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와 책속으로

노을에 비친 윤슬

윤슬이란 단어는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접한 단어이다.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의 모습"이라고 했던가?

순수 우리말이란다.


작가들에 의해서 이렇게 좋은 단어가 발굴된다.

"노을에 비친 윤슬"은 시인 이영월씨의 자전에세이의 책제목이다. 나의 둘째언니이기도 하다.

첫시집 "메밀꽃 필 때"를 발간한후 칠순 즈음하여 에세이집을 발간했다. 평생 살면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갖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소망이기도 할텐데, 언니는 그 일을 해냈다. 





인생이란 어떤 것인가?

겪어야 할 모든 일을 다 겪어야만 하는 그런 긴긴 여행길이 아닌가싶기도 하다. 언니를 볼때 더욱 그렇게 느낀다. 어려서 하지 못했던 공부를 60 즈음에 시작해서 그예 대학을 졸업했고, 그 뒤로도 꾸준히 달려서 결국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편안하게 공부만 하고 글만 쓴 것이 아니었다. 형부의 쓰러짐에서 비롯된 오랜 시간의 간병인 생활과 본인의 건강 문제까지..  "글쓰기"는 어쩌면 언니의 휴식공간이었던 듯싶기도 하다. 화려했던 삶도 있었고, 가슴끓는 일도 있었고, 지금까지도 언니가 감당해야 할 일은 차고넘쳐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벅차련만, 그위에다 언니는 "글쓰기"를 덧입혔다. 내가 볼땐 너무 가혹하다 싶은데, 그것이 언니 삶의 다른 호흡법인 것 같다.


지금은 그나마 없어진 "고등공민학교"를 나와서, 삶속에 묻혀있다가 뒤늦게 향학열을 태우고 책읽기와 공부에 몰입해서 결국 글쓰기를 해냈다는 건, 환경에 안주하지 않는 "독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언니가 살아온 내용이 이 책에 다 실려있다.


"툭 불거져 나오던 어느 날, 끄적이던 글들이 모여 골짜기로 흐르더니 냇물이 되어 작은 강 하나를 이루었네. 참으로 긴 여정이었네. 무엇을 훔친 도둑처럼 가슴만 펄떡이고 텅 빈 그릇에는 담아지지 않은 욕심만 가득 공백을 채우고 출렁다리가 되어 희롱당하고 있었다네. 음식만으로 배불리고 살 수는 없었다네. 내게는 먹거리보다 더 귀한 지탱하고 힘이 솟는 양식이었지. 게걸들린 사람처럼 허기져 배곯은 짐승처럼 헤집고 다녔네." -여는 글에서


그동안 몸안에 있던 말들이, 생각들이, 이야기들이 주인이 준비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음을 보여준다. 나는 "글쓰기"는 정말 타고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사람중에 언니가 포함되는 것같다. 


언니가 쓰고싶은 글쓰면서 따스한 날들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언니에게 너무 고된 숙제들이 많았던 거 같다. 윤슬처럼 더 빛나는 삶이 언니에게 깃들길 기원해본다.

'영화와 책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링컨생가와 백두산 들쭉밭  (0) 2019.07.17
그의 이름은 나비... 빠삐용  (0) 2016.01.13
위대한 유산  (0) 2015.11.24
문학적인 자서전.. 왕언니의 거꾸로쓰는 일기  (0) 2015.09.08
민디는 편집중  (0) 201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