7주가 걸려서 공사가 끝이 났다. 공사가 다 끝난후에 부엌 싱크대밑으로 물이 새서 새 캐비넷이 약간 들뜨게 되었다. 그 캐비넷을 뜯어내고 새로 교체하기까지, 그 시간들도 약 3주가 걸린 것 같다. 9월 이사에 안정을 찾기까지 3개월쯤 걸린 것인가? 1호실과 마주보고 있는 2호실에서 1호실로 다시 이사를 했다. 그 와중에 우리의 침실로 사용하기로 생각했던 방이, 책장과 텔레비전이 같이 있는 멋진 말로 하면 "미디어룸"으로 꾸며졌고, 우리들의 침실은 부엌옆 작은 방으로 바꾸었다. 큰애는 제방꾸미기에 열을 내서 잘꾸며진 편이고, 막내방은 아직도 방금 이사와서 짐을 풀지않은 상태처럼 보인다.
어쨋든 "다시 페이슬리에서(1)"을 적었던 그날부터 간신히 "평안"이란 단어를 간간히 음미하고 있다. 3번의 집들이를 했고, 대체적으로 양호한 반응들이다. 특히 옛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집이 환골탈퇴했다고들 한다.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면 이혼하게 된다는 우스개가 있지만, 공사를 하다가 이혼을 하게될수도 있겠단 말도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우리가 결정해야 하니, 나와 남편의 의견이 다르기도 했고, 무언가 제대로 진행이 안되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였다. 오늘은 이렇게 하자 했다가 내일은 이렇게 하는게 좋아, 했던 적도 많아 일하는 사람을 곤란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내 의견을 대부분 존중해줬던 남편은 아마도 그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일이 다 끝나고 나서도 기운을 못차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든 걸 쉽게 생각해버리고 일을 벌리는 내게 문제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놈의 변덕도. 자꾸 더 손을 보고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서, 그 마음을 잡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지난 성탄절 가족들 모임을 우리집서 했다. 모두 22명이 모였었는데, 그럭저럭 수용할만 했다.
이제 페이슬리 생활로 접어들었다. 어떤 2017년이 기다릴지 기대해보자.
아주 작은 소식 덧붙입니다.
페이슬리 시골민박은 문을 닫습니다.
어차피 겨울이라 누구도 방문하지는 않지만, 여름에도 문을 열지는 않게 될것 같습니다.
가게에 전념하라는 주인장의 명령이 있는지라...^^
혹시 페이슬리 시골민박을 찾는 분이 계실까봐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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