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요즘 야생화 찍기에 열을 올린다.
산책로에 피어있는 꽃들을 사진으로 찍고 다음 꽃검색에서 이름을 찾아낸다.
어떤 때는 "XX꽃"일 확률이 23% 입니다, 하는 실망스런 검색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99%가 나오기도 한다.
99%라고 하면 단박에 얼굴이 밝아진다.
나는 같이 걷기는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편이고, 멀리서 기다려준다.
같은 길을 작년부터 걷고 있지만, 그 길에 그렇게나 많은 종류의 꽃들이 있었다는 것을 하나씩 주의를 기울이면서 알게 된다.
이름도 다양한 야생화들이 바라봐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남편의 취미가 하나 더 늘어났고, 나 역시 집에서 하는 취미가 있다.
뜨개질.
동물 인형 뜨개에서 시작하여, (사람)인형을 주로 한다.
겨울에는 모자 목도리 등도 떳고, 가방도 몇개 떠봤다.
뜨개질은 겨울취미로 적당하다. 여름이 오니, 하나를 완성하고, 다음 작품(?)으로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무엇을 뜰까, 결정이 되지 않아서 말이다.
그냥 멍하니, 텔레비전만 볼때는 손이 무료해져 무엇을 뜰까 궁리한다.
제대로 된 작품이 안될때에는 그곳에 힘을 쏟느라, 땀깨나 흘린다.
오랫동안 실과 씨름하게 되면, 만들어진 것과 정이 들어서, 내게 꽤 의미있는 어떤 것으로 둔갑한다.
뜨개는 권장하고 싶기도 하지만, 하고싶지 않기도 하다.
나도 그 지루한 짓을 왜 하나, 할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한땀한땀이 모여서 무언가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실용적인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인생이 어떻게 유용한 쪽으로만 흘러가겠는가, 별 쓸데없는 일같은 것들로 채워질 수도 있지 않나 하면서
아직도 뜨개실들을 곁에 두고있다.
누가 떠다밀어서 하는 일도 아니고, 해야만 하는 일도 아니고, 이렇게 마음가는 대로 움직이는 이런 생활을 즐기는듯 싶다.
아 그리고 인터넷 선생에게서 배운 것들이다. 나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아니다. 물론 내손에 들어오게 되면 내식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왼쪽 작은 가방을 만들어서 쇼핑할때 들고 나갔더니, 언니가 하나 떠달라고 했다. 이렇게 주문받아 완성한 가방이 오른쪽 가방.
한두번 사용하기 적당하지, 그 시간 정성이면 다른 좋은 가방 사면 된다. 아니면 조금 더 연구해서, 견고하고 단단한 뜨개가방 만들기로 도전하든지.
'너나, 그리고 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2019년 (0) | 2020.01.01 |
---|---|
영어타자 연습 (0) | 2019.09.30 |
NBA 최고의 경기를 선사받다 (0) | 2019.06.16 |
무슨 꽃일까? (0) | 2019.06.01 |
마늘밭 (0) | 2019.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