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루스 카운티 산책

이웃의 아픔에 민감히 반응하기...

며칠전 지역신문에 눈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대단히 체격이 큰 여자가 휠체어를 타고 트럭에서 내리는 모습이었다.

사연인 즉슨 4개월전에 타고다니던 트럭이 고장난 이후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던 여인이 새 트럭을 구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어느곳에도 그 여인의 신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사진으로 보기만 하여도 그가 비만으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비만뿐이 아니라 또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지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같은 동네의 몇몇 친구들이 차가 없어 다니지 못하는 그 여인을 위해 "기금마련 댄스파티"를 주관하는데 이런 일에는 의례 동네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와 노래가 제공되게 된다.

 

휠체어를 들어올릴 수 있는 시설을 지닌 오래된(1992년도산) 트럭의 값이 3,000 달러여서 그 돈을 지불할 능력이 안되는 그를 위해 계획된 것이다.

 

지엽적인 것이지만 내가 이 기사에서 놀란 것은 그녀를 "비만"이라거나, "장애인"이라거나 그 어떤 표현이 없었고, 다만, "육체적 한계로 고통을 겪는"(struggling with physical limitations) 사람이라고 나왔다는 것이다.

현재 38살이며 정부보조금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이런 관심을 받게 된 본인은 "움직일 수 없었던 지난 4개월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날들이었다"며 " 내게 자유를 찾게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전한다.

 

 

휠체어를 들어올려주고, 내려주는 장치가 된 새 트럭에서 내리고 있는 여인.

 

이런 행사는 같은 지역의 사람들뿐 아니라, 공간적으로 먼곳에 살고있는 우리들에게도, 주위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을 돕기 위해 모두가 애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마기(한국입양아들의 엄마)의 남편은 작년 병원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그의 휠체어 생활이 길어지자, 욕창이 생긴 것이다. 긴 입원치료를 끝내고 나서, 그에게는 특수제작된 침대 매트리스가 필요하게 됐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 욕창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공기가 넉넉히 들어간 그런 것이라야 된다는 것이다.

 

일반 매트리스 좋은 것도 몇 천불에 이르지만, 마기의 남편 브라이언이 써야 하는 것은 7천 달러를 홋가하는 고가의 매트리스이다.

 

마기 가족은 이를 일단 외상으로 구입하고, 현재 돈을 마련중이다. 동네의 친목 모임 몇군데에 기부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했고,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1천 달러를 기부해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남편은 그 소식을 듣고 우리도 성의를 표하자 하면서, 작은 돈을 그녀에게 주었다.

 

마기에게 봉투에 담아서 그 돈을 전달했더니, 갑자기 그녀의 눈이 벌개지고 눈물이 흐른다.
"민디,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아닌데..." 말끝을 맺지 못한다. 많지도 않은 액수, 그 돈을 기부한 내 마음이 오히려 민망하고 안타까왔다.


마기가 이 동네에 들어온지가 몇년 되지 아니한다. 옆동네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2년전쯤에 다니던 은행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집을 정리하여 이곳에 왔다.

 

마기의 친척들은 이곳에 살고있어서 그녀에게 낯선 곳은 아니지만, 어떤 공감대를 이뤄내기에 조금 미약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 더 힘이 있다면, 마기의 남편 브라이언을 위해 기금마련 행사를 하고싶기도 하다. 정말로 필요한 일인데, 돈이 부족한 그들을 위해 이웃으로서 그런 일을 한다면 보람이 될듯싶다.

 

다음에 있는 청와대 블로그에 가보니, 고루 잘사는 사회에 대한 연구보고서 중에 비영리단체들이 미국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그를 다룬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해놓았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거의 100만개에 가까운 비영리 조직들이 사회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활동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국민총생산(GNP)의 10분의 1 정도가 된다. 비용의 4분의 1은 기부금으로, 또 다른 4분의 1은 구체적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그 나머지는 사회 서비스 활동에 대한 보답으로 주어지는 수수료로 충당한다. 오늘날 미국의 최대 고용주는 비영리 조직들이다. 미국의 성인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일주일에 3시간 정도 비영리 조직에서 무보수 스태프로 일한다.” (이노베이터의 조건, 피터 드러커 저, 이재규 역, 청림출판)


미국과는 다르지만, 캐나다도 무언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시민들이 힘을 합해 이뤄나간다. 정부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들은 조금 내용이 큰 것, 즉 각종 질병과 학대받는 아이들, 여성들, 노인 문제등 굵직한 것을 다루지만, 등록되지 않은 비영리단체도 많다고 생각된다.

 

화재가 났다든지, 도둑을 맞았다든지, 개인참사에 대한 것들은 동네사람들로 급조된 구조위원회가 활동을 하게 된다. 보험이 발달한 나라이니, 엔간한 재난에는 보험처리가 되지만, 무슨 사정인가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딱해진 이들에게 베푸는 온정들이다.

 

이런 것보다 더욱 작아 보이는 "특별한 상황에 처한 어떤 사람"을 돕고자 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도울때는 잘아는 친한 이들이 발벗고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 트럭이 필요한 여인이 그렇고 새 매트리스가 필요한 브라이언이 그런 경우라고 볼수 있을 것 같다.

 

이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가게에 붙여진 알림포스타와 동네신문에 흥미로운 내용이 실렸다.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생하던 부부가 세 아이를 입양하게 되는데, 그들 가족을 위해 마을파티가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새로이 입양된 세 아이중 두 아이는 이곳 학교의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둘째와 같은 반 친구인 벡키의 조카들이 되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하면서 둘째가 몸을 부르르 떤다.

 

 

패터슨씨 부부가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는 세 입양아이들..

 

안면을 익히고, 기부도 받는 이런 행사를 주변의 친구들이 주선해준 것이 신선하다. 이제 3살 4살 5살짜리 1남 2녀를 동시에 얻어서 키우게 된 그 젊은 부부에게 이웃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임에 가면 이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세 아이를 입양하게 됐는지 듣게 될 것이고, 세 아이들의 얼굴을 대면하여 보게 되겠지.

 


관심을 기울일만한 작은 일들이 주변에 계속하여 생긴다. 그런 것들에 일일이 반응할 수 있는 가슴이어야 할텐데.

'부루스 카운티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슬리를 떠나면서  (0) 2006.06.30
자 뱃놀이를 떠나볼까요? .. 카누 마을 페이슬리  (0) 2006.06.27
메이플 시럽 페스티벌  (0) 2006.03.28
겨울풍경  (0) 2006.02.08
늙은 기자의 노래  (0) 2006.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