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절인 것을 씻기위해 물을 틀면서
물의 온도를 알맞게 맞춘다.
손이 시리지 않을만큼,
배추에 훈김이 들어가지 않을만큼.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배추를 씻으며 밖을 본다.
영하 15도의 아침이 햇볕과 만났다.
나무에 피어있는 성에들이 빛을 낸다.
흰색과 무채색이 섞여 아스라이 꿈길에 서있는 것 같다.
배추 씻는 일이 길어진다.
이번 배추는 아주 작았다.
한박스에 열다섯개정도가 들어있었고,
그것을 절이기 좋게 사등분했다.
간은 잘 들었지만,
씻어내야 하는 숫자가 적지않다.
일을 마치기 전에
햇빛이 강하여 성에가 다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동안 눈의 풍경들을 조금씩 찍어왔다.
오늘 성에나무를 끝으로 겨울을 한번쯤 소개하려니 마음이 급해진다.
배추를 씻고 두꺼운 겉옷에 눈장화만 신고 밖으로 나갔다.
부엌에서 멋지게 보이던 그 나무까지는 갈수가 없다.
치우지 않고 쌓이기만 한 눈밭을 몇발자욱 걷는 것도 힘이 든다.
더군다나 홋바지 차림으로는...
장화속의 맨발에 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사진기를 든 손끝이 시리고.
가까운 곳의 성에를 몇장찍었다.
자 이제 감상해보자.
성에... 나무에 돋은 소름. 위엣것은 조금 멀리, 밑엣것은 가깝게. 차고 시린 느낌이 치아속으로 몰려온다.
소나무 일종. 넓게 퍼지는 가지위로 촘촘히 잎들이 정렬해 있다. 눈이 앉아 쉬기에 넉넉하고 튼튼한 팔이다.
눈들이 담화나누는 자리?
며칠전 무장하고 연못가를 한바퀴 산책했다. 물이 찰랑이던 곳은 흰 도화지로 변해있다.
소나무의 세 유형.
윗엣것은 솔방울, 가운데는 그 소나무 군집, 그리고, 밑엣것은 솔가지..
거리를 달리며,
언제나 사진사의 눈으로 밖을 본다.
그러나, 차운전과 사진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정지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진을 건질 수는 없다.
그저 마음에 담아놓게 되는데..
며칠전에 전기가 나간적이 있었다.
그것을 Black out이라고 한다.
깜깜하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White out이라는 말도 쓰인다.
눈오는 날, 길에 나가보면 알게 된다.
온통 하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그럴때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길이 미끄러운 것보다 더 무섭다.
길과 길이 아닌 것이 분간이 안된다.
잘못하면, 길옆으로 처박히게 되는 것이 이런 때이다.
문닫을뻔 했던 스키장은 다시 활기를 찾은 듯하다.
학교에서 스키여행 떠난 막내와 둘째가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할텐데.
바야흐로 부루스 카운티의 눈덮인 겨울이 시작되었다.
화이트 아웃이 진행중이다 조금 주춤한 상태. 길거리에서..
전형적인 농가. 가축을 모아놓는 축사와 사료만드는 공장, 그리고 갖가지 농기구들을 보관하는 창고등을 갖춘 농가들은 대부분 길에서 이렇게 한참 떨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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