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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 카운티 산책

메이플 시럽 페스티벌

겨우내 칩거생활에 너도나도 지쳐, 긴 겨울이 금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환청에 시달릴때 어딘가로 나가봐야 할 것 같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를 여는 메이플시럽(Maple syrup) 페스티벌!

 

올해로 35주년을 맞이하는 이 행사는 캐나다 특산물 메이플 시럽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개척자 시대의 생활상등을 실존인물들이 연출하기도 하여 눈길을 끈다.

 

캐나다국기에 찬연한 빨간색으로 그려져있는 메이플 잎사귀를 아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이 메이플 나무에서 채취하는 것이 메이플 시럽이며, 메이플 농가가 이 근방에 많이 있다.

 

메이플을 한국말로 찾으니, 단풍나무로 나와있다. 나무가 꽤 크고, 가을엔 빨간 단풍을, 여름엔 깊은 녹음을, 또 겨울엔 그 나무에서 생성되는 액으로 달콤한 시럽을 제공하니, 동물로 친다면 우직한 "소"에 비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행사장은 페이슬리 타운에서 차로 한 5분 걸리는 서긴 벨리 보호구역(Saugeen Valley Conservation). 매 10분마다 학교버스가 그곳까지 가는 사람들을 태워주는데, 차안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본인들의 차를 가져갈 경우, 주차장이 행사장과 멀고 그나마 만원일 경우 먼곳에 차를 대고 걸어갈 수밖에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동네에 차를 세워놓고 버스를 이용한다.

 

지난 토요일 막내 미리와 그녀의 친구 둘을 데리고 우리 부부가 갔다왔다.

 

우리가 갔던 날은 아니지만, 그 다음날,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메이플 캔디를 제작하는데, 무려 100파운드짜리라니, 날씬한 여자 어른 몸무게만한 그런 캔디를 행사의 꽃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계획하였다고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메이플시럽 캔디로 기네스북에도 신청할 예정이란다.

 

우리도 시럽으로 만든 얼음과자를 먹었는데, 그것 참 맛있었다. 뜨거운 시럽을 국자로 얼음위에 부어놓으면 스틱으로 감아올려 캔디를 만드는 것이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25센트 짜리 그 사탕을 나는 두개나 만들어먹었다. 옛시대 어린이들의 군것질로 한몫했을 것 같다.

 

사진을 보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자.

 

 

 

메이플에 매달려있는 진액 채취용 바스켓. 말간 하얀 물이 고이는데 하루에 4바스켓을 모을

수 있다. 이 하얀물이 40통이 모여야 1통의 시럽이 된다니, 쉬운 작업이 아니겠다.

 

 

시럽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농부. 왼쪽에 받아놓은 메이플액이 조금씩 떨어져서 첫번째 큰

통에서 가열되고 있다. 이렇게 가열되면, 그 옆의 통으로 옮겨 시럽을 만든다. 첫번째것보다

색이 진해진 것을 볼 수 있다.

 

 

신이 난 아저씨. 토론토에서 메이플시럽 페스티벌을 보러왔다는 사람들에게 시럽공정 과정을

열심히 설명하시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위와같은 시럽이 탄생한다. 1L짜리를 시중에서 10-15달러면 살 수 있

는데, 메이플시럽은 팬 케잌과  완전 어울리는 궁합이다. 맛은 한국의 조청(꿀)과 비슷한데,

그러고보니, 생김새도 비슷하다.

 

 

팬케잌과 쏘세지를 팔고 있는 페이슬리 킨스만 회원들. 팬케잌에 메이플 시럽을 얹어서

아침식사로 먹는다. 이날 쏘세지가 맛있더구만.

 

 

대장장이 가게를 차려놓으신 분. 석탄에 쇠를 달구어서 쪼개고 있다. 대장장이의 기술로

만들어진 옛 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질척질척한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마차.

 

 

 

한 150여년전의 초기 이주자들 모습? 화롯불을 피워놓고, 애플사이다를 끓이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뒤쪽으로는 이들이 살았던 천막이 지어져 있고.

 

 

 

노래공연도 있었고. 인디언 옷들을 입고, 옛노래를 불러주는 합창단들.

 

 

핫 애플사이더가 끓여지고 있다. 방문자들에게 한컵씩 주더구만,

우리가 얼쩡거릴때는 담당자가 딴짓하느라 얻어먹질 못했다.

지금도 아쉽네 그려.

 

 

동물들도 장에 나왔다. 세마리 어린 돼지. 막내가 가장 똑똑하여 벽돌로 된 집을 만들어,

늑대의 침입을 방어했다는 그 이야기.. 형들과 떨어져 있는 저 돼지가 아마도, 그

스마트한 막내돼지인지..

 

 

할머니, 할아버지 저 어때요? 망아지 등어리에 타고 있는 우리 동네 꼬마. 할머니가 사진기를

안가져왔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한장!

 

토끼, 병아리, 닭, 신기한 가축들이 이날 총출동되었다.

 

아참 그리고 망아지를 태워주는

저 농부의 손,,,가락이 잘려져있다.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 농기구등 각종 장비에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모든 사이트를 다 돌고, 도장을 다 받으면, 이렇게 나무 선물을 준다. 먹을것과 놀것이

많았던 이날, 막내(오른쪽, 그런데 너는 어디를 보고있니?)와 친구들이 왼곳을 휩쓸고

다니느라 장화와 바지가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그 모든 것들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는 감각은 내 발밑에 밟히던 흙의 감촉이다.

땅속의 만물들이 비로소 긴 숨을 쉬고 떨쳐 일어날 것 같은, 헐거움. 질척거리는 그 길을 걸으면서 시종 마음이 편안했던 것은 이제 겨울의 한 고비를 타고 넘어섰다는 그런 안도감이었던 것 같다.