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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 카운티 산책

잠 못자는 밤

막노동자처럼 잠을 잘자는 내가 가끔 잠을 설칠때가 있다.

매일 너무 잘자고, 조금씩 양을 초과해서 잔날이 모여서 하루분량쯤 되면, 그날 저녁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런 날은 아주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리고 물론 무언가 가슴뛰는 일들이 일어나는 날 저녁에는 또한 잠을 이룰 수 없다.

오늘은 아마도 두번째에 속하는 날인 것 같다.

 

지난 10월말일 다른 동네에서 경영하던 가게를 정리했다.

농부가 작물을 잘심고 키워서 좋은 소출을 보듯, 우리는 4년전에 마련한 두번째 가게를 잘 일으켜서, 적지않은 이윤을 남기고 다른 사람에게 넘길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남편의 고생이 컸지만, 그동안 우리가 걸머지고 있던 빚을 청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끝낸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나와 남편의 자축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일 이후로 시간과 경비 때문에 미뤄두었던, 집안고치기에 들어갔다.

너무나 오래된, 백살이 된 이 집은 사실은 손볼 곳이 많다.

집이라기 보다는, 건물이라 부르는 편이 더 나은, 페이슬리의 2층 건물은 아래층은 가게로, 위층엔 아파트가 세채이니, 무진장 큰 편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한결같이 물어오는 안부가, "아직도 그 건물에서 사니?"라는 이야기다. 1904년에 지어졌으니 백살하고도 1살이 넘은 노년인데도, 건물 자체는 짱짱하기만 해서 아직도 1백년은 거뜬할 것 같다. 문제는 집안에 소소한 부분이 현대적이지 못하고, 불편하다는 점이다.

 

우선 아이들방 옷장에 선반을 설치해줬다. 남편이 이사오면서부터 고치마고 했던 것을 8년이 지난 후에 할아버지 목수를 시켜서 나무를 짜넣어서 많은 옷을 쟁여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 다음엔 화장실, 너무 작고 보잘것 없는 싱크를 걷어내고, 공간에 맞는 적당한 크기로 바꾸고, 변기 위의 낡은 물통도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교체했다. 이 일은 간단한 듯 보였지만, 할아버지가 화장실을 고치면서 이음새를 소홀하게 해서, 밤새 아래층으로 물이 새기도했고, 뜯어낸 곳에 생긴 작은 홈은 아직 손보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어쨋든 그러는 중에 창문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틀안에 마치겠다고 장담했던 창문팀은 나흘내내 아침 일찍부터 오후까지 온종일 매달려서 드디어 공사를 끝냈다. 모두 21개의 창문들이었고, 집안의 유리문과 또하나의 창문은 또 몇주 기다려야 끝이 난다.

 

유리창 공사가 끝나고 나니, 집안이 한결 온화하고, 정갈해졌다. 

 

선룸으로 쓰고 있는 방에 바닥을 새로 깔 생각을 하고 있고, 붙박이장이 없는 큰딸방에 옷장을 조립해서 넣어줬다. 장장 3시간에 걸친 대 공사끝에(이건 우리끼리 했다).

 

마지막으로 부엌을 고치려고 한다. 전체적으로 디자인해서 새로 짜넣을 작정이니, 이 일이 가장 큰 공사가 될 것 같다.

 

이제 이 "건물"도 더욱 쓸모있어져 가는데, 나는 그동안 염원했던 집보기를 하러 다녔다. 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그게 지난주였는데, 정말 놀라운 집이 하나 있었다.

 

우리 동네서 30분쯤 걸리는 곳, 아이들 고등학교가 있는 곳에서 멀지않은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렇게 아름다운 집을 보게 됐다.

 

그날, 남편과 함께 보기로 했었는데, 창문공사가 마무리가 안되어 남편은 집을 비울수 없대서 속으로 툴툴거리며 혼자 다녀왔다.

 

부동산업자와 한 5개의 집을 보러 다녔는데, 이집은 그 어떤 집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새 연인을 만난 것처럼 그날부터 내 가슴이 부풀어 올랐는데, 남편은 이사갈 생각도, 또 그집을 마음에 들어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아보였다.

 

오늘...

손을 삔 교회성도를 모시고 언니가 침을 맞히려 우리집을 방문했다. 오늘 다시 그집을 남편과 보기로 한 날이다. 치료가 끝난 뒤에, 한번 같이 보러갈까 했더니 그 둘도 찬성이어서 우리 넷이 함께 갔었다.

 

나는 마치, 내 눈에는 좋아보이는 남자친구를 부모에게 소개해주는 어린 소녀처럼 그렇게 마음이 설레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집을 이 사람들도 좋아해줄까?

 

결론은 우리 모두가 빠져들었다는 말이다. 가격이 만만치는 않지만, 정말 한번 살아보고픈 그런 집이다. 이것이 오늘밤 잠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 집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련다.

 

집은 결혼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듯 싶은데, 나는 이집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소소한 장벽은 모두 넘고 싶다.

 

그러나, 나도 모르겠다, 어찌 될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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