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으면서도, 게임을 보면서도, 글을 쓰려고 하면서도
마치 외국어를 하는 듯, 혼미하다.
살면서 읽었던 스포츠 기사보다, 최근 며칠간 읽은 스포츠 기사의 양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득점, 실점, 누군가의 방어, 공격력, 선수이름 등등 어느것 하나 낯설지 않은 것은 없다.
스포츠는 그야말로 이기고 지는 것을 귓등으로만 듣는 것으로 만족하곤 했다.
킹스턴에서 루미 약혼파티를 잘 치르고 돌아오는 차안이었다. 시도때도 없이 막히던 고속도로가 그날은 한가했다. 일요일 저녁이니, 그렇지 우리 모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동생이 마침 생각난듯, 토론토와 미국 캘리포니아팀의 농구 결승전이 있는 날이라고 하였다. 모두 어딘가에서 게임을 보고 있기 때문에 길이 이렇게 한산하다는 것. 그때부터 침이 튀기게 농구경기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우선 NBA 경기에 미국외의 팀으론 토론토팀이 하나 있는데, 현재 그 팀이 결승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결승전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7게임을 하는데, 그중 4번을 이기는 팀에게 우승이 주어진단다. 그날은 결승전 2번째 게임인데, 마침 인사한다고 들린 엄마집에서 게임을 함께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엄마 집에는 1년 열두달 틀어놓는 한국방송이 나오는 TV가 있는데, 로저스에서 제공하는 현지 방송이 나오기도 한다. 엄마는 한국방송에서 어쩌다 잘못 만져서 외국방송이 나오면, 다시 한국방송으로 돌아가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리모컨을 누르곤 하신다.
그날 어쨋든 농구경기를 함께 봤다. 약혼 파티의 흥분과, 계획되어지지 않은 농구시합 관람까지, 홍조를 띤 얼굴로 늦은밤까지 응원했는데 그날은 랩터스가 Golden State Warriors에게 패했다. 그래서 1:1로 게임이 끝났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승전에서 이기기까지 아직도 3게임을 더 이겨야했다. 엄마집에서 한번 더 게임을 보기로 해서 모였다. 그런데 문제는 엄마의 한국방송에서 로저스 케이블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아는 이가 없없다. 지난 일요일에는 누군가가 그 방송을 찾아서 같이 봤는데, 지금도 누가 그 방송을 켰는지, 오리무중이다. 턱을 들고 리모컨을 돌리며 기적같이 방송이 터지길 고대하는 우리들이 우스웠다. 늙은 할머니, 이모, 엄마가 발을 동동구르며 리모컨을 가지고 씨름하는데, 안방에서 잠을 자던 막내가 나와서 모뎀을 만지고, 어쩌고 하더니 방송을 찾아주었다.
농구게임을 보는 것보다, 더 우스웠던 우리들 모습이었다. 그날 토론토는 1점차로 워리어에게 졌다. 나는 내가 정색하고 보면, 게임이 지는 것 아닌가 하면서 실망했으나, 워리어는 그날 게임을 지면, 완전히 패배하는 것이고, 토론토는 3:2로 아직도 몇번의 기회가 남아있었다. 그러니 죽기살기로 게임을 치렀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지난 목요일 저녁 9시 6차전 게임이 시작되었다. 농구의 매력은 1초에서도 수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골이 많이 들어가는 점도 흥분에 가속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1점슛, 2점슛, 3점슛이 있어 다채롭고 흥미롭다. 링밖 멀리서 던져 링에 맞지않고, 쑥밑으로 빠지는 골은 그야말로 얹혔던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또한 골밑에서 뛰어올라 덩크슛을 할때도 박력이 있다. 박빙일때 언제든 전세가 뒤집힐수 있다는 것. 몇번인가 타임아웃을 신청해, 시간을 벌기도 한다. 파울인가, 아닌가를 판독하느라 게임이 멈춰있을 때도 많아, 가슴졸이는 시간이 늘어난다. 6차전 게임에서 110 :111로 토론토 랩터스가 앞서고 있는 가운데, 시간은 아마도 9초쯤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 9초가 서로에게 얼마나 긴 시간이었는지, 그날 시합을 본 사람만이 알수 있을 것이다. 워리어 선수가 멀리서 던진, 3점슛만 들어갔어도, 다시 전세는 역전되었겠고 말이다. 마지막 1초에 받은 프리 드로우로 2점인가를 추가하여, 안정적인 우승팀이 될수 있었다. 그 프리 드로우는 상대편이 작전타임의 기회가 없는데도 작전타임을 불러서 얻은 것이라고 한다. 정말 지난 6차전 게임은 최고의 게임이었던 것같다. 나의 좁은 경험치안에서는 말이다.
선수 하나하나 어떻게 얼마나 잘했는지, 내가 적을 수가 없다. 글 초반에서 말했듯이 그건 내게는 외국어를 하는것이나 마찬가지로 어렵고 힘든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토 시민들과 함께 축배를 들었다는, 소속감같은 거, 그런걸 오랜만에 가져본다. 특별히 루미가 아빠, Father's Day 선물로 아마존에서 오더해서 목요일 마지막 시합전에 도착한 랩터스 티셔츠를 내가 대신 입고, 손에 땀을 쥐며 소리를 질러봤다. 공룡중 두발로 뛰어다니는 공룡을 뜻하는 Raptors 랩터스팀을 응원하는 관중석을 도시 곳곳에 만들어놨다. 그곳을 공룡들이 사는 쥬라식팍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쥬라식팍의 공룡들이 Worriors(전사들)을 잡은 2019년은 캐나다 농구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농구시합 경험을 적으려 인터넷을 찾아보니, NBA 선수들은 소속 팀을 옮겨다니면서 게임을 하더라. 프로 스포츠팀은 제나라 국적이 아니어도 선수로 뛰는 것을 알곤 있었지만, 예전에 한팀이었던 친구와 다시 경기장에서 겨룬다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은 일인가 보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야말로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들이다. 수구적이고 내안에 갇혀 지내서는 이해하지 못할 스포츠의 규율들이다. 특별히 워리어팀의 주전선수 케빈 듀랜트는 나도 기억하는 이름이 됐다. 그는 부상으로 뛰지못하다가 5차전때 다시 나와서 뛰다가 또 다쳐서 경기장을 떠나야했다. 바로 그때 토론토 응원단에서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잠시 싸한 느낌이 들었는데, 선수들이 응원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그러지 말라는 어깨짓을 몇번이나 보냈다. 그래선 안된다는 사인으로 말이다. 승부에 취해서 상대편 선수의 퇴장에 박수를 치던 관중들이 손이 머쓱해지는 순간이었겠다.
워리어 팬들중에는 "for KD"라는 피켓을 들고있는 이들이 많았는데, 상처받고 시합에 나오지 못하는 케빈 듀랜트를 기억하고, 그를 위해 이 시합을 잘싸워달라, 라는 관중들의 바램을 담은 피켓이었다.
시합이 끝나고나서 선수들끼리 진한 포옹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우정을 확인하는 듯해 즐거웠다. 나중 인터뷰에서 카메룬에서 온 시아캠이란 선수는 자국의 국기를 몸에 두르고 나와서, 제나라 어린이들에게 자신을 보고, 열심히 살아달라는 말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나도 너희들과 똑같은 평범한 아프리카 어린이였다면서. 다람쥐보다 더 빠른 카일 라우리란 선수, 그리고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카와이 레너드 선수등, 몇번의 시합을 보고, 또 기사를 찾으면서 조금씩 그 이름을 익힌 선수들이다.
토론토는 이번에 많은 것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코치도 무명이던 코치였고 말이다. 기자가 무명시절에서 이렇게 유명해진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무명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으며, 그때도 지금도 농구를 좋아해서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몰랐으면 무명이란 어불성설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모습이다.
캐나다는 자국내 그런 큰 게임 토너먼트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미국 전국의 스포츠 토너먼트에 끼어서 함께 한다. 스포츠를 잘 모르면서 이런 말 하는 것은 우습지만, 꽤 캐나다다운 발상이기도 하다. NBA의 우승트로피가 미국을 떠나 토론토로 왔다는 것 자체가 캐나다인들에게는 가슴벅찬 일이다. 캐나다와 상관없던 선수들이 캐나다를 위해,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국을 위해 뛴다. NBA 팬이 되었다. 누군가의 무엇인가의 팬이 되지 않았던 한국아줌마의 일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