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광경을 본 적 있는가.
길은 곧게 뻗어있다.
좌우에 들판이다.
들판 너머 군데군데 숲들이 보인다.
때는 10월 초순이어야 한다.
아침 기온은 상당히 추운 편이다.
밤사이내린 서리가 들판을 은근하게 덮고 있다.
바로 오늘 아침이다.
달리는 길의 왼쪽 서쪽을 보니, 달이 지고 있다.
만달이 되었던 그 달이 하루밤을 온전히 수고하고,
하얗게 바래서 서쪽 하늘가에 걸려있다.
차가 움직이는 대로 달이 있는 풍경이 변한다.
작은 농가의 지붕에 달려있다가,
숲의 가지 사이에 줄무늬로 서있다가,
아름다운 동양화 한폭처럼 작은 능선에 하얀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한다.
내 눈이 왼쪽에 빠져있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본다.
여전히 길은 곧게 뻗어있고
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달리는 중이다.
오렌지 아침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라지는 달을 맹추격하듯이
강렬하여 그 원형이 보이지 않고,
쏘는 빛의 무리들과 그를 호위한 귤색 빛무리들이 보인다.
가만가만,
구름은 왜 지상에 내려온 것인가?
안개구름이구나.
아마도 저 멀리 숲밑으로 강이 흐르고 있는가 보다.
그 강물가에 진친 물기들이
햇살을 받아서 하늘로 오르는 중인가 보다.
구름의 강이 뽀얗게 흐르고 있다.
지는 달과 솟는 해,
그리고 그 밑을 흐르는 구름의 띠...
이것이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나를 사로잡은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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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17년만에 한국을 방문중이다. 그는 마치 아이가 된 것처럼, 어쩔줄을 몰라했다.
생전 처음 여행하는 사람처럼 촌스럽게 굴었다.
큰 아들을 혼자 보내는 마음이 되었다.
어쨋거나 그의 부재중으로 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지휘에 인형처럼 움직여주면 됐었는데, 이제는 내가 지휘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그리고 그 외에 축복처럼 받은 위에 적은 것과 같은 아침길의 아름다움.
정말 오랫동안 아침에 밖을 나가보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한국가는 남편에게 사진기를 주었다.
마치 내것을 선심쓰고 빌려주는 듯이.
사진기없는 나는 영 허전하다. 거리는 왜 이렇게 선명하고, 단정한 선이 있는 건지.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 투성이다.
눈으로 사진찍느라, 다른 데 신경쓸 겨를이 없다.
남편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그의 한국방문은 사실, 중국방문 때문에 이뤄졌다. 인터넷 침강의를 오랫동안 듣다가 그곳에서 주관하는 "인체 해부 실습반"에 등록해서 가게 된 것이다. 상해의 한 대학에서 행해진다고 한다. 그곳에서의 1주일 방문을 겸해서 한국방문까지 집어넣었다. 남편은 단기방문으로만 끝내려고 해서, 내가 강권하다시피 해서 시간을 늘여서 보냈다. 그에게 쉼도 필요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확인과 새로운 것들에 대한 충격의 시간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밖에 나가면 자주 전화를 해주는 그가, 한국에 가서 전화가 뜸한 것을 보니, 잘지내는 것 같다.
어쨋든 요즘은 조금 빡빡한 일정들을 보내고 있다.
이 일을 마칠때쯤이면(3주간) 남편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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