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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 카운티 산책

"내 아이들이 분명하지요"

여기 갓 결혼한 젊은 부부가 있다고 하자.

그들의 소원은 무엇일까? 그야 어린아이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것일 것이다.

요즘에는 일부러 아이낳기를 자제하는 부부들도 있다하나, 그건 특별한 예로 치부해도 될 것이다.

 

마기(Margie)와 브라이언(Bryan)도 20여년도 훨씬 더 넘는 세월 저편에 결혼했을때, 같은 소원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들은 불행하게도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이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이었다.

 

남편 브라이언은 결혼 4년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의 심각한 상처를 입고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는 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결혼전에 그랬어요?"라고 묻고, 더이상의 질문을 해댈 수는 없었다. 왜 그럼에도 결혼했느냐 하는 것은 우문에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쨋든 마기와 브라이언은 입양을 결심한다. 당연히 백인아이에 대한 환상을 품고 캐나다 어린이 관련 정부기관인  The Childen's Aid에 이 문제를 의뢰했으나, 그들의 대답은 매우 부정적인 것이었다. 입양대상 아이가 없으며, 언제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기간이 5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모른다는데 그 시간은 그들에겐 너무 길었다.

 

아이를 찾고있던 마기의 눈에 띈 사건이 있었는데, 가까운 곳에 사는 부부가 자신들의 세아이를 키운 다음, 조그만 동양여아를 입양해서 키우는 것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는 실례를 무릎쓰고 그 아이에 대해서 질문을 하게 된다. 그 아이는 한국에서 왔으며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하여 입양을 하게 됐다는 것을 그들로부터 얻어듣게 된다.

 

"왜 칠드런 에이드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아이를 데려올 수 있다는 정보를 안주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마기와 입양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내가 느낀것은 캐나다 정부는 입양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권하지 않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입양부모의 마음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엔간히 준비된 자가 아니면 입양은 권하고 싶지 않는 게 정부의 입장"이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추측해보았다.

 

어쨋든 마기는 다시 "한국 아이"를 원한다고 요구했다. 그 일들을 위해서 몇번이나 지역의 상담자를 찾아가야 하는 일들이 있었고, 마침내 그 기관에서 마기와 브라이언이 입양할 수 있는 적합한 가정인지를 조사하러 나오게 된다.

 

"그 담당자는 매주 1번씩 8주간 나와서 여러모를 살폈다. 나와 남편을 따로 따로 인터뷰하고, 같이 불러서 인터뷰하는등 단계별로 심사를 받았다. 말하자면 어떤 어린시절을 보냈는지, 부모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아이양육에 대한 지식은 있는지 그런 것들과 경제적인 부분까지를 통틀어 심사를 받았다."

 

그들의 성장배경을  훑어본 것은 그들이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란 정상적인 성인으로, 입양할 아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제공해줄 수 있느냐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적합심사"를 받고 한국정부(대사관)를 낀 입양계획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마기는 진행상황을 전해듣는 일은, 지역의 상담원을 거쳐, 토론토의 본부를 갔다가, 오타와 한국대사관까지 거쳐올려니, 시간이 대단히 걸리는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때마다 상담원은 "아직도 입양계획을 갖고있느냐, 취소할 마음이 없느냐?"고 물어왔고, 단한번도 회의적인 대답을 전해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정부의 생리로 보아, 마기가 "입양에 불투명한 입장"을 보였다면, 일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든지, 아예 없는 일이 될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1년여를 기다리다가, 한국에 사내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아이의 사진을 대하게 되었다. 그 아이 우선호(Sun-Ho Uh)의 입양절차가 시작된다.

 

물론 그렇게 쉽게 온 것은 아니다. 82년 11월경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아서, 아이를 크리스마스전에 만날 수 있겠구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그후로 들리는 소식이, 아이가 아파서 비행기 여행을 할수 없다는 말이었다. 상담원은 "병든 아이를 아직도 입양할 계획이 있느냐?"고 또한번 물어왔다. 마기는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우리의 결심은 변함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주지시켜야 했다.

 

마침내 선호가 미국땅으로 오게 된 날은 그 다음해 4월이었다. 추측하건데, 미국으로 오는 많은 입양아중에 선호도 섞여있었을 것 같다. 마기는 토론토 공항을 거쳐서, 텍사스의 달라스 공항으로 갔다가 시애틀공항에 도착했다. 그의 비행 여로만도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한 그동안의 과정만큼이나 길고 가슴졸이는 시간들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나마 시애틀에 도착하자, 비행기가 연착되어 도착이 지연되고 있었다. 가야할 비행기 시간도 놓치고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잘생긴 아들"과의 상봉식이 끝나고 마기는 또한번의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데, 10개월짜리 어린것을 안고 탑승수속을 하려고 했더니, 비행사 직원이 "왕복티켓이 아니고, 편도"라고 탑승을 거부한 것. 당황하여 어린것을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있는 마기가 떠오른다.

 

비행기표를 산 현지에 전화를 걸어서,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공항에서 아이를 들여다보며 온갖 상상과 혹은 염려와 기쁨에 빠져있었을 아기엄마를 그려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쨋든 문제가 잘 풀리어 마기와 아기는 토론토행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느 엄마가 제 첫애를 만나는 10달간의 임신기간 못지않았다는 생각이 마기를 보면서 든다.

 

첫 아이와의 만남이후 두번째 아이의 수속에 임하게 된다. 친정엄마는 이번에는 손녀를 원하셨지만, 마기는 그건 나의 선택이 아니고, 그저 기다렸다고 한다.

 

마기에게는 딸이 생길 운이 없었던 것인지 둘째 아들(제레미)을 다시 데려오게 된다. 그 아이의 한국 이름은 문영길( Young-Gil Moon).

 

 

입양후 지역 신문에 소개된 두 아들과 브라이언. 한국아이를 입양

한 것에 대한 관심들이 지대했다.

 

 

마기... 하늘빛 눈이 아름다운 두 아이의 엄마.

 

"두 애가 얼마나 다른지... 첫애는 그처럼 핸섬하더니, 말하기 미안하지만 제레미처럼 못생긴 아기는 처음봤다"고 웃는 그녀. 공항에 언니와 함께 갔는데,, 그 비행기 전체에 많은 입양되는 아이들이 타서 이름을 부르면 입양부모가 나가서 아이를 인도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나 보다. 마기의 언니 애드나는 마침내 그녀의 이름과 아기를 부르는 호명을 듣고는 "얘, 마기야, 네 아기가 제일 못생겼다"라고 했다는데. 가운데로만 곤두선 머리카락하며, 정말 대단한 첫인상이었다고 박장대소한다.

 

지금보는 제레미는 펑퍼짐하게 생긴 평범한 동양소년인데, 기억에 남을 정도로 그의 미모?가 그렇게 떨어졌었나 보았다.

 

이런 경로를 통해서 마기에게는 두명의 아들이 생기게 된다.

 

"그래 다른 일반 가정하고 좀 다른 점이 있어요?"하고 묻는 내게, 마기는 "민디, 아이들은 어떻게 큰다고 생각해요? 여기, (가슴을 탁탁 치며)에서 크잖아요? 똑같애요. 내가 낳은 아이들은 아니지만, 그 아이들은 추호의 의심없는 내 아이들이고, 그 아이들도 나와 브라이언이 부모님이지요."

 

그말에는 적전인 동감이 인다. 낳는 것은 순간이지만 키우는 것은 평생의 일이니, 그 정듦이 어디겠는가?

 

"브라이언이 아파서 마기가 힘들었겠네요. 그가 일을 하긴 했나요?"라고 물었다.

 

특별히 제작된 농사기구들로 농사를 짓기도 했고, 정원관리 일을 맡아했었는데, 나중에는 다리가 약해져서 그런 일들을 할수 없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내가 일을 해야했고, 지금도 일하고 있는 중 아니냐며 웃는다. 브라이언은 장애인 연금이 나오니, 부자는 아니어도 아이들에게 최선의 삶을 마련해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큰아들, 크리스토퍼는 이제 올해 24살이 된다. 칼리지를 다니다가 제가 좋아하는 컴퓨터 회사에 취직이 되어서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여자친구와 함께 아파트에 사는데, 전날에는 전화가 와서 "아파트 공사로 시끄러워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하소연 하더랜다.

 

마기는 어떻게 제레미와 크리스토퍼는 그렇게 다른지, 마치 자신과 남편같다고 말하는데. 말하자면 크리스토퍼는 예민하고, 영리하고, 완벽주의적인 저 자신을 닮았고, 제레미는 "우유부단한" "급한 게 없는" 남편의 성격을 닮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생모나 환경에 대한 정보를 갖고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마기는 큰 아들의 엄마는 그녀가 40살에 임신 7개월이었는데, 남편이 집을 나가서 키울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면서, 아마 그녀의 이름을 알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레미는 바구니에 버려진 아기였는데, 그 안에는 제레미의 생년월일과 이름, 그리고 입양기관에 맡겨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제레미가 한결 불쌍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민디, 나는 그녀들에겐 그럴만한 죽음에 가까운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엄마의 기회를 준 그들에게 감사하기도 하구요." 그런 그들의 배경에 대해서 숨김없이 다 아들들에게 알려준다는 마기는, 그 아픔이 그들에게 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자신에게 오게 된것은 사람의 손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간섭으로 됐다는 것을 믿는다는 마기를 쳐다보니, 그녀에게 아이들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싶기도 하다.

 

일반우유가 받지 않아 염소우유를 먹여 키운 큰아들, 그리고 오랫동안 야뇨증세가 있었던 둘째아들을 키우면서 그들이 겪었던 고통은, 그저 부모가 되면서 누리는 그런 기쁨들에 비하면 얼마나 하잘것 없는 것이었을지. 그나마 그런 어려움들 때문에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이야기가 아닌가?

 

한국에서는 방바닥에서 잔다는 정보를 전해듣고, "나도 애와 바닥에서 자야지"하는 결심까지 했었다는 마기는, 첫날 준비해둔 침대에서 잘자는 아기를 보고 안심했다고. "다행이지 뭐에요. 나는 바닥에서 자본적이 없거든." 그래서 내가 한국의 바닥은 따뜻한 온돌방이어서 이곳의 찬 바닥과는 조금 다르다고 일러주었다.

 

"아이들하고 슬픈 날도 있고 기쁜 날도 있지요? 민디는 어때요? 그래요 똑같지요. 우리 아이들 착하고 좋은 아이들이에요.  나는 정말 우리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요."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지는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모국에 갈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한번도 생모를 만나고 싶다거나 하는 말을 겉으로 표현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입양하기 전까지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연 몰랐던 그들. 이제는 그 인연으로 이 지역으로 출장와있던 한국인과 친해졌으며, 그들 가족과 간간히 연락도 하고 산다. 또한 그럴라고 그랬는지, 우리 가게에서 우리를 도와 일하고 있으니, 한국과의 인연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마기에게 한국인으로서 감사와 유감의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마기, 한국은 핏줄 문화가 강해요. 내 아이가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들이 있지요. 국내 입양이 많지 않고, 아이들이 외국으로 많이 나오게 되는 이유중에 그런 것이 있어요. 이렇게 한국 아이들의 부모가 되준 두분께 제가 감사를 드릴께요."

 

마기는 이 평생이 되도록 입양한 것을 후회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입양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아 그래! 돈을 얼마나 들였냐고도 물어봤다.

"돈을 내고 내 아이들을 데려왔다는 말을 하고싶지는 않지만... "하면서 운을 뗀 마기는 "(아이당) 3-4천 달러 정도 들었지만, 그 돈은 그 아이들의 비행료, 그아이들을 에스코트하는 이를 위한 경비등으로 실비에 가까울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디어에서 자주 고아수출로 외화벌기, 해외 입양 1위 등의 치욕적인 타이틀을 놓고, 겉으로 하는 것같은 자책을 하지만, 아이들로 인해 한국에서 얼마마한 돈을 벌어들일지 모르겠다. 매년 해외 입양아이들이 2천여명 나온다니, 그 돈이 그래, 얼마나 되겠는가? 그건 입양을 하는 이들에게도, 입양되어지는 아이들에게도 가당치않은 대접이고 모욕같이 느껴진다.

 

우리가 고아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또다른 각도에서 검토되어져야 할 부분이고 국내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은 그 뒤를 따라야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양아"들이 나라망신이라는 식으로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은 새 가정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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